한자의 탄생 - 사라진 암호에서 21세기의 도형문까지 처음 만나는 문자 이야기
탕누어 지음, 김태성 옮김 / 김영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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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의 탄생》




중국, 한국, 일본을 한자 문화권이라 한다. 발음은 다르지만 많은 한자들을 공유하고 있고 이 문자에서 시작된 문화도 공유한다. 이런 ‘한자’의 시작에 대한 의견은 아직도 분분하다. 공식적으로 한자는 5,000년 전 중국 ‘황제’의 사관이었던 '창힐' 이 새의 발자국을 보고 만들었다고 전해지지만 동이족의 문자라고도, 어느 한 민족이나 인물의 작품이 아닌 많은 민족들 ‘공동의 작품’이라고 하는 게 맞다 는 의견도 있다. 나 또한 후자의 의견에 무게를 두고 있는데 현대 한자의 가장 오래된 원형인 상나라 때의 갑골문의 문법이 중국의 문법과 알타이어의 문법이 혼용되고 있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 책《한자의 탄생》의 저자 또한 이러한 생각을 갖고 있으며, 문자는 오랜 시간 동안 천천히 변화하고 발전하여 형성된 것으로 하나의 시간대에 한 지역에서 한 사람에 의해서 이루어진다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 하며, 앞서 말한 갑골문 또한 중국에서 발견된 최초의 문자이기는 하나 이미 그 상태로 상당히 성숙된 형태를 갖추고 있다고 말한다.-p18- 나는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 ‘갑골문’을 접한 적이 있는데 바로《나는 동양사상을 믿지 않는다-김경일 저/바다 출판사》에서 였다. 이 책을 읽으며 현대 한자의 원형인 갑골문(거북이 껍질, 소와 가축의 뼈에 세긴 문자) 과 금문(청동에 조각하거나 주물로 세긴 문자) 에 대해 접한 적이 있어서 두 해석을 비교하며 아주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은 현재의 한자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를 살펴보는 에세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한자들, 한자의 발전과정에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한자들의 원형을 살펴보고 이 과정을 인문학적인 눈으로 풀어냈다. 나는 학창시절 때도 한자나 한문과목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지금도 별로 큰 발전은 없지만 갑골문을 접하고 나서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그 과정이 굉장히 예술적이고 섬세하며, 직관적이었기 때문이다.


일단 글자보단 말이 먼저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말을 공유하는 시간이 흐르고 그들은 말을 표현하는 문자들을 만들어 냈을 것이다. 제일 먼저는 사물의 모양을 그림으로 본떴을 것이고(상형자), 다음에는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의미를 표현할 수 있는 추상적인 개념을 표현할 문자를 만들어 냈을 것이다(지사자). 그리고는 두 개 이상의 상형자나 지사자를 결합하여 더 많은 것들을 표현했고(회의자), 나아가 형태와 소리를 적절힌 합하여 새로운 뜻을 갖는(형성자) 문자를 만들어 냈을 것이다. 이 새로운 문자들을 만들기 어려울 땐 소리가 비슷한 문자를 빌려 쓰기도 하고(가차), 확장과 연상을 통해 새로운 의미와 사용 방식으로 확대되기도(전주) 했을 것이다. 한자는 바로 상형자(象形), 지사자(指事), 회의자(會意), 형성자(形聲) 순으로 발전되어 왔고, 가차(假借)와 전주(轉注)를 이용해 더 많은 문자들을 만들어 냈다. 이 책은 저자가 정확히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이 수순으로 서술되고 있다.


갑골문은 하나하나 예술적 감각과 표현력이 정말 뛰어나다. 앞선 언급한《나는 동양사상을 믿지 않는다-김경일 저/바다 출판사》에서 갑골문을 다룬 사람들은(정인貞人) 뛰어난 예술가이며 시각, 청각, 상상력, 외면의 자연계와 내면의 세계를 일상처럼 직관으로 드나들던 사람이라고 했다. 이런 사람들이 만들어 축척되고 발전되어온 문자를 들여다본다는 것은 바로 ‘그들의 정신세계와 삶, 문화’를 들여다보고 그들과 교감한다는 것이다. 그 문자들을 보면 그들이 먹고 입었던 것, 아이들을 대하는 마음에서부터 가까이 지내던 동물들과 사냥, 제도와 경제(돈), 끔찍한 풍습(노예나 살해), 정신적인 것 까지 새로운 것들을 알 수 있다. 설명을 보지 않고 어떤 뜻을 가진 문자인지 생각해 보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고, 저자의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동서양의 철학이 만나는 지점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꼭 읽어보시라고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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