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 포에버
구자형 지음 / 박하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김광석 포에버》




내가 사는 곳은 대구인데 얼마 전부터 명소로 떠오르고 있는 곳이 바로 ‘김광석’ 거리이다. 대구는 사실 뚜렷이 내세울 만 한 것이 별로 없는 도시다. 부산이나 인천처럼 바다가 있는 곳도 아니고 농업을 주로 하는 곳도 아니라 특별히 생산되는 것도 없다. 과거에는 섬유로 유명하였지만 그건 공업화 시대의 추억일 뿐이다. 이런 도시들이 관광객을 유치하는 방법이 있다면 바로 ‘문화’ 다. 대구는 그래서 뮤지컬 페스티벌을 열고 근대화 골목을 상품으로 내세웠는데 뮤지컬은 지역 뮤지컬을 육성하기 보단 수입 대형 뮤지컬을 주로 유치하였고, 근대화 골목은 일제 강점기의 치욕도 그럴싸하게 포장한 조금 이상한 장소가 되었다.


그러다 인디문화에 발 담근 어느 청년들의 노력으로 죽어가던 ‘방천시장’을 예술가의 터전으로 바꾸려는 노력이 시작되었다. 언젠가는 사람이 미어터지던 재래시장이 대형 마트들의 등장으로 하나 둘 사라지는 시점에 사람들이 떠난 시장은 가난하지만 자유로운 예술가들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는 장소가 되었다. 거기에 ‘김광석’이 나타났다. 청년들은 거리에 김광석 그림을 그리고, 조형물을 만들고 김광석 가요제를 열며 순전히 그들의 힘으로 ‘김광석’을 다시 살려놓았다. 여기 방천시장은 ‘김광석’의 아버지가 번개전업사를 하던 곳이다. ‘김광석’은 여기에서 아주 짧은 어린 시절을 보낸 것이다.


내게 ‘김광석’은 실연의 아픔을 어루만져주고 노래의 꿈을 꾸게 해 준 사람이다. 이런 노래를 불러야지 생각하게 해준 멋진 사람. 마치 내 얘기를 하는 듯 다정하고 진솔한 노랫말, 웃을 때 깊이 파이는 눈가의 주름, 어눌하고 느릿느릿한 말투, 시대정신을 잃지 않은 젊은 이들의 상징. 그를 표현하는 말은 너무도 많다. 사람들에게 그를 추억하는 이유 또한 너무도 많을 것이지만 먼 길을 떠난 지 이미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그의 노래를 추억하는 이들이 이토록 많은 것은 어찌 보면 축복이지만 어찌 보면 우리가 누리는 문화가 이토록 가난함을 반증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마음에 조금 슬프기도 하다.


이 책에는 그의 유년시절, 데뷔 초부터 96년 자살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의 족적이 담겨있다. 생전 그와 인연이 있던 저자가 여기저기 사람들을 만나며 인터뷰한 내용과 자신과 김광석의 추억들, 팬들과의 일화나 선후배 가수들과의 이야기들도 담겨있다. 마지막에는 그의 연보가 아주 상세하게 나와 있고 중간 중간엔 그의 사진들도 흑백으로 담겨있다. 누군가에게는 또 김광석이야? 할 수도 있겠지만 나처럼 그를 추억하는 이들에겐 아주 소중한 선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앞으로 김광석 같은 가수를 또 기대할 수 있을까? 세대를 초월한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그런 가수를 만나기는 더 이상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그래서 그를 더 놓지 못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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