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바바라 오코너 지음, 신선해 옮김 / 놀(다산북스)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부모의 이혼, 가족의 해체, 갑자기 찾아온 경제적 위기.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일들이 아직 어린 자녀들에게는 과연 어떤 식으로 다가올까? TV예능 프로그램을 보면 연예인들이 과거 부모의 사업실패로 하루아침에 가난의 나락으로 떨어진 과거를 밝히며 소년소녀가장이 되거나 성공을 위해 더 악착같이 연습에 매달리고, 가족의 빚을 갚기 위해 잠을 줄여가며 행사를 해야 했다는 이야기들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물론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 부와 명예를 성취한 사람들이라 비교적 담담하게 그 시절의 이야기들을 할 수 있지만 현재 그런 상황 속에 처해 있는 상태라면 과연 어떤 말을 하게 될까? 어쩌면 이렇게 성공적으로 고난을 헤쳐 나오지 못하는 사람이 더 많을 지도 모른다. 우리의 현실은 열심히 노력한다고 해서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시대는 분명 아니니까 말이다.


이 소설《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는 어린아이들이 부모의 이혼과 경제적 위기 속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아이들에게 아마 가장 큰 불행은 부모의 이혼, 즉 사랑을 잃어버리고 소중한 보금자리에서 내쳐지는 것이 아닐까. 부모가 싸우거나 나아가 이혼을 하게 될 경우 자녀들은 심리적으로 큰 고통을 느끼며 그 잘못이 자신에게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죄책감, 버려지지 않을 까 하는 불안함을 느낀다고 한다. 부부는 결혼의 실패에도 고통을 느끼겠지만 배우자와의 결별로 인한 상실감과 갑자기 찾아온 경제적 위기 때문에 자녀들의 마음을 세심하게 보살펴 주기도 힘들다. 그러니 가족 구성원 모두에게 가족의 해체란 어마어마한 재앙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소설 속 주인공 ‘조지나’는 살던 집에서 쫓겨나 동생, 엄마와 함께 낡은 자동차 안에서 지내고 있다. 동네 마트나 패스트 푸드점에서 씻는 것을 해결하고 엄마가 투 잡을 뛰는 동안 동생과 학교에 다녀와 차 안에서 숙제를 하며 엄마가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엄마는 하루 종일 일 하느라 늘 피곤하고 자녀들을 챙겨줄 정신이 없다. 조지나는 이런 상황이 너무 싫어 엄마에게 짜증만 부린다. 아빠가 왜 떠났는지 자신들이 왜 집에서 쫓겨났는지 이해하기에 조지나는 너무 어리다. 그러다 자신들이 집을 갖기 위해선 돈이 필요하단 걸 알게 된다. 그러다 얼마 전 보았던 잃어버린 개를 찾으면 사례로 500달러를 준다는 전단지를 생각해 내고, 자신이 직접 개를 훔치고 찾아주는 척하며 사례비를 받아낼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조지나는 이 계획을 실행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며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라는 노트를 만들고 1단계, 2단계 하나하나 실행방법을 적으며 고민하기 시작한다.


개를 훔치는 것이 범죄인줄 모르는 순지한 조지나. 소설은 시종일관 유쾌하게 진행되고 긴장감을 놓지 않는다. 개를 훔치는 과정에서 만난 손가락이 세 개뿐인 아저씨는 어딘지 신비로우면서 조지나를 좀 더 성장하게끔 돕고 인생의 명료한 진실들을 알려준다. 자신이 훔친 개가 누구에겐 가족이고 하필 그 '누구'가 자신과 별 다를 바 없는 가난하고 미래가 암담한 사람이라 해도 그들에겐 아직 따뜻한 온정이 남아있다. 결국 자신이 자신을 바로 세워야 할 일이다. 어린 아이의 눈에 보이는 세상이 따뜻하기를 바란다. 어떤 일이 생겨도 자신들을 도와줄 그 누군가가 있다는 믿음을 줄 수 있는 세상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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