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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의 황제
김희선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2월
평점 :
《라면의 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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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의 황제? 외계인들이 줄 선 표지 디자인에 헉!, 책 띠지의 카피 ‘여기, 미확인된 문법의 SF가 나타났다’까지 신기하고 희한한 책 요소 3종 세트. ‘어머, 어머 이 책은 꼭 읽어야 돼!’ 하는 생각이 바로 들게 했던 소설의 첫 인상. 이 느낌은 책을 다 읽을 때까지 계속 되었다. 정말 시작도 끝도 알 수 없는 작가의 상상력이랄까, 4차원의 어린 후배를 대면할 때의 조금 황당한 느낌이랄까, 정말 밑도 끝도 없다는 블랙 유머의 최고봉일까, 너무나 똑똑해서 내 머리위에 올라앉은 느낌이랄까. 아니 아니야. 어느 한 가지로는 표현 할 수 없는 소설이야. 엉뚱함에 황당함에 놀라움에 나도 모르게 푹 빠져버린 느낌이랄까? 볼매다 볼매. 매력 있어 이 소설은, 결론!
대놓고 비판하면 흥미가 떨어지는 것들이 있다. 이 사회. 내가 살아가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하는 짓들이 너무나 뻔하고 웃긴데 그런 그들을 철썩 같이 믿고 지지하는 콘크리트 지지층위에 서 있는 위태로운 대통령. 그리고 그런 사람을 이용하고 비위를 맞추며 국민들을 개똥같이 아는 정치인들. 그들을 위해 충성하고 자신의 영달을 꽤하는 법을 만들고 집행하는 사람들까지. 현재 2015년의 한국. 슬프고도 웃기는 짬뽕의 세상. 오늘은 안개 때문에 100중 추돌사고가 났고, 짓던 건물이 무너져 사람이 여럿 매몰되어 구조를 했다. 300명 넘게 수장된 그 ‘사고’는 언급하지 않기로 하자. 또, 까면 깔수록 어처구니없는 사실이 밝혀지는 이 모 국무총리 지명자의 청문회까지. 오늘 한국의 하루는 이러했다. 아! 전임 대통령의 자화자찬 회고록도 있었지.
이 소설은 어찌 보면 황당무계한 소설이고 어찌 보면 너무나 날카로운 소설이다. 호불호도 확실하게 갈릴만한.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지어낸 것인지 그 경계도 모호한. 아주 어린나이에 수학 천재라는 얘기를 들으며 국가가 뭔지도 모를 나이에 국가를 위해 '나사'로 가서 컴퓨터도 아닌데 수학 공식을 계산하였다는 이야기는 정작 그 곳에서 알게 된 것이 무의식적으로 외는 말들로 세뇌를 통한 통제였다는 바로 그 구절이 국민교육헌장이었다는 이야기, 먼 미래 라면이 금지 약물 취급당하고 라면을 먹던 과거는 믿거나 말거나의 이야기로 변해버린 세상에서 라면을 먹던 세상이 있었음을, 그 시대를 기억하고자 하는 지하 조직 그리고 그 조직이 우상으로 받드는 사람은 정작 평생 라면을 먹었는지 아니었는지 알 수도 없다는 씁쓸한 이야기 등의 이야기가 이 책 속에 들어있다.
읽는 이에 따라서 이 책은 충분히 여러가지 의미로 해석 될 만 하다. 재미로 읽든 아주 큰 의미를 부여하든, 혹은 읽든지 말든지 그것까지 모두 독자들의 선택이고 몫일 테지만 분명 이 소설들은 2015 현재 대한민국에 많은 이슈들을 담고 있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의 미래까지도 추측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분명 정 반대의 해석이 나올 수도 있겠는데 나는 그 부분이 참으로 매력있다. 저자가 의도한 것이 무엇인지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알 수는 없지만 참으로 똑똑한 사람이다. 그리고 참 재미난 사람이다. 또 그리고 이 소설도 참! 재미있다. 다음 작품이 기대될 만큼. 아니 다음 작품을 보면 알겠지. 이 작가의 진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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