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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비늘 - 개정판
이외수 지음 / 해냄 / 2014년 12월
평점 :
《황금비늘》
혹시 "금선어" 라는 물고기를 아시나요? 때로는 "무어" 라고도 불리기도 한다지요. 우리가 사는 이 복잡하고, 어떤 것은 부시게 아름답고, 또 어떤 것은 미치게 더러운 세상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떤 곳, 어느 산속 깊숙한 골짜기라든지 늘 안개가 신비하게 감겨 있는 먼 물가라든지 그런 곳에 도인들만 사는 그런 동네가 있답니다.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은 삶과 죽음이 다르지 않고, 모든 사물을 '영안' 으로 보며, 모든 사물에 "편재" 될 수가 있다고 합니다.
그 곳에 갈 수 있는 사람은 모든 사물들에 편재 될 수 있는 그런 사람들 마치 물과 합일될 수 있는 물풀처럼 사랑할 수 있는 사람들 모든 사물들을 육안이나 '뇌안'이 아닌 '심안'과 '영안'으로 볼 수 있는 사람들 그래서 모든 사물이 나와 다르지 않고 삶과 죽음이 다르지 않는 그런 사람들뿐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그 동네가 이 세상 모든 곳에 편재되어 있음을 아는 사람들 말이죠. 그런 사람들이 모여 사는 그런 동네에 함께 사는 물고기가 있는데요. 그 물고기는 안개 속에서 헤엄칠 수 있으며 그 선계와 세상을 자유로이 오갈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랍니다.
어느 안개 자욱한 날 문득 안개와 내가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달았을 때, 모르죠. 그 안개 속에 황금처럼 빛나는 비늘을 가진 그 물고기를 보게 될지. 한 상처받은 어린 소매치기 아이가 한 도인 할아버지를 만나 안개 속에 헤엄치는 무어, 황금비늘을 만나게 된다는 그런 신비한 소설입니다. 이 소설을 읽는 동안 작가의 글 솜씨에 놀라고 그의 상상력과 재치, 유머, 해학 등에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황금비늘》은 1997년 2권으로 출간된 이외수의 장편소설인데 2권 합본되어 다시 독자들 곁으로 돌아왔습니다. 저는 이 소설을 대학을 졸업한 후 한참 방황할 때 읽었는데, 잘 가던 헌책방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던 소설을 '황금비늘'이라는 독특한 이름만 보고 읽게 되었습니다. 그 전에 이외수 작가의 책은 <외뿔> 밖에 접해 본 적이 없었는데 이 소설을 계기로 그의 소설을 다 읽게 되었답니다. 2015년 현재 이외수 작가는 암투병중이고 2005년 <장외인간>을 끝으로 장편소설은 출간하지 않고 있는데 저는 작가의 정수는 바로 장편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독특한 소재, 한계가 없는 상상력, 서양의 반어적 표현이 아닌 한국의 해학의 미학이 잘 살아있는 문장들. 바로 이런 이외수 작풍이 잘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다시 독자들을 만난 《황금비늘》. 이외수 작가가 빨리 투병 생활을 끝내고 새로운 소설로 독자들 곁에 돌아왔으면 좋겠습니다. 그 동안 지루하지 말라고 선물을 준 듯합니다. 이미 그의 책을 가지고 있지만 그래서 이 소설이 더 소중한지도 모르겠어요. 아마 최근에 SNS논객이나 수필 작가로만 그를 알고 있던 분들께는 이외수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알 수 있게 해 주는 소설입니다. 그는 다른 이름 이전에 바로 '소설가'입니다. 그의 작품들이 더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이 큽니다. 자신 있게 이 소설을 추천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