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짓하다 프로파일러 김성호 시리즈
김재희 지음 / 시공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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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짓하다》




읽기 전과 후의 느낌이 많이 다른 소설이 있다. 이는 아마도 광고 문구에서 받은 첫인상과 이에 따른 예상과 기대치가 읽은 다음의 느낌과 사뭇 달라서 일 것이다. 물론 그것이 좋은 것인가 아닌가 하는 것은 차치하고 말이다. 이 소설도 그랬다. 이 소설의 첫 인상은 제목 서체에서 주는 불안(정)함이 가장 컸고, 광고 문구나 간단한 설명에서 나온 프로파일러, 삼보섬, 씻김 굿 등의 말에 과연 이 생경한 소재들이 어떻게 하나로 엮일까 하는 의문이 그 두 번째 였다.


소설을 이끌어 가는 것은 경찰청 소속의 '프로파일러 김성호'다. 그는 성형수술을 했다는 이유로 잔인하게 살해된 한 여자의 살인사건을 맡게 되는데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인 남학생이 그의 심문을 받은 후 자살시도를 하는 바람에 일에서 제외되어 삼보섬 연쇄실종사건의 지원을 위해 전출된다. 그리고 그와 함께 사건의 해결을 위해 동행하는 학예사 여도윤. 처음엔 단순한 가출 사건인 줄 알았던 사건이 경찰서로 편지 한 장이 도착하게 되면서 납치, 실종사건으로 가닥이 잡혀 프로파일러와 고문서, 그림, 필적 감정에 능통한 학예사가 사건해결에 도움을 주기 위해 오게 된 것이다.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 둘은 긴장감을 형성하기도 하고 사건의 단서를 발견하는 등의 역할을 하며 소설을 이어가는 중요한 축이 된다. 또한 '프로파일링'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영화나 드라마에서 거의 전지전능하게 그려지는 프로파일링을 우리 실정에 맞는 현실적인 모습으로 그린 것, 그리고 수사과정을 현실적으로 묘사한 것도 굉장히 고무적이다.


소설의 소재로는 참으로 여러 가지가 등장하는데 첫 번째 사건에서 문제가 된 게 '주간파 사이트'로 현실에서 '일베' 정도가 아닐까 한다. 그들은 사이버 공간에서 개인의 신상을 털고 악플로 공격을 하기도 나아가 이를 기반으로 범죄를 모의하기까지 하는 등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적나라한 모습을 보여준다. 또 하나의 중요소재는 바로 학교폭력이다. 지금이야 폭력의 위험성을 인지해 그나마 해결할 방법이라도 있지만 과거에는 어디 그랬던가? 폭력은 공공연하게 이루어 졌지만 모두 쉬쉬하며 가해자도 피해자도 묻히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과연 그들이 현재에는 어떻게 되어있을까? 그들 모두 안녕하게 살고 있을까? 보통 인과응보 보다는 '돈'이 승리자가 되는 현실을 볼 때 그들의 처지가 별반 달라질 것 같지 않은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소설은 이 모든 것들을 절묘하게 하나로 엮어 우리 앞에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독자의 뒤통수를 때린다.


소설 속 삼보 삼락의 섬 '삼보섬'은 바로 '진도'다. 소설을 다 읽은 후에야 알았지만 진도견, 운림산방, 세방낙조가 유명한 그리고 올해 세월호 사건 때문에 뇌 속에 각인된 바로 그곳이다. 소설 속 삼보섬은 아름다운 곳이지만 음울하고 음산한 곳으로 묘사되는데 인간 태초의 본성, 잔인함이 드러나게 되는 무대가 된다. 같은 곳에 서 있더라도 어떤 눈으로 보는가에 따라 아름다운 곳이 되기도 잔인함이 숨겨진 곳이 되기도 한다. 누구에게 이 세상은 아름답겠지만 누군가에겐 지옥보다 더 끔찍한 곳일 수도 있다. 소설을 읽으며 내 가슴속에 숨겨진 비밀에 직면하기도 해야 했고, 끔찍함, 안타까움이 솟구쳐 오르기도 했다. 이 소설을 읽으면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단 하나의 질문이 남았다. 작가는 앞으로 '프로파일러 김성호' 시리즈를 과연 어떻게 이끌어 갈 생각인걸까? 다음 편이 무척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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