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가와무라 겐키 지음, 이영미 옮김 / 오퍼스프레스 / 201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나는 고양이 집사다. 고양이를 주인님으로 모신지(?) 10년이 훌쩍 넘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제목과 표지만 보고 내용은 상관없이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든 책이다. 그리고 '세상에서 사라진다면' 이 구절. 이 구절이 마음을 쿵하고 울린 것 같다. 이 털복숭이 녀석들이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니. 내 10년 넘은 세월, 그리고 멀리 시간을 돌려 시골 살던 어린시절, 주위 그 많은 동물들 중에서 유일하게 친구가 되기위해 노력했던 그 시간까지 모조리 사라진다니. 존재가 사라지면 아마 그와 관련된 모든 시간도, 추억도 사라지게 되는 거겠지. 어쩌면 모르겠다. 고통스런 마지막 순간을 빨리 마감해 주지 못한 그 며칠 기억이 사라지면 죄책감때문에 더 아프지는 않겠다는 이런 생각까지. 이 책 제목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이 주는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고 책장을 넘겼다.
내 상상보다 이 책은 꽤나 담담했다. 디지털시대에 아날로그 집배원인 나는 어느날 뇌종양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는다. 그러다 갑자기 내 눈앞에 '악마'가 나타난다. 머리에 뿔 달린 악마가 아닌 나와 똑같이 생겼지만 나는 절대 입을 것 같지 않은 화려한 셔츠를 입은. 그는 세상에서 뭔가 한 가지를 없애면 하루치 생명을 준다는 거부할 수 없는 거래를 제안한다. 그리고 마치 하루에 한가지 무언가를 만들어낸 신처럼 하루에 한가지, 전화, 영화, 시계를 차례대로 없애며 하루의 생명을 얻게 된다. 아무렇지 않았던 일상. 털복숭이 고양이를 껴안고 눈 뜨는 아침이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하루에 한가지를 없애고 있지만 세상은 마치 처음부터 그 무엇이 없었던 것처럼 담담히 흘러간다. 나는 엄마와 아빠를 떠올리고 옛 첫사랑을 찾아가고, 이제는 사라질 마지막 영화를 보며 죽음과 삶에 대해 생각한다.
예전 소설가 이외수 작가의 책중에서 이런 내용을 본 적이 있다. 세상에서 한 가지 물건을 지워보라. 물건이 사라지고 그 물건을 썼던 기억, 추억이 사라지고 그 물건을 만드는 공장이 사라지고 그 공장에서 일 하던 사람들, 그들의 가족들이 하나 둘 사라지고 결국 이 세상이 텅비가 된다는. 물론 이 말의 의미는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의 소설에서 없어지는 '한 가지'의 의미와는 조금 다르다. 그러나 일맥 상통하는 것은, 우리는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세상 만물, 사람들 모두 서로가 존재함으로 함께 존재하는 것이고, 삶과 죽음이 다르지 않다는 깨달음. 우리는 죽음을 말하지만 결국 삶을 생각하고, 추억을 이야기 하며 현재와 미래를 고민한다.
하루하루 별일 없이 지나가는 것이 어쩌면 행복인지 모르겠다. 매일 아침 털 복숭이 이 따뜻한 생명과 함께 눈 뜨는 것이 그 어느 억만장자의 하루와 다를게 있을까? 소설은 조금 가볍고 생각보다 진지한 고민이나 철학적 고민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따뜻하고 보송보송하다. 추운 겨울 따뜻한 아랫목에서 읽으면 참으로 좋을 소설인 것 같다. 영화화 된다고 하니 영화로도 꼭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