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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두 여인 ㅣ 한국문학사 작은책 시리즈 2
홍상화 지음 / 한국문학사 / 2014년 10월
평점 :
《우리들의 두 여인》
내가 여자로 이 세상을 살아오면서 가장 이해가 안 되는 것이 바로 차별의 요소를 당당히 품고 있으면서 세상보다도 더 느리게 변화하는 '결혼'이라는 제도다. 왜 그 잘 난 여자들이 알아서, 당연한 듯이 '시'자들 앞에서는 고개를 숙이게 되는 것인지, 둘만 생각할 땐 그렇게도 진취적이 되는 남자가 가족들만 끼이게 되면 울 아버지보다도 더 고리타분하게 되는 것인지 정말 이해할 수 없다. 그런 내가 10년 연애를 끝내고 결혼이란 걸 하게 되었다. 내가 선택한 남자, 또 그 남자의 가족들과도 꽤 괜찮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나는 '시'자 앞에서도 절대 주눅 드는 법 없는 '무서운 며느리'다. 아니 그것보다 나는 내 이름을 잃지 않고 살 자신이 있었고, 그 방법을 찾아냈기에 더 행복해지기 위해 결혼이란 것을 내 의지대로 '선택' 할 수 있었다.
결혼이란 것, 가족이 된다는 것이 책이나 인터넷 공간에서 보듯 그렇게 천편일률 적이지 않다는 것, 서로의 동반자로 친구로 이 한세상 멋지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그 끔찍하고 힘든, 지지고 볶는 겉으로 보이는 모습 이외에 더 끈끈한 무엇인가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도. 그랬기에 가장 혐오하던 제도인 결혼을 내가 선택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두 부부의 이야기가 실려 있는 이 단편집《우리들의 두 여인》을 읽으며 우리 부모님과, 우리 부부, 그리고 나와 엄마, 외할머니, 할머니를 떠올렸다. 각각의 인물들은 저 마다의 사연과 굴곡진 사연을 품고 나이가 들거나 세상을 떠났다. 우리 할머니에겐 사랑이었을 일이 그 본처에겐 철천지한(恨)이고, 전쟁 통에 남편을 잃은 우리 외할머니가 우리 엄마만 데리고 팔자를 고쳤지만 그 팔자가 그 전 팔자보다 더 낫질 않았다는 반전. 이 여인이나 저 여인이나 고생스러운 팔자는 다를 바 없었다. 굴곡진 현대사를 지나오며 고상한, 우아한 여인으로 늙을 수 있는 여자가 얼마나 될까.
<능바우 여인>부부나 <동백꽃 여인>의 부부는 현대의 우리 부모님 세대이다. 어렸을 때는 배를 곯고 오로지 앞만 보며 달려 일하고 자식들을 키워냈다. 정년퇴직 후 퇴직금은 자식들의 사업밑천으로 날리고도 다시 일하기를 권유받고, 그 자식에게 자신이 살던 집까지 내주는 그 와중에도 서로의 자존심과 마음을 헤아리는 능바우 여인의 부부, 동백꽃 여인에서 재혼 후 그렇게 사랑하고 자식들과도 잘 지내던 새어머니와 결국 유산욕심을 드러내는 자식들과 조용히 모든 것을 내려놓은 새어머니의 묘한 대비를 통해 작가는 결국 내 눈에 눈물을 보이게 하고야 만다.
같은 여인으로써 또 그런 부모를 둔 자녀의 입장으로써, 남편이 있는 아내의 입장에서도 이 두 여인의 이야기는 참으로 가슴에 와 닿았다. 참고 인내하고 배려하여 한 가정을 지키고 가족을 단 도리 하며 살아온 우리네 여인들의 이야기. 그 깊이를 어찌 알겠는가. 단편에서 그런 감동을 이끌어낸 작가의 능력에 진심으로 감탄한다. 내가 이래서 소설을 좋아한다. 지금껏 수많은 이야기가 만들어져왔지만 소설은 마르지 않는다. 소설이 마르지 않는 한 우리네 삶도 끝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