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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질 때마다 일어서면 그만,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14년 10월
평점 :
《쓰러질 때 마다 일어서면 그만,》
이외수 작가의 신작이 나왔다 길래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르겠다. 나는 특히 이외수 작가의 소설을 좋아한다. 그의 소설은 다 읽었고 대부분 소장하고 있다. 어느 날 길을 가다 동네 서점 쇼윈도에 전시되어 있던 <외뿔>을 충동적으로 구입하게 되면서 이외수 작가를 알게 되었고 그의 팬이 되었다. 그 후에 그의 소설을 찾아 읽기 시작했고 그 신비로운 작풍에 매료되었다.
솔직히 말하면 난 작가의 최근작들 보다 예전에 나온 작품들을 더 좋아한다. 지금은 작가가 SNS로 대중들과 더 많이 소통하기 때문인지, 그의 글들을 책보다 먼저 SNS로 접하게 되니 책은 예전의 그 간절한 느낌이 조금은 반감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나 웹과 책이 주는 느낌은 완전히 다르다. 다른 세계다.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고, 책 냄새를 맡고 무겁지만 가방에 넣어 출 퇴근 길 버스 안에서, 벤치위에서 읽는 느낌은 그 무엇으로도 설명하기 어렵다.
오늘인가 어제인가 그의 암 투병 소식을 들었다. 며칠 전 마왕 신해철 씨의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후라 그런지 내가 좋아하는 그 누군가가 불의의 사고로, 세월을 거스를 수 없음에 안 좋은 소식을 전할 때면 나도 이제 나이가 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참 많이도 태어나고 또 많이도 아프고, 많이도 떠나간다. 이런 세상에 이외수 작가처럼 솔직하고 기이한, 혹은 처절한 인생을 살아온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참으로 축복이 아니겠는가.
외외수의 팬이라면 당연히 이 책도 구입해 읽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지금 세상이 마냥 즐겁고, 신기하고, 롤러코스터 같이 흥분되는 곳이라는 생각이 드는 젊은이들이라면 아마 이 책을 찾지는 않으리라. 책에 글은 거의 없고 그림만 많아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도 아마, 이 책을 찾지는 않겠지. 그러나 이 깊어가는 가을, 나처럼 없이 사는 사람이 겨울을 앞두고 있는 착잡한 심정이라면, 뭔가 화가 나고 불만이 가득한데 대체 이 감정이 무엇인지 스스로도 잘 모르겠는 사람이라면, 예전 학창시절에 시집 꽤나 읽어 본 감성이 남아있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이 책을 좋아할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어느 순간 그의 문장이 제자리를 걷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더 솔직히 말하면 예전 칼, 벽오금학도, 황금비늘 같은 그런 신비롭고 멋진 소설을 써 주기를 나는 더 바라고 있다. 그의 글을 사랑하고 그의 마음을 사랑하기에 나는 그런 바람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더 바란다면 그가 오래오래 우리 곁에, 아니 나의 곁에 머물러 주면 좋겠다. 영원히 사는 사람은 없지만 그 만은 좀 오래오래 곁에 있어주면 좋겠다. 나는 근엄한 어른은 싫다. 그는 내공 꽉 찬 멋진 작가지만 가끔 말을 잘 못해서 구설수에 오르곤 하는 그 모습이 좋다. 그 때면 그가 아직도 젊은 것 같고, 그 허점이 더욱 인간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제목처럼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쓴 소리를, 촌철살인을 날려주길 바란다.
앗! 이 책 이야기를 제대로 못했다. 그림이 많이 예쁘다. 액자에 넣어서 걸어두고 싶을 만큼. 역시 글보다 여백이 많고, 쓴 소리도 가득, 그 다운 말들이 가득하다. 먼저 내 놓은 에세이들과 아마도 비슷할 것이다. 앞서 말 한 것처럼 세상이 만만하고 즐겁고 잘 나간다고 느끼는 사람은 이 책을 찾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세상이 쓰고 힘들고 감성이 차오르는 그런 때 이 책을 꼭 찾게 될 것이다. 내게 이외수가 그렇다. 몇 년이 지나도 꾸준히 꺼내어 아무 쪽이나 펼쳐 읽게 되는 그런 책. 또한 그런 작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