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월 30일생 ㅣ 소설NEW 1
김서진 지음 / 나무옆의자 / 2014년 9월
평점 :
《2월 30일생》

인간 욕망의 끝은 어디일까. 주인공인 남자는 소위 금 숟가락을 물고 태어난 남자이다. 좋은 집안 존경받는 조부모와 부모에 한 도시를 대표할 만한 가문과 명성과 부. 그는 태어날 때부터 모든 것을 다 가진 남자였고 순탄한 길을 걸어 유학을 다녀와 서울의 방송국PD로 입사했다. 그러나 그가 만든 TV프로그램에서 작가로 만난 한 여자로 인해 완벽해 보였던 그의 인생은 금이 가기 시작한다.
앞서 말한 '욕망'은 그의 인생에 금이 가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돌아보고 인정하게 된 자기 자신, 자기 가족 모두의 굴레였다. 그의 가족과 인생은 결국 그 '욕망'으로 잉태되고 그로 인해 몰락한다. 그는 아내가 있음에도 그 작가와 불륜을 저질렀고 결국 발각되어 임신한 아내와 이혼 말이 오가고 있었다. 그런 즈음 그는 자신의 아버지가 정계에 진출하기위해 여당의 공천을 받으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독립투사이자 6.25 참전 용사인 할아버지의 생애를 조명하는 다큐를 촬영하기위해 고향인 J시로 내려와 있었다. 그런데 이미 헤어진 작가를 그곳에서 만나게 되는데, 그는 그녀가 자신을 스토킹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녀를 따로 만나 다투게 된다. 그런데 차가운 눈이 내린 그 다음날 그녀는 시체로 발견되고 그는 용의자로 지목된다.
그런데 그녀와 다투던 그날 너무 많은 술을 마신 나머지 필름이 끊기고 말아 자신이 살인을 저질렀을 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을 느낀다. 이 일이 지역 신문에 오르자 할아버지는 힘과 권력을 이용해 해결하려 하고 아버지는 이 일로 야당 후보에게 공격당하는 등 위기가 닥친다. 그러나 살인 사건의 범인이 잡히고 이어 그녀의 장례까지 마쳤으나 그녀가 마지막으로 했던 말, 그녀의 유일한 혈육인 언니의 태도와 말, 그리고 이 사건을 조사한 최 형사로부터 들은 조그만 단서들이 그녀가 자신 때문에 이곳에 내려와 있던 것이 아니었고 어떤 비밀을 알아내기 위한 것임을 직감적으로 깨닫게 된다. 그리하여 그는 자신과 자신의 가족들의 은밀한 비밀을 향해 발을 내딛게 된다.
이야기는 일제 강점기 말기 자신의 할아버지가 젊었던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 안타깝고 끔찍하고 기괴한 가족사가 하나하나 밝혀진다. 또한 그 때부터 시작된 뒤틀린 욕망은 결국 그녀의 죽음까지 연결된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였음도 밝혀진다. 그리고 예상을 뒤엎는 거대한 반전. 소설은 일제강점기, 전쟁, 군부독제를 통과해 살아온 한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이 가진 욕망과 허상을 적나라하게 파헤친다. 흥미 있는 이야기, 짜임새 있는 구조, 섬세한 심리묘사, 미스터리, 공포와 추리가 적당한 긴장감으로 연결되어 책장을 넘기는 손까지 떨리게 한 멋진 소설이다.
아쉬운 것이 하나 있다면 책의 제본 문제이다. 145~160p 가 통으로 빠졌다. 한참 흥미 있는 부분에 다음 문장이 연결되지 않아 의아했는데 페이지가 통으로 빠졌음을 발견하고 참으로 아쉬움을 금치 못했다. 전체 이야기를 파악하는 데는 별 무리가 없어서 그나마 다행 이었을까. 하여간 그 허점에도 이 소설은 무척 재미있다, 요즘 읽은 소설 중 우리나라에서 발표되는 작품들은 재미없는 작품이 없었다. 정말로 반갑고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나 재미있는 읽을거리를 찾는 독자들에게도 추리, 스릴러 등의 장르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도 자신 있게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