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네 시
아멜리 노통브 지음, 김남주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11월
평점 :
품절


《오후 네 시》




뛰어난 독창성과 신랄한 문체, 매년 가을이면 어김없이 신작을 내 놓는 왕성한 창작력으로 수많은 독자를 거느리고 있는 벨기에 출신의 작가『에밀리 노통브』언젠가 밴드 공연과 작은 연극을 공연하는 작은 무대를 가진 바에 들렀을 때 <적의 화장법>이라는 연극 포스터를 본 것, 그리고 여기저기서 이름만 많이 들었을 뿐 실제로『에밀리 노통브』의 작품을 접한 건 이 소설이 처음이다. 오후 네 시면 어김없이 자신들의 집을 방문하여 2시간 동안 말없이 앉아있다 간다는 이웃의 이야기가 나의 호기심을 강하게 자극하여 드디어 작가의 소설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글쎄. 나 또한 한적한 시골에서 텃밭과 정원을 가꾸고 근처 숲이나 산에서 심박 수를 적당히 올릴 만큼의 기분 좋은 산책을 할 수 있는 전원주택에 사는 것이 꿈이다. 마당 혹은 정원이 있어 꽃을 심을 수 있고 그 한 편에 고추나 오이 호박 등의 채소들을 경작할 수 있는 그런 곳. 이 소설 속 부부도 그런 마음으로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왔다. 은퇴 후 어떤 일에도 억매이지 않을 수 있고 둘만의 한적한 생활을 할 수 있는. 주인공 부부가 사는 동네 근처 집은 오로지 길 건너편 주인공의 집과 똑 같이 생긴 의사가 사는 집이 유일했다. 나이 많은 부부가 살기에 참 좋은 조건이 아닌가? 사람이 없어 번잡할 일 없고 근처에 의사가 산다니 든든하기도 했겠다.


그러나 이 평화는 초대하지도 않았는데 자신의 당연한 권리인 듯 오후 네 시면 어김없이 찾아와 6시까지 주인공 집에 쳐들어와 2시간이나 앉아있다 가는 앞 집 의사의 방문 때문에 균열이 인다. 이 부부는 아마도 명예와 예의에 일평생 사로잡혀 산 사람들 이리라. 나 같으면 한두 번 그러면 초대하기 전에는 다시는 오지 말아달라고 말이라도 하련만 이 부부는 손님이 오면 대접을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예의이고 의무라도 되는 듯 둘의 사이만 점점 나빠질 뿐 정작 그 당당한 침입자에게는 별 대응을 하지 못한다. 그가 오는 시간에 산책을 가는 것으로 그 시간을 피해도 보고, 아내가 아프다는 이유를 들어 젊잖게 돌아가라고도 해보지만 그 남자는 어떤 상황에도 2시간을 그 집에서 보내려한다. 은퇴 전 학교에서 고대 언어를 가르치던 남편은 대답도 잘 하지 않고 자신의 말을 듣지도 않는 그 남자 앞에서 온갖 철학적인 얘기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나중에는 그를 당황시키려는 목적이었지만 그는 절대 당황하지도 않는다. 그러다 부부는 그의 아내를 본 적이 한 번도 없다는 것을 생각해 내고 그 아내와 함께 초대를 하게 되는데......


소설을 읽는 내내 조금 답답하기도 하고 비현실적인 상황에 당황하기를 여러 번. 이 소설은 그러니까, 소설이라기보다는 아주 독특한 연극 한편 같았다. 출연 인물도 주인공 부부, 앞집 의사 남편과 부인, 소설 후반 부에 전화정도로 처리해도 될 응급의료원 정도뿐이고, 배경도 주인공 부부의 집안 거실 소파와 주방, 남자의 집정도 뿐이었으니까. 결말은 그러니까 더욱 당황스러웠는데, 그런대도 이해가 되고 설득이 되는 뭐 그런 느낌? 그 남자와 아내의 이상한 행동에서 보이는 지독한 무기력감, 이들 때문에 야기되는 긴장감과 완벽한 줄 알았던 부부의 진짜 모습들이 이 소설을 아주 독특하게 만들어 준다.


내가 평소 좋아하는 스타일의 소설은 아니었지만 독특한 묘사와 상황, 이로써 드러나는 인간관계의 진면목, 악마 성, 광기, 혹은 지독한 외로움과 무기력, 의외의 블랙코미디 등이 책장 넘기는 것을 멈출 수 없게 만들었다. 아마도 이래서 작가의 팬들이 많은 거겠지. 아마 영화 보다는 연극으로 만들어 진다면 어떤 연출가를 만나는가에 따라 아주 여러 스타일의 작품이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사람들이 좋아할까? 심리 스릴러, 빠른 전개보다 묘사와 감성에 더 무게를 두는 사람들이라면 꽤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아주 독특한 소설 한편. 연극으로 만나보고 싶다.




에밀리 노통브《오후 네 시》

《오후 네 시》에밀리 노통브[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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