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이야기꾼들
전건우 지음 / 네오픽션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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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이야기꾼들》




"...... 너 실화와 소설의 차이가 뭐하고 생각해?"

"실화는 아무래도 진짜 있었던 이야기니까 더 현실적이고 반대로 소설은 지어낸 거니까 더 비현실적이지 않나요?"

"틀렸어. 더 비현실적인 쪽은 실화야. 도무지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들이 버젓이 일어나는 게 이 세상이지. 그래서 소설은 결코 실화를 따라잡을 수 없어." -p134-



소설을 읽어가다가 이 구절에서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멍해졌다. 그렇지. 지금 현실이 그렇지. 2014년 4월 16일 이후부터. 소설에 푹 빠져 있다가 현실로 잠깐 돌아왔는데 그 현실은 예전의 현실과는 좀 달라 보이더라는 그런 느낌? 기묘한 이야기들을 좋아하는 이유는 도무지 현실에서 일어날 것 같지 않지만 또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아서가 아닐까? 이 소설 속의 7편의 기묘한 이야기는 현실일 것 같지 않지만 또 꼭 일어날 것만 같아서 오소소 소름이 돋는 그런 이야기들이다.


잘 사는 옆 집 캠핑 도구를 빌려 겨우 휴가를 왔다가 계곡에 갑자기 불어난 물로 부모님 모두 돌아가시고 살아남은 소년 '김정우'. 그는 대학 졸업 전 수십 번의 이력서를 낸 끝에 처음으로 서류전형에 통과 했다는 연락을 받은 '월간 풍문' 의 기자가 되었다. 월간 풍문은 외계인, 흉가, 귀신, 혼령, 악귀, 악마, UFO 등 기묘한 이야기들을 찾고 그런 경험을 한 사람들의 인터뷰를 싣는 잡지다. 이곳에서 '밤의 이야기꾼들' 취재를 하라는 지시를 받고 선배와 함께 한 폐가를 찾아 그들의 은밀한 이야기를 듣는다.


그들은 은밀한 폐가, 불도 없는 곳에 둘러 앉아 자신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하나씩 들려준다. 그 이야기들은 너무나 기묘하고 때로는 끔찍하고 너무나 으스스해서 혹시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겁이 날 정도로 흡입력이 있다. 액자 식 구조를 한 소설은 기자 김정우의 입으로 이야기가 전달되기도 하다가, '밤의 이야기꾼들' 참가자 1인칭 시점, 혹은 그들이 관찰자의 입장에서 겪거나 들은 일들을 들려준다. 그리고 소설의 마지막은 '월간 풍문' 출판사로 돌아가 그들이 겪을 다음 일들을 예고하고 끝난다. 아! 다음 이야기, 나오겠지? 작가는 친절할 거야, 그래야해.


각각의 이야기 들은 줄거리 자체가 중요하므로 여기서는 하나도 언급하지 않겠다. 그러나 자신 있게 말 할 수 있는 것은 정말 재미있다는 것이다. 나는 어떤 내용일지 정말 기대하고 책장을 펼쳤는데 그 기대 이상의 즐거움을 맛보았다. 월간 풍문의 이성적인 기자인 주인공, 경험 많은 선배 대호, 휠체어를 탄 여직원 아라, 그리고 피라미드 형 모자를 쓰고 있는 엉뚱하고 유쾌한 캐릭터 편집장까지 출연 분량은 짧지만 영화로 치면 씬 스틸러 들인 그들과 소설의 끝에 암시된 뒷이야기가 너무도 기다려진다. 제발 뒷이야기도 꼭 출간이 되기를 정말 바라고 바라는 바이다. (제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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