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카린 지에벨 지음, 이승재 옮김 / 밝은세상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그림자》




소설을 읽으면서 얼마나 조마조마 했는지 모른다. 소설 속 주인공인 클로에는 광고회사의 부사장이면서 차기 회장의 강력한 후보이다. 그녀는 자신의 일에서 만큼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완벽을 추구하며, 경쟁에서는 절대로 지지 않는 강인함과 아름다운 외모까지 갖춘 완벽에 가까운 여자다. 아직은 남녀의 차별이 있는 사회에서 숱한 풍파와 위기를 이겨내고 서른일곱밖에 안된 나이에 그 자리에 올랐으며, 폭력적인 전 남편으로 인해 이혼의 아픔을 겪었고 현재 멋진 애인까지 있는 남부럽지 않은 커리어우먼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늦은 밤 파티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자신을 위협하는 검정 후드티를 입은 괴한을 만난 뒤 알 수 없는 두려움에 휩싸이게 된다. 그 그림자는 절대 흔적을 남기지 않는 방법으로 그녀 곁을 맴도는데, 집안에 몰래 들어와 물건의 위치를 바꾸거나, 냉장고에 음식을 사 놓기도 하고, 전기를 나가게 하는 등 몰래 따라다니며 그녀만 알아차릴 수 있는 방법으로 그녀를 위협한다. 직장에서는 곧 차기 회장을 발표할 예정이라 그녀의 강력한 라이벌보다 더 큰 실적을 올려야 할 중요할 시기에 그녀는 이 그림자 같은 스토커 때문에 서서히 생활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술과 약이 없으면 잠도 잘 수 없고 늘 악몽에 시달리게 되었다. 그러나 진짜 두려움은 스토커 자체라기보다 그녀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 주위 사람들이다. 그녀의 애인이나 20년 지기인 친구는 스토커에게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다는 그녀의 말을 직장 스트레스로 인한 망상과 착란증이라며 믿으려 하지 않고, 신경정신과의 치료를 받아보라는 말로 대수롭지 않게 받아 넘긴다. 게다가 20년 전 자신의 동생을 죽음 직전까지 이르게 한 과거가 드러나며 소설은 그녀의 두려움이 진짜 스토커 때문인지 아니면 스스로 만들어낸 망상 때문인지 고민하게 만든다.


그리고 한 형사가 있다. 그 남자는 사랑하는 아내를 병으로 떠나보낸 상처를 가지고 있으며, 범인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실수로 후배가 심하게 다치는 사고 때문에 정직 상태에 있다. 그는 우연히 자신의 아내와 너무나 닮은 주인공을 보고 알 수 없는 느낌에 그녀를 도와주려하는데, 이 사건과 유사한 다른 사건이 있음을 알아내고 홀로 조사를 시작한다. 그러나 조사를 하면 할수록 그녀의 히스테리적인 모습과 의학적인 소견 사이에서 진실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다. 저자는 문장 곳곳에 그녀의 과거, 현재의 망가진 모습, 히스테리, 미스터리한 정황과 의학적 정보들 정교하게 배치하여 진짜 진실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게 만든다. 과연 그녀가 겪는 일은 실제일까 망상일까? 결국 드러나는 충격적인 진실! 반전, 그리고 또 한 번의 반전!


600페이지가 넘는 많은 분량이지만 독자는 진실을 알고 싶어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치밀한 심리묘사는 주인공의 심리뿐만 아니라 등장인물들의 캐릭터와 그들의 관계를 멋지게 나타내고 있으며 독자의 주의를 끊임없이 환기 시킨다. 가까워 보이지만 진정으로 관계 맺지 못하는 현대인들의 불안과 피상적인 만남, 각각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욕망과 자격지심, 죄책감. 등장인물들은 과거의 아픔이나 고통과 죄책감 등에 대해서 맞서기보다 회피하고 덮어 두는 피상적인 삶을 살아간다. 문제는 주인공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녀와 관계 맺는 모든 이들에게 있었다. 타인의 문제에 진심으로 관심을 가지는 것이 아니었고 그런 모습을 자신의 삶과 비교하며 늘 더 유리한 위치에 서려고 했다. 이 소설은 몇 가지 장치와 심리묘사를 통해 독자에게 숨 막히는 서스펜스를 선사한다. 이 소설을 읽는 다면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 까지 멈추지 말기를 바란다.




[서평]스토커인가 망상인가, 섬뜩한 서스펜스 심리스릴러 추천!《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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