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넘어서야 할 일본, 비교문화 에세이《당신들의 일본》

당신들의 일본 - 한 몽상가의 체험적 한일 비교 문화론
유순하 지음 / 문이당 / 2014년 8월

《당신들의 일본》

우리에게 일본은 어떤 존재일까? 점점 강경일로를 걷고 있는 극우 파시스트 아베 신조의 독도 발언이 나올 때 마다 인터넷으로 들끓는 여론,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한국 외교 장관이 주한 일본 대사를 불러 엄중하게 야단치는 장면이나 보내주는 방송, 의미 없는 규탄대회(저자의 표현을 빌자면)의 대상 과연 한국과 일본의 이런 모습은, 이런 관계는 괜찮은 것일까?

이 책《당신들의 일본》은 정말 아슬아슬한 책이다. 어떤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갖고 읽느냐에 따라 그 평가도 극명하게 갈릴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개인적으로 저자가 꼭 해야 할 말을 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때로는 저의가 의심되고 때로는 왜 이런 이야기를 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충분히 설득력 있는 이야기였다는 생각이 든다. 이 글을 쓰는 나 역시 일본 이야기라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책에는 술, 음식, 욕, 정치, 기업, 축제, 한류와 일류 등을 비교한 내용과 우리가 잘 모르는 사무라이, 네마와시, 무라하치부 등의 문화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그 방식이 자칫 잘못하면 일본에 비해 한국이 낙후되고 열등하다는 식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싶다. 보면 한국의 모습은 정말 아니다 싶을 정도로 '현실적'이어서 말이다.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부끄럽다 못해 어디 숨고 싶기까지 했으니까. 굳이 일본하고 비교를 해서 그렇지 지금 한국의 문화, 한국의 모습은 정말 기이하지 않은가? 솔선수범하지 않는 권력자와 정치, 관료들, 오로지 돈과 권력에 목숨을 거는 듯 보이는 사람들, 비리, 부패 등 사회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불안과 불만, 불신 등은 나날이 높아가는 자살률을 보면 알 수 있다. 문제는 다른 나라와 비교를 하면 그렇구나할텐데 일본과는 그게 안 되는 것이다. 우리는 깊은 자격지심에 갇혀 늘 일본을 향해 날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일본은 이미 아시아를 넘어서 전 세계를 보고 있다. 인정하기 싫지만 말이다.

현재 아베 신조는 '침략에 대한 정의는 학계에서도, 국제적으로도 확실하지 않다' 든가, '전범은 일본법에 의한 게 아니었다' 등의 발언을 하며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아베 신조의 행적을 비판하고 욕을 하고 규탄대회를 한다. 저자는 과연 이런 양측의 행동이 서로의 관계에 좋을 것인가 하고 묻는다. 나날이 커가는 중국, 극변하는 아시아와 국제 정세 속에서 저자는 그나마 얘기가 통할 것 같은 나라 일본에게도 우리에게도 이러한 관계는 좋을 게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쪽바리라고 욕먹을 만큼 일본이 그리 허접한 나라가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과거를 잊고 친하게 지내야 하는 것도 아니며, 청산할 것은 청산하고 인정할 것은 인정하여 이제 과거가 아닌 미래를 내다보자는 요지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저자는 굳이 일본을 보여주며 우리의 민낯을 들추고 있지만 실은 일본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책의 뒷부분에는 싱가폴과 서독의 이야기도 있고 (폴란드 전몰자 추모비 앞에서 무릎을 꿇은 서독총리 '빌리 브란트' 의 행동을 포함한) 주로 일본과 우리 문화를 비교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지만 결론은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초점이 있다. 일본의 문제는 개개 국민이 아닌 극우 파시스트 들이고, 이런 것을 이용하여 정권을 유지하려는 기득권층이며, 한국에서는 친일파에서 반공을 무기로 살아남아 지금껏 반성의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은, 국익에 반하는데도 개인의 이익만을 위해 일본을 향해(굳이 일본이 아니더라도) 굽실거리는 사람들 때문이 아닌지. 그들이 이른바 국가 지도층으로 온갖 특혜를 누리고 언론, 교육, 경제, 사회, 문화 전반을 장악하고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한 우리의 미래는 어둡기만 하다.

저자는 시민의식의 각성을 촉구하고, 되풀이 되는 무력감에서 이상에 대한 열정과 불의에 대한 분노를 되찾기를, 국가의 주권자는 그들이 아니라 바로 국민이라는 주인 의식을 회복하는 것, 이것이 바로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길임을 말하고 있다. 일본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도, 일본을 극복하고 싶은 사람도, 현 정권이 들어선 이후 더욱 뒤틀려가는 우리의 현재 모습을 타개하기위한 방법을 찾고 있는 사람도, 교양서로도 읽으면 참 좋을 책이다. 추천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