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중궁궐 여인들 - 관능으로 천하를 지배한
시앙쓰 지음, 신종욱 옮김 / 미다스북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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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중궁궐 여인들》




내가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결정적 계기는 바로 이현세 화백의 《천국의 신화》때문이었다. 청소년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될 때마다 늘 그 원인을 만화에 돌리고 두드려 깨던 시절, 천국의 신화는 선정성으로 도마에 올라 법정 다툼에 까지 가게 되었다. 또 고조선 이전의 역사와 신화적인 장면 때문에 종교문제까지 불거진 것으로 기억한다 (단군 할아버지 상의 머리도 깨던 시절이었으니). 그 후 이현세 화백은 오랜 법정다툼 때문이지 붓이 꺾여 총 100여권으로 기획했던 작품이 50권 정도에서 마무리되고 한동안 활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하지 말라면 더 하던 반골이라 그런지 그 책이 얼마나 읽고 싶던지, 우연히 들른 헌책방에서 전집을 발견하고 그 자리에서 바로 구입하여 집까지 그 무거운 책을 낑낑거리며 들고 왔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 전집은 우리 집 거실 제일 잘 보이는 책장, 맨 위에 진열되어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이 땅위에 몇 백, 몇 천 년 전에도 사람이 살았다고 생각하면 갑자기 기분이 이상해진다. 바로 여기서 움막을 짓고 돌도끼를 들고 사냥을 했다니, 한복을 입은 아낙이 물을 길러 오거나, 가마타고 걸어갔을 수도 있겠지. 그렇게 사람들은 형태를 바꾸어 살아오고 또 그렇게 살아가며 만든 모든 것들을 후손들에게 물려준다. 역사는 실은 그 어느 학문보다도 상상력이 필요한 분야가 아닌가 한다. 상상하지 않고 딱딱하게 굳은 사람은 아주 작은 단서에서 큰 이야기를 찾아낼 수 없을 것이니까 말이다. 이것이 바로 '역사'가 가진 묘미가 아닌가 한다. 역사서도 아닌 만화에서 가슴 뛰는 상상력을 접하고 나서 내게 역사는 그 어떤 것보다도 가슴 설레는 것이 되어버렸다.


이 책《구중궁궐 여인들》또한 이런 나의 마음에 쏙 드는 책이다. 가까운 조선만 하더라도 조선왕조실록이 있어서 그 시대상을 대략이나마 알 수 있다지만 그런데도 잘 알 수 없는 곳이 바로 '궁'이란 곳이다. 왕과 왕족들과 궁녀들이 살아가던 곳, 일반인은 감히 출입할 엄두도 내지 못하던 곳. 그 안 구중궁궐 여인들은 대체 어떻게 살았을까? 특히 넓은 대륙에 수 많은 나라가 세워졌다 스러지고, 합치고 찢어지기를 반복하던 현재 중국은 우리 보다 더 많은 절대 권력자와 그를 따르던 무리, 그들이 살던 궁궐에 수많은 여인들을 품었을 것이 아닌 가. 이 책은 역사이기도, 어찌 보면 가십거리이기도 한 또 어찌 보면 수많은 왕과 왕비, 궁녀들의 성과 애정 사 이기도 한, 하여간 재미난 책이다. 어쩌면 정사가 제대로 담을 수 없는 은밀하고 사적인 이야기를 담은 솔직한 책인지도 모르는.


우리가 익히 들어보았던 무 측천, 진시황의 모후, 한 고조 유방의 이야기, 전족의 유래 등 중국 역사에서 한 번 쯤 들어보았고 빼 놓을 수 없는 인물들의 생생하고 사실적인 성과 애정의 이야기들이 선명한 사진, 삽화들과 함께 실려 있다. 그들 사이에 오갔던 시를 비롯한 일화와 풍속 등이 시대나 왕조에 따라 비교 되어 서술되고 있다. 처음부터 읽어도 좋고 궁금한 부분만 먼저 읽어도 상관없이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역사적 사실 중 성과 애정 관련 일화와 풍속들을 소개하는 것도, 그 관점으로 역사를 보는 것도 어느 것도 될 수 있겠다. 아주 재미있고 흥미로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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