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째 대멸종 - 2015년 퓰리처상 수상작
엘리자베스 콜버트 지음, 이혜리 옮김 / 처음북스 / 2014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여섯 번째 대멸종》




나는 요즘처럼 인류가 지구의 가장 큰 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강하게 가져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나의 자연에 대한 관심은 '육식' 때문이었다. 유튜브에서 고문이나 다를 바 없는 공장식 축산업과 잔인하게 이를 데 없는 도축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보게 되면서 고민은 시작되었다. 소고기의 부산물을 다시 소에게 먹여 생겨난 광우병, 한번 병이 발병하면 근처의 모든 소와 돼지를 산채로 묻어버리는 구제역 파동, 푸른 밀림을 밀어버리고 동물들에게 사료로 공급할 곡물을 재배하는 모습과 지구 반대편의 굶주림.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 빨리, 소비자에게 값싼 고기를 공급하기 위해 벌어지는 일련의 기이한 과정은 정말로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결국 여러 번의 실패 끝에 겨우 채식을 생활화하게 되었다.


대멸종 이야기를 하면서 왜 뜬금없는 채식타령이냐고 할 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 사육과 육식의 싸이클을 들여다보면 바로 '인간'이 보이기 때문이다. 동물이 고기 생산 도구로 대해지는 순간 더 이상 생명이 아니게 되며, 먹는 것만이 아니라 우리고 입고, 신고, 드는 의류잡화의 경우도 털 달린 동물들과 가죽을 제공하는 동물은 그저 털과 가죽의 생산 도구쯤으로 여겨진다. 이런 생각을 하는 인간은 이제 동류인 인간까지도 사고, 파는 도구쯤으로 생각하게 되었나 보다. 상대적으로 가난한 나라의 국민들은 장기를 꺼내 팔고, 부유한 나라의 불임 부부를 위한 대리모 산업의 중심에 서있다.


과거 오랜 지구의 역사 중에 큰 멸종이 닥친 적이 5번이나 있었다 한다. 지구상에 동물이 출현한 이래 최소한 11차례에 걸쳐 생물이 크게 멸종했는데, 그 가운데 가장 큰 멸종이 있었던 다섯 차례를 '대멸종'이라고 부른다.


- 1차: 4억 4천3백만 년 전- 고생대 오르도비스기/고생대 실루리아기 경계

- 2차: 3억 7천만 년 전- 고생대 데본기/고생대 석탄기 경계

- 3차: 2억 4천5백만 년 전- 고생대 페름기/중생대 트라이아스기 경계

- 4차: 2억 1천5백만 년 전- 중생대 트라이아스기/중생대 쥐라기 경계

- 5차: 6천6백만 년 전- 중생대 백악기/신생대 제3기 경계


이중 제3차 대멸종은 가장 큰 규모의 것으로, 해양 동물 종의 96%가 멸종되었고, 제5차 때 공룡이 멸종했다. 고생물학자들은 대멸종의 원인에 대해서 오랫동안 논의해왔는데, 소행성 충돌, 화산폭발, 기후와 해수면의 변화들의 조합이 주요원인일 것으로 추측한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대멸종 [Mass extinction] (시사상식사전, 박문각)- 


그리고 여섯 번째. 이 여섯 번째 대멸종이 이미 우리사이에 일어나고 있다면 어떨까? 그것도 바로 이 '인류'에 의해서.


사실 이 책《여섯 번째 대멸종》은 기대와는 조금 다른 책이었다. 나는 앞서 말한 5대 대멸종에 대해서 자세한 설명과 함께 현재 진행 중인 6대 대멸종에 대한 학술적인 이야기를 기대했지만, 이 책은 파나마 황금개구리부터 시작해서 큰바다쇠오리, 수마트라코뿔소, 네안데르탈인들의 멸종과정에 대한 이야기와 바다의 산성화와 바다 생물, 숲과 나무들이 서서히 사라지고 변형되는 모습을 직접 찾아다니고 인터뷰한 내용을 담은 르포형식의 책이다. 땅을 파다 현재에는 존재하지 않은 동물의 뼈를 만나면 진화의 증거로 볼 것인지로 학계가 들썩였던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이를 멸종의 증거로 본 과학자의 주장이 충격으로 다가왔던 시절의 이야기며, 불고 몇 십 년 만에 더 이상 보기 힘든 생물이 된 황금개구리와 이제 이들을 살리기 위해 수족관에서만 살아가게 해야 하는 이야기, 여러 나라 바다로, 산으로 직접 발로 뛰며 경험하고 인터뷰한 생생히 살아있는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중요한 것은 멸종은 이미 서서히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고, 그 이유가 바로 '인류'때문이란 것이다. 인간은 빠르게 번식을 했고, 과학의 발전이라는 미명하에 대기 성분을 바꾸고, 열대 삼림을 파괴하고, 지구 여러 곳을 여행하며 병을 퍼뜨리고, 바다의 화학적 성질을 변형하고 있다. 처음엔 그 안에 식물과 동물은 이동하며 변화에 적응하겠지만 서서히 그 운명은 수족관 속 황금개구리와 별 반 다를 것이 없게 될 것이다. 비단 우리 산천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깊은 산 속에 살던 포식자들이 어찌 되 버렸는지.


그렇다면 스스로 만든 멸종 속에서 과연 인류에서 닥칠 결과는 무엇일까? 끔찍하지만 결국 '생태계의 변형'에 의해 마침내 멸종되리라는 결론이 어쩌면 당연한 것이지 않을까? 물론 긍정적인 시각에서 '인류의 독창성은 그 독창성이 만든 재난보다 더 빠를 것' 이라는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말이다(하다하다 안되면 다른 행성으로 이주라도 가는). 그러기 전에 이 책이 품은, 지구에 닥친 현실과 의문들에 귀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그저 내가 사는 동안만 괜찮다면 별 상관없다는 생각, 과학기술에 대한 무조건 적인 기대는 너무 안일하고 이기적인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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