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트] 유다의 별 - 전2권 ㅣ 유다의 별
도진기 지음 / 황금가지 / 2014년 7월
평점 :
《유다의 별1,2》

《유다의 별1》
얼마 전《유다의 별》의 출간 소식을 접하고, 작가인『도진기』의 전작 <나를 아는 남자>를 굉장히 재미있게 얽었던 사실이 떠올랐다. 그 작가의 소설이라 아무런 망설임 없이 이 소설도 읽게 되었고, 소재 역시 사이비 종교에 대한 것이라 더욱 기대가 되었다. 이 소설《유다의 별》의 주인공인 변호사 고진이 등장하는 <붉은 집 살인사건>,<라 트라비아타의 초상>,<정신자살>을 통해 이미 기발한 트릭, 본격 미스터리로 장르소설을 좋아하는 많은 팬들을 거느렸다는, 게다가 현직 판사라는 작가의 독특한 이력도 이 소설의 매력을 높여주는 아주 큰 요소임에 틀림없고.
이 소설의 중요한 소재인 '백백교'는 조선이 일제강점기에 있던 1900년대 초반에 실제로 횡행했던 종교이다. 동학교도이던 전정우가 동학의 일 분파로 '백도교'를 창설했고, 그가 죽자 간부들과 자식들 사이에 분쟁이 일어나 여러분파로 갈라지게 되는데 1923년 둘째 아들 전용해가 주도해 '백백교'를 창립하게 된다. 이들이 민중을 사로잡은 것은 종말론이었는데 여느 사이비 종교가 그렇듯이 수많은 사람의 재산을 탈취하고, 여성을 유린한 것을 넘어서 자신들을 따르던 교도들 300여명 이상을 무참히 살해하고 암매장했다. 그 중 한 살인 사건이 빌미가 되어 당시 백백교 교주였던 전용해는 도피 끝에 자살하고 잔당들은 잡혀 일망타진 당했다 하는데, 이 소설은 그때 백백교가 일망타진 당할 때 흔적도 찾지 못했던 어마어마한 자금을 찾는 듯 보이는 한 무리가 등장하고, 자금의 출처를 알 수 있는 암호가 적힌 광목천을 찾는 과정에서 벌어진 6건의 살인사건의 범인과 진실을 파헤치는 경찰 이유현과 변호사 고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소설 속 교주 '전용해'의 사체가 발견된 상황이 참으로 흥미로운데, 2014년 4월 16일 한국 사회를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세월호 사건>, 이 사건의 중요한 키를 쥔 기독교복음침례회의 '구원파'의 지도자이자 전 세모그룹의 총수 '유병언'이 도피 끝에 야산에서 변사체로 발견 된 것과 절묘하게 닮아있기 때문이다.《유다의 별》1권에서는 이 이야기가 굉장히 중요한 사건으로 등장하고 후반부에도 중요한 재료로 쓰인다. 주요 등장인물인 경찰 이유현과 변호사 고진, 살인의 배후에 있는 용해운, 백백교의 자금을 먼저 찾으려는 사채업의 큰손인 김성노와 그의 변호사 화미령 등이 등장하고 용해운 일당이 벌인 컨테이너 밀실살인, 경찰 토막살해, 일가족 몰살 등 총 6건의 잔인한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그러나 범인의 용의주도함으로 체포는커녕 경찰이 오히려 범인의 알리바이를 증명해주는 꼴이 되거나, 범인이 누군지 뻔히 짐작을 하면서도 법 때문에 잡은 용의자를 풀어주어야 하는 주인공의 답답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등장인물의 성격과 특징, 범인의 등장과 사건의 연이은 발생, 빠른 전개와 긴장감, 밀실 트릭과 사건의 열쇄인 '광목천의 암호문'이 주는 지적 호기심에다 '백백교'라는 희대의 사이비 종교가 주는 충격과 비밀은 작가의 필력으로 잘 버무려 있으며,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전개로 독자에게 추리소설이 주는 재미를 제대로 보여준다.
1권에서 등장인물과 사건까지 모두 보여주었으니 이제 2권에서 이 많은 요소들이 어떻게 해결하고 연결하여 이끌어 갈지 정말 기대가 된다. 범인으로 보이는 용해운이 하려는 일은 무엇이며, 혹시 그 배후에 다른 인물이나 목적이 있는지,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2개월 정직까지 당한 이 형사는 과연 어떻게 진실에 다가갈지 주인공인 변호사 고진은 어떤 식으로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을지 정말 궁금하고 기대가 된다. 범인에게 번 번히 뒤통수를 맞는 현실적인 형사와 특유의 유머로 웃음을 주는 변호사의 활약도 말이다.

《유다의 별2》
《유다의 별1》에서 드러난 사건의 배후 '백백교'의 일당들, 이들이 백백교의 숨겨놓은 자금을 찾으려다 저지른 6건의 살인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이를 해결하려다 2개월 정직까지 당한 경찰 이유현. 그리고 빠른 두뇌회전과 추리력, 엉뚱한 상상력으로 사건의 본질에 다가가는 고진 변호사의 활약상. 2권에서는 1권에서 벌여놓은 사건들을 추리하고 해결하는 과정이 담겨져 있다. 그 과정은 여느 추리 소설에서보다 현실적인데 이는 작가가 현직 판사라는 이점이 작용한 듯 보인다. 전화 몇 통, 추리로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아닌 주인공 둘이 직접 발로 뛰고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고 추리의 오류를 해결하는 과정이 전개되어 참으로 긴박감 있으면서도 답답하기도, 궁금하게도 만들면서 독자들을 가지고 논다.
《유다의 별》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사이비 종교라는 흥미로운 소재, 밀실, 보물찾기, 암호문 등의 지적 호기심과 추리하는 순수한 즐거움, 범인과 주인공의 두뇌 싸움 등이 되겠다. 이야기는 1권에서 흩어 놓은 전재들을 바탕으로 추리를 통해 범인이 쓴 수법을 알아내고 해결함으로써 살인사건들의 범인을 찾고 그들이 이런 일을 저질러야 했던 백백교의 비밀을 파헤치는 것이다. 그들이 진실에 다가가는 과정은 죽음을 무릎 쓴 위험이 있기에 그 누구도 믿을 수 없으며, 독자 또한 주인공들처럼 끊임없이 머리를 굴려야 한다. 그리고 결론, 몇 번의 반전! 아! 작가의 필력에 감탄할 뿐이다. 이렇게 재미있는 본격 추리소설을 얼마 만에 읽어보았던 것인지, 게다가 멋진 작품을 쓴 작가가 한국 사람이라는 것이 더욱 반가울 따름이다. 내심 일본의 추리 소설들을 읽으며 왜 우리나라엔 이런 작가가 없는 건지, 있는데 빛을 못 보는 건지 아쉽기만 했었는데 이런 멋진 작가가 있다는 것이 참으로 자랑스럽다. 장르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고, 소설의 재미만으로도 이 소설은 충분히 그 가치가 있다. 망설이지 말고 꼭 읽어보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바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