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앰트
대니얼 H. 윌슨 지음, 안재권 옮김 / 문학수첩 / 2014년 7월
평점 :
《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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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우리는 어떠한 모습을 하고 있을까. SF영화나 소설에서 보면 우리의 미래가 그리 밝지는 않은 것 같다. 얼마 전에 읽었던 <소설 백년법-야마다 무네키>에서는 불로불사의 바이러스를 주입해 죽음이 없는 사회의 위험을 보여주기도 하고, <영화 아일랜드>에서는 유사시에 도너로 사용될 복제 인간을 만들어 둔 미래사회를 보여주기도 했다. 안드로이드는 어떨까? <영화 AI, 바이센테니얼 맨> 등의 영화에서는 높은 지능을 가진, 때로는 인간보다 더 인간미 넘치는 안드로이드가 등장해 인간성에 대한 고민을 하게 만들지도 않았던가? 이 소설《앰트》또한 우리의 멀지 않은 미래에 대해 진지한 고민거리를 던진다.
발달된 과학기술은 의료의 영역에도 불가능의 분야를 줄여가고 있다. 이 소설에서는 발달장애나 사고, 질병 때문에 생긴 장애를 치료하기 위해 사람의 뇌에 직접 이식하는 '뉴럴 오터 포커스' 라는 장치로 발달장애나 정신질환을 치료하는 획기적인 기술이 등장한다. 뇌를 직접 통제하는 이 장치는 시력, 청력 등의 신체장애와 정신 지체, 학습장애를 치료할 수 있게 될 뿐만 아니라, 뇌와 직접 연동되는 인공 팔, 다리를 장착해 인간 생활의 혁명을 일으킨다. 그러나 의료용으로 시술된 이 기술은 다양한 질병 치료에는 획기적이었으나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일으킨다. 장치를 이식 받은 사람과 아닌 사람의 학습능력, 운동능력 차이로 인해 형평성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처음에 사람들은 이 변화를 '문제'로 인식하지 않았다. 그러나 기술로 인한 역차별이라 느낀 사람들이 이의를 제기하고 법원에서 이 장치를 이식한 사람 즉, <앰프>를 법이 보호하는 시민이 아니라는 판결을 내리게 되면서 문제는 것 잡을 수 없이 커진다. 그러나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국가는 이 기술을 의료용이 아닌 '군사'용으로도 실험했다는 것이다. 아니 애초에 이 기술은 완벽한 군인을 만들어내기 위한 프로젝트였던 것이다. 주인공은 이 몇 안 되는 군사용 장치를 이식받은 사람 중 하나였고, 이후 인간 사회에서 강제로 쫓겨난 앰프들이 모여 살게 된 에덴 구역으로 도망치게 되는 과정에서 그 사실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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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소설에서 대립은 앰프와 비 이식 인간, 레지들 사이의 대립이 아니라 '순수한 자부심'과 '자유 신체 해방그룹'이라는 극단적 단체의 전쟁으로 그려진다. 앰프에게도 레지인 가족이 있고, 사회에는 앰프 차별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앰프를 없애야 한다는 극단적인 목소리를 내는 쪽을 대표하는 정치가는 끊임없이 전쟁의 위험을 제기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여기저기서 앰프들의 소행으로 보이는 테러가 발생하고, 반대로 앰프들에게도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고 에덴에 불을 지르는 등의 폭력이 계속되자 사회는 점점 더 험악해져간다. 주인공은 이런 위기에서 자신도 모르는 능력을 이용하여 앰프들을 위기에서 구해낼 수 있을까. 주인공처럼 군사용 장치를 이식받은 앰프들이 극단주의자들과 벌이게 될 전쟁은 과연 어떤 의미가 있으며 이 사태를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인가. 소설은 반전을 거듭하며 끝까지 긴장감을 이어간다.
이 소설은 인간과 앰프들의 대립보다는 이들로 형상화된 어떤 관념의 대립이 그려져 있다. 우리 손으로 만든 기술은 인류를 자유롭게 할 수도 몰락의 길로 몰아갈 수도 있으며, 이런 기술의 발전은 사회 계약의 여러 면을 늘 수정하도록 압박할 것이다. 또한 이러한 틈에는 늘 사람들 위에 군림하고자 하는 욕망들이 싹 트기 마련이다. 이러한 변화에는 늘 철학적 고민이 뒷받침 되어야 하는데 우리의 인식은 기술보다 늘 한 발짝 느리다. 시민권, 성별, 인종의 차별 극복의 역사도 아직 현재 진행형이고 동성애로 인한 결혼과 가족 개념의 정립도 도마 위에 올라와있다. 이 소설 속 모습은 조금 극단 적이긴 하지만 현재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저자는 소설 속 주인공의 고뇌를 보여주며 이 기술을 쓰는 '사람'에게 초점을 맞춘다. 어떤 기술이든 결국 그 기술을 쓰는 '사람' 이 문제라고 말이다.
SF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도, 스릴러나 추리물을 좋아하는 사람도, 뭔가 새로운 소설을 원하는 사람도, 화끈한 액션을 좋아하는 사람도 이 소설은 충분히 매력적일 만하다. 또한 재미뿐만 아니라 메시지까지 갖춘 아주 훌륭한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소재, 줄거리, 등장인물, 반전까지 치밀하며 탄탄하다. 특히 주인공이 이식받은 특별한 군사용 장치인 <제니스>가 발현되는 장면의 묘사는 특히 압권이다. 올 여름이 가기 전에 꼭 읽어보길 추천하며 곧 영화화 된다니 정말 두 손 들고 환영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