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문화유산 청동기 비밀을 풀다 - 다뉴세문경, 비파형 동검, 신라 범종 재현기(再現記)
이완규 지음 / 하우넥스트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한국의 문화유산 청동기 비밀을 풀다》





이 책을 접하기 전까지 나는 <다뉴세문경>의 뜻도 제대로 알지 못했다. 역사 수업을 받을 때도 다뉴세문경, 비파평동검, 팔조령 등이 고조선의 유물이며 고귀한 신분을 나타내거나, 제사장들이 제사 지낼 때 썼던 것이라는 말 밖에 듣지 못했다. 특히 다뉴세문경은 그 무늬가 복잡하고 정교하여 현재까지도 복원을 하지 못하는 한국의 불가사의 7가지(고인돌 별자리, 신라의 황금 보검, 고구려의 개마무사, 무구정광대다라니경, 고려 수군의 함포, 훈민정음, 다뉴세문경) 안에 들어간다고만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고정관념에 과감히 도전한 사람이 있었으니《한국의 문화유산 청동기 비밀을 풀다》의 저자 『현응 이완규』 선생이다. 저자는 금속공예와 주물 작업을 해 온지 40여년이 된 베테랑이다. 우연한 기회에 청동검 주조 과정을 재현하게 되면서 우리 조상들의 청동기의 매력에 빠져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세계최초로 복원해내게 되었다. 이 책에는 『다뉴세문경』『비파형 동검』『신라 범종』재현기가 자세한 방법, 실제 사진과 함께 실려 있다.


『다뉴세문경』은 뒷면에 뉴(鈕-꼭지, 고리)가 여러 개 달린 청동거울을 말하는데, 무늬가 치밀하면 세문, 거칠면 조문경이라 한다. 학계에서 정설은 흙으로 거푸집을 만들어 청동을 부어 만든 것으로 되어 있지만 실제 복원에 성공한 저자는 활석에 직접 조각하여 청동을 부어 만든 것이라 주장하며, 여러 증거를 들어 거울 혹은 제의에 쓰인 종교적 신기(神器) 뿐만 아니라 전쟁 같은 유사시에 빛을 반사하여 메시지를 전하는 일종의 '신호기'역할을 하였을 것이라 추론한다.


『비파형 동검』또한 새로운 것을 많이 알게 되었다. 우리는 중국의 악기 비파를 닮았다 해서 비파형 동검이라 이름을 붙였지만, 다량의 조선 청동검이 발견된 중국 심양에서는『조선검』이라 칭한다고 한다. 주석이 7~10% 함유되어있는 중국 청동기와는 달리 조선 검은 주석이 20%이상 함유되어 있어 합금 성분이 다르며, 손잡이도 주물을 같이 붓는 중국 것과 달리 조선 것은 칼날과 손잡이를 따로 만들어 조립한 주조 기법에서도 차이가 있고, 크기와 문양에서도 큰 차이를 보이며, 요령지역에서는 땅만 파면 조선검이 나올 정도로 흔하다고 한다. 또한 이를 복원한 저자는 역시 학계의 정설과는 달리 이 검 역시 활석 거푸집을 이용하여 복원 하였고, 제의나 권력자에 한해 사용된 것이 아닌 강력한 무기로써 직접 전쟁에 쓰였을 것이라 주장한다. 이는 또한 조선 검술을 연구하는 <안편노>선생과 함께 직접 시연으로 복원했다. 이와 함께 무기류로 추정되는 이형동기들 즉 팔주령(안에 든 구슬이 무서운 소리를 낸다), 방패형 동기(방패), 간두령(대를 연결하여 봉으로 사용), 청동 도끼 또한 함께 복원하여 고조선의 강력한 군사력을 뒷받침 한다. 저자는 이 모든 사항들을 취합하면 중국의 동북공정을 막을 수 있는 강력한 증거가 될 것이라 주장한다.


『신라 범종』인 <상원사종> 재현과정을 보니 어떻게 그렇게 아름다운 소리가 나는지 알 것 같았다. 전통 기법인 밀랍주조기법이 일제 강점기에 맥이 끊겨 일본에서 들어온 주형절삭기법으로 만들 수밖에 없었던 <보신각 신종> 제작 과정의 이야기는 참으로 답답했고, 뒤에 나온 밀랍주조기법을 이용한 <상원사종>재현 과정은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을 정도로 정교하고 복잡하였다. 마지막 장『끝나지 않은 범종 제작 논쟁』에서 학자들과 문화제청의 탁상 행정과 장인들의 연구와 실재 재현의 간극은 이 사회에 만연한 강직성을 보는 것 같아 답답함을 느끼기도 했다.


이 책은 우리 소중한 문화제의 실재 복원 기를 담고 있다. 자세한 주조과정의 설명과 큼직하고 선명한 사진은 정말 멋진 자료이기도 하고 역사책속에서만 보았던 유물들이 2014년 현재에 다시 살아난 듯 진한 감동을 주기도 했다. 책을 펴자마자 거의 2시간도 안돼서 다 읽을 정도로 몰입도가 좋았고 재미있었다. 이 책은 나처럼 역사와 유물에 관심이 있는 사람 뿐 아니라 학생이 있는 집에서는 참고자료로도 손색이 없다. 저자의 장인으로써의 책임감과 성실함, 간절함은 우리 역사의 유물만큼이나 아름다워 보였다. 이 책 덕에 우리 고대사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졌고, 많은 것을 알 수 있게 되어 정말 고마움을 느낀다. 많은 분들께 읽히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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