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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세트] 백년법 (상,하) : 제66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대상 수상
야마다 무네키 지음 / 애플북스 / 2014년 7월
평점 :
판매중지
《백년법 상,하》

우리는 막연히 오래 살기를 바라는 것 같다. 그래서 때마다 좋은 것을 챙겨먹고 운동을 하며 매년 종합검진을 통해 자신의 건강을 체크한다. 의료, 과학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면서 과거에는 불치병이라 불리는 질병들의 치료법은 물론 한발 앞서 예방하는 법까지도 알 수 있게 되었고, 그 때문인지 우리의 수명은 불과 몇 십 년 전에 비해서도 많이 늘어났음을 피부로 느낀다. 이제는 누구나 100수를 바라보고 이에 발맞춘 듯 보험도 모두 100세가 기준이다. 이제는 50대 퇴직 후 나머지 인생 50년을 어떻게 살지가 고민인 세상 아닌가. 그런데 우리수명이 완전히 늘어나 늙지도 죽지도 않게 된 다면 어떻게 될까? 일본에서 이런 주제를 가진 소설이 나왔다. 초 고령사회에 들어선 일본에서 이런 소설이 나왔다니 참 의미심장하다. 우리 대한민국도 이미 일본처럼 고령화 사회에 들어섰다니 말이다.
1945년, 총 6발의 원자폭탄으로 일본의 도시들이 송두리째 폭파되면서 일본제국은 패망하고 미국의 점령 하에 놓이게 된다. 소련과의 냉전 중이던 미국은 일본을 다시 일으켜 공산주의에 대항하는 방파제로 만들기 위해 이미 미국에서 실용화된 <인간 불로화 바이러스 HAVI> 를 접종하고 이에 따른 생존제한법인 <백년법>을 제정한다. 누구나 HAVI시술을 받을 수 있지만 백년 후에는 더 이상 시민의 권리를 행사할 수 없게 되며, 안락사를 위해 자진 출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후 100년. ID카드 한 장으로 모든 것이 통제되고, 노화가 사라진, 과학이 눈부시게 발달된 사회. 일본에서 첫 백년법을 시행해야 하는 시기가 오자 사회도 정치권도 요동치기 시작한다. 정치권에서는 집권을 의식한 듯 백년법 시행을 동결하겠다는 말이 나오고, 또 한 쪽에서는 미래를 위해서 백년법을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또 한 쪽에서는 살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소요가 예상되면서 갈등은 커진다. 그러다 이 문제로 국민투표까지 실시하게 되고 일정기간 유예시간을 가지자는 것으로 일단락된다. 그러나 일정 기간 유예일 뿐 몇 년 후에는 정말 죽어야 하는 것이다.
결국 다시 백년법이 시행 되어야 하는 시점이 오자 또 다른 문제점이 발생하는데 형태는 그렇지 않지만 실제로는 독재나 마찬가지인 대통령제가 시행되고 대통령의 특별 지정을 받은 사람은 백년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도 되는 법률이 제정된다. 자연히 권력자들은 대통령에게 종속되는 처지가 되고, 반대로 백년법의 적용을 피해 사회에서 이탈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되는데, 이들은 사회와 공권력의 눈을 피해 그들 스스로 마을을 만들어 살아가고 여러 마을이 연대하여 공권력에 대항하는 세력이 된다. 그리고 등장인물 중 유일하게 HAVI시술을 받지 않은 노화인간인 주인공은 그 한 군데 마을의 수장이 되어 이들을 돕게 된다.
누구나 죽지 않는 사회가 되면 과연 행복할까? 사고나 특별한 질병이 아니고서야 누구도 죽지 않는 사회. 이 소설에서는 예상처럼 그런 사회가 그리 낙관적이지는 않다. 땅도 재화도 일자리도 한정되어 있으니 자연히 경쟁은 치열해 지고, 자녀가 HAVI시술을 받게 되면 가족관계는 종료 되어 사회의 가장 기본 단위인 가족이 해체되고 신체는 젊지만 정신은 늙어버린 사회. 법이 없다면 과연 이 사람들은 언제 죽어야 할까. 누구는 시기가 되면 강제로 죽어야 하지만 누구는 죽지 않아도 된다면 이는 생명에 대한 차별이 아닐까? 이런 고민들 속에 영원한 권력을 갖고자 하는 욕망을 가진 사람이 국가 기관을 장악하여 주인공과 대립하는 모습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작가는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독재관>이라는 제도의 당위성을 주장하는데, 유사시에는 의사 결정이 느린 <대의 민주제> 보다는 한명의 책임감과 도덕성이 있는 <독재관>이 더 효율적이지 않은가 하는 질문까지 던진다. 물론 이 소설 안에서는 모두가 죽지 않는 사회를 뒤엎는 엄청난 반전의 설정이 있기에 어쩌면 적절했는지 모르지만, 독재의 잔재가 여전히 작용하고 있는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정말 위험한 생각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기 불편하기도 했다.
소설은 상하권 합쳐 800쪽을 넘는 꽤 많은 분량이지만 가독성이 좋아 금방 읽을 수 있었다. 흥미로운 소재, 메시지, 매력적인 등장인물, 사건 전개와 구성, 반전까지 흠하나 없이 정말 재미있는 소설이다. 어쩌면 우리의 미래일 수 있는 이야기, 가볍지 않은 주제, 인간성, 삶과 죽음, 생명의 철학적 고민, 인간이 모여 만들어가는 사회와 국가 시스템에 대한 진지한 질문들. 소설을 읽으면서도 읽고 나서도 쉬 사라지지 않는 여운까지. 소설의 재미를 지키면서도 사회성까지 갖춘 소설, 쉽게 만날 수 있는 소설은 아니지 않는가. 추리, 스릴러 장르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도 재미있는 소설을 찾는 사람도 모두 만족 시킬 수 있는 훌륭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