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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은 어디에
오수완 지음 / 곰 / 2014년 6월
평점 :
품절
《탐정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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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간히 실험성이 강한 소설을 만난다. 얼마 전에 읽었던 달리의 그림을 글로 옮겨 놓은 듯 어지러운 소설 <노예 틈입자 파괴자>도 그랬고, 색채를 소재로 스릴러와 액션, SF를 합해놓은 듯 독특한 느낌의<색채 처방소>도 그랬다. 이 소설《탐정은 어디에》도 조금은 당황스러웠는데, 좀 유머러스하기도 하고 블랙 코미디 같기도 하고, 제목처럼 탐정 추리소설 같기도 한 참 독특한 소설이었다.
그러니까,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뭔가 새로운 소재와 새로운 캐릭터의 탐정의 활약을 기대했었다. 책 자체에 대한 소설이라는 발상도 참으로 흥미로웠고.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난 후 느낌은 뭐랄까, 책에 대한, 탐정 소설에 대한 거대한 농담이라는 작가의 말이 정확함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된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이미 책 소개 글을 보며 이 구절을 읽은 것 같았는데, 왜 그저 보고 흘린 것인지. 이 책은 내용과 전개 보다 정말 책 자체에 대한 농담이다.
등장인물들의 이름도 뭔가 독특한데 싶었는데 마젠타, 블로디 등 모두 인쇄물에 쓰이는 4가지 색의 이름임을 알아채고,"독자의 편의를 위해" 라는 편의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말을 버릇처럼 달고 사는 등장인물들을 보며 비로소 이 소설의 진짜 의도를 알 수 있었을 때 까지는 많이 혼란스러웠다. 그러니까 이들은 모두 종이로 만들어진, 활자가 인쇄되어 있는 책이란 물리적 존재와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 그 책이 포함한, 물리적인 것 이외의 이야기 전개, 등장인물, 초고, 이야기에 살을 입히는 글을 써가는 과정, 책의 일상적 구절, 출판 과정 등 의인화된 책의 모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이 소설의 진짜 모습이다. 거기에 독특한 것은 4편의 중편 소설이 하나의 장편 소설이 된다는 것이다.
이 소설은 일반적인 추리소설로 생각해서는 안 될 것 같다. 작가의 유머, 블랙 코미디를 받아들일 수 있어야하며, 저자가 의인화 하고 살짝 비틀어서 묘사하는 책 자체에 대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획, 출판, 판매 경로까지 조망한다는 생각, 이 과정을 어떤 식으로 표현했는지를 본다는 시각으로 읽는 다면 꽤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만일 나처럼 탐정이 추리하는 소설, 이야기를 기대한다면 이 책 몇 장도 읽기 힘들지도 모른다. 저자의 의도, 저자의 농담을 이해한다면 좀 황당할지는 모르지만 꽤 독특한 체험이 될 것이다. 또한 나처럼 상상력이 고갈 된 사람이 읽기에도 좀 힘들지 모르겠다. 그러니까 어떤 책인지 알고 접근하는 독자와 그렇지 않은 독자들의 평가의 간극이 크리라는 생각이 들고 어떤 책인지 알고 접근한다면 꽤 독특하고 재미난 소설임에는 틀림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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