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잃어버린 앨리스를 부탁해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기억을 잃어버린 앨리스를 부탁해》





'기억상실'은 드라마나 영화, 소설에서 단골로 쓰이는 소재다. 갈등이 고조되어 갈 때 주인공의 기억상실은 참으로 드라마틱한 전개를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은 것을 언제, 어떻게 '터트리냐'에 따라 반전의 효과는 극대화 된다. 이 소설은 세 아이를 키우며 집안일도 남편의 내조도 완벽하게 수행하는 중상류층 주부의 이야기다. 기억을 잃고 10년 전으로 돌아간 주인공 앨리스는 한동안 큰 이슈가 되고 우리나라에서도 사랑을 받았던 미국 드라마 '위기의 주부들' 의 철두철미한 완벽주의자 '브리'를 닮은 캐릭터다.


앨리스는 친구와 함께 다니던 운동 센터에서 뒤로 넘어지며 뇌진탕 때문에 10년간의 기억을 잃어버리고 만다. 소설 속 현재의 시점은 2008년이지만 앨리스의 기억은 1998년 첫 아이를 임신한 29살로 돌아가 있다. 이때는 주인공이 남편과 사이에서 첫 아이를 임신한 가장 행복했던 시점이다. 친 언니인 엘리자베스와도 사이가 좋았고, 부부사이도 더 할 나위 없이 좋았던 시점. 그러나 2008년의 앨리스는 그렇지 않다. 앨리스는 잃어버린 기억을 찾기 위해 애쓰지만 자신의 과거를 찾고자 노력 할수록 자신이 되고자 했던 사람과 살아가고자 했던 삶과는 전혀 다른 인생을 살았던 자기 자신을 마주하며 혼란스러워한다. 게다가 그렇게 사랑하고 믿었던 남편과는 이혼 소송중이며, 세 아이의 양육권으로 피터지게 싸우고 있다는 사실, 그렇게 가까웠던 언니와는 데면데면한 사이가 되어있다는 사실은 그녀를 더욱 좌절하게 만든다.


소설은 얼마 전에 읽었던 애거서 크리스티의《봄에 나는 없었다》를 떠올리게 했다. 혼자 떠난 여행에서 늘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발견했던 주인공처럼《기억을 잃어버린 앨리스를 부탁해》의 앨리스도 우연히 찾아온 기억상실이라는 위기로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찾게 되는 설정은 묘하게 닮아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은 좀 무겁고 잔뜩 긴장을 해야 하는 심리 스릴러였지만 《기억을 잃어버린 앨리스를 부탁해》는 좀 더 가볍고 로맨스의 달달함을 갖춘 소설이기에 편안하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전자는 '잃어버린 것'을 후자는 '다시 찾은 것' 이 가장 큰 차이점이랄까? 


이혼 소송과정에서 앨리스는 새로 데이트하는 남자도 생겼지만, 기억을 잃은 2008년의 앨리스는 남편인 닉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앨리스는 사랑스럽고, 편안하고, 인생을 즐기며, 따뜻했던 10년 전의 자신을 과연 찾을 수 있을까? 남편과의 사랑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 가족들과의 관계도 회복할 수 있을까? 그 과정에 어떤 이야기들과 위기와 깨달음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를 해도 좋다. 특히 여자들이라면 이 소설을 아주 흥미롭고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거라고 추천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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