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써 영원히 계속되리
김태연 지음 / 시간여행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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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영원히 계속 되리》




처음 접해보는 수학소설. 내가 생각하는 수학은 그저 숫자를 계산하는 수준이다. 더하고 빼고 곱하고 나누는 것. 워낙 수학 머리가 없어서 문과를 선택했고, 수학 물리학 등은 대학가면 다시는 만나지 않을 거란 희망을 가졌지만 심리학을 전공하니 통계학 때문에 또 머리가 지끈거렸다. 나는 함수를 비롯해 사인 코사인 이런 거는 정말 아예 이해자체를 못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이 소설을 읽다보니 수에 대해 내가 참 큰 오해를 하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수數 또한 철학이고 사상이고 인문학이었음을 왜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을까? 1,2,3에 이렇게 깊은 뜻과 인식이 자리 잡고 있었는데 왜 우리는 더하기 빼기에, 시험 치는 용도로만 수학을 대하다가 이자, 복리, 돈 계산만 잘 하면 된다에서 수학적 고민을 끝내버리게 만든 걸까? 이는 물론 수학에 관한 이야기만은 아니겠지. 우리나라 교육의 총체적 문제겠지.


이 소설 속 주인공들은 모두 '억수종'과 관련이 있다. 불교 종파에서도 아무도 모르게 은밀하게 전해 내려온, 심지어 같은 억수종 승려들조차도 이 종단에 속해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잘 모르는 정말로 은밀한 단체. 그곳에서 법맥을 이은 '한초'가 임종 전에 자신을 이어 법통을 이어갈 인물을 결정하는데 그 사람이 바로 양자 '구영일'과 승려 '능오'이다. 구영일은 한초에게는 세속에서 자신의 가문을 이어갈 양자이고 능오는 자신의 제자이다. 또 한명의 중요 인물은 구영일의 사촌으로 한초의 양자 물망에 올랐던 '구영구' 그리고 그의 장인. 억수종은 수數 를 화두로 삼아 정진하는 종파이다. 그런데 이들이 말하는 수학은 내가 알던 수학이 아니다. 직선과 점, 수에서 진리를 찾는 사람들이다. 이 수안에 진리와 생명과 우주의 법칙이 들어있다. 불교의 가르침과 수학, 주역과 동, 서양 철학을 넘나들며 늘어놓는 의문과 진리의 말은 참으로 오묘하다. 이들은 각자의 삶 속에서 수를 만나고 몇 십 년의 시간을 지나며 억수종의 비밀을 파헤치고 또 한 쪽에선 직지심경을 비롯한 고대 유물을 찾으려 한다.


구영일은 수학을 전공했고, 구영구는 사학을 전공했는데 이 두 지점도 수와 만난다. 우리 민족이 남긴 빗살무늬토기, 다뉴세문경, 고인돌이 숫자 '1'에서 만나고, 한글 창제의 뒤에 1불교의 교리가 숨어있는데, 이 불교 또한 숫자와 만난다(108,28). 1,2,3,5,7 로 이어지는 소수의 원래 이름이 화랑할 때 랑을 쓴 '낭수' 였으며, 우리 민족의 정수라 불리는 천부경 또한 가장 중요한 수인 '1'과 연결이 된다. 이 소설에는 또한 정말 다양한 수학에 대한 이론들과 학자들이 등장하는데 해석학, 유클리드 기하학, 미적분학, 제타함수, 리만가설 등 나로서는 이해할 수도 없는 이론과 학자들이 주인공들의 경험과 이야기들을 통해 나타난다. 또한 불교의 대선사들과 공안이야기 시기상으로는 나말여초, 고조선 그 이전의 시대까지 중요한 인물들이 등장하고 플라톤이나 아인슈타인 등의 철학자와 과학자의 이름까지도 거론된다. 수 하나로 이런 인물들과 물리학, 천체 물리학에 건축, 세시풍속까지 연결되다니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또한 등장인물들을 통해 종교의 허상까지 짚어주고 있으니 작가의 상상력과 인문학적 소양이 대체 어디까지 뻗어있는지 혀를 내 두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내 수준으로 가늠할 수 없는 게 아쉬울 따름이었을 뿐.


얼마 전에 읽었던 김병훈 저자의 <해커 붓다>에서 만났던 이야기와 상통하는 불교이야기를 만났을 때는-지구를 넘어서는 윤회의 이야기-소름이 끼치기도 했고, 특히 마지막 '억수종'의 비밀이 드디어 드러났을 때는 '정말 그럴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삼각산 도사와 주역에 도통한 선생이 나왔을 때는 정말 귀가 솔깃하기도 했고. 이 세상에 내가 모르는 차원을 느끼며 사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이 세상이 돈의 굴레에 갇힌 답답한 곳이 아니라, 나도 모르는 생명력과 신비를 간직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조금은 우울한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지금도 앞으로도 수를 제대로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이 소설을 만났다는 사실 만으로도 내 눈과 가슴이 조금은 넓어진 것 같아 순수한 기쁨을 느낀다. 작가의 전작 《이것이다》또한 꼭 읽어 보고 싶다. 색다른 소설을 원한다면, 순수한 학문의 즐거움을 느끼고 싶다면, 나처럼 뭔가 신비로운 것들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소설을 꼭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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