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히구라시 타비토가 찾는 것 탐정 히구라시 시리즈 1
야마구치 코자부로 지음, 김예진 옮김 / 디앤씨북스(D&CBooks)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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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탐정 히구라시 타비토가 찾는 것》




예전 작가 이외수의 소설 <황금비늘>에서 시각장애인이 전시회에서 그림을 감상하는 장면을 읽으며 소름이 돋았던 적이 있다.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이 어떻게 그림을 감상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겠는가. 소설 속 전시회장의 사람들도 같은 생각을 했고 그건 책을 읽는 나 또한 마찬가지 였다. 그러나 한 점 한 점 그림 앞에서 탄식을 내 뱉기도 하고 어떤 감흥을 느끼는 그 남자에게 다른 사람들은 범접할 수 없는 강한 기운과 마음이 숙연해짐을 느끼는 장면이 이어지며 나 또한 부끄러움을 느꼈다. 우리가 바로바로 감각을 느끼는 눈, 코, 귀, 입, 피부 이 너머의 것은 정말 없는 것일까? 과연 우리가 느끼는 이 감각은 정확한 것일까? 혹시 더 많은 감각을 놓치고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이런 의문이 한동안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이 소설《탐정 히구라시 타비토가 찾는 것》의 주인공 타비토는 앞서 말한 인체의 감각 중에 오로지 '시각'만을 가진 남자다. 다른 촉각, 후각, 미각, 청각은 뇌 속에서 미묘하게 변형되어 주인공이 감지할 수 있는 '시각'으로 감지된다. 그러기에 인간이 보지 못하는 감정의 흐름, 기운, 느낌, 겉으로 보이는 것 이면의 진실들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탐정이라고 하지만 '잃어버린 물건을 찾아주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사람이 소유하다 잃어버린 물건은 어찌 보면 별것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관심 있게 바라보면 그 안에 어떤 추억이나 의미가 담긴 경우를 볼 수 있다. 누구에겐 이루지 못한 사랑이고<의자의 목소리>, 또 누구에겐 속죄하기에 늦어버린 죄의식일 수도 있으며<무엇을 찾으시나요?>, 누군가에겐 다시 오지 못할 아름다운 추억<풍경의 신비>일 수 도 있는 것이다.


주인공은 남들이 가진 오감대신 오로지 시각 하나만으로, 아니 어쩌면 오감을 넘어선 다른 감각으로 사람들이 잃어버린 물건을 찾아주며 그들의 못 다한 사랑을 연결시켜 주기도 하고, 추억의 장소를 찾도록 해 주기도, 마음속의 죄책감을 내려놓게 하기도 하며 독자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져준다. 이야기는 잔잔하면서도 흥미진진하고, 주인공이 가진 독특한 이력과 추리와의 절묘한 조화로 한 순간도 지루할 틈이 없게 이야기를 이어간다. 때론 작가 '히가시가아 도쿠야'풍의 엉뚱하고 어설픈 듯 보이는 주인공들의 이야기와 에피소드도 무척 감칠맛이 나며, 자연스럽게 다음 작품으로 이어가는 솜씨도 정말 일품이다. -이 작품은 <탐정 히구라시 타비토가 잃어버린 것>으로 이어진다.- 소설은 주인공이 사람들의 물건을 찾는 일이 주 골격이기는 하지만 그 과정에서 주인공들의 비밀스런 과거와 사연이 하나하나 밝혀지며 긴장과 호기심을 이어간다. 가볍지만 가볍지 않고, 긴장감 있지만 오싹하지는 않으며, 읽다보면 주인공들을 사랑하게 될 수밖에 없으며, 다음 편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아주 멋진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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