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인문학 1 - 현실과 가상이 중첩하는 파타피직스의 세계 이미지 인문학 1
진중권 지음 / 천년의상상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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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이미지 인문학》




철학은 가장 간결하게 말하면 가상과 실재를 구별하고 진정한 존재를 찾는 것에서 시작했다. 그러나 눈부시게 발달한 디지털 기술은 상상과 이성, 허구와 사실, 환상과 실재를 더 이상 구분 없이 이어준다. 저자는 가상과 현실이 중첩되고 구분이 모호해진 생활세계의 존재론적 특성이자 이런 세계 살아가는 디지털 대중의 인지적 특성, 혼합현실을 대하는 대중의 태도를  <파타피직스pataphysics>라 정의 한다. 철학자들이 가상과 실재를 구별하고 가상의 허구성을 폭로하려 했다면 디지털 대중은 대상에 대해 이런 존재론적 판단을 중지한다.

 

가상과 현실의 중첩은 역사 이전의 현상이인데 역사 시대가 열리면서 사라졌던 이 선사의 상징 형식이 디지털 기술형상의 형태로 돌아온다. 그러나 선사인의 상상이 주술적 현상이라면 우리의 상상은 어디까지나 기술적 현상이고, 선사인의 상상이 공상에 그쳤다면 우리의 상상은 기술에 힘입어 현실이 된다고 말한다. 역사는 문자문화와 더불어 시작되었고 그 정점에서 역사주의 의식을 낳았다. 하지만 소통의 매체가 문자에서 영상으로 바뀐 시대에는 과거의 계몽적, 역사적 의식이 유지될 수 없다. 의식을 파악하려면 언어의 본성을 알아야 했던 과거와 달리 오늘날 파타파직스의 세계에서의 세계는 '미디어'로 구축되므로 세계를 인식하기 전에 먼저 미디어의 본성을 이해해야 함은 자명한 일이다. '인문학의 위기'는 결국 텍스트에 기초한 고전적 인문학의 위기를 말하므로, 이제는 '이미지'에 기초한 새로운 유형의 인문학이 필요하다. 《이미지 인문학》제1권은 이런 전제에서 사진, 회화, 영화,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 등을 통해 과거 철학이 어떻게 단절되고 파타피직스의 세계로 넘어오게 되었는지를 살펴본다.

 

실은 처음 두근대는 마음으로 이 책장을 넘길 때부터 커다란 벽에 부딪혀야 했다. 노란 책장위에 강렬하게 대비되는 검은 글씨, 처음 보는 생소한 용어들과 정의는 눈이 어지러운 만큼 머릿속도 복잡하게 했다. 본문도 아닌 단지 '저자의 말'에서부터 막혀 거의 한 문장도 이해하지 못하고 '활자'만 읽다가 포기하고 다시 덮기를 여러 번, 억지로라도 읽어보자고 노력한 후 한 3분의 1정도 읽었을 때부터 내용이 어렴풋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앞서 적은 내용은 저자의 말을 요약한 것이고 이 책을 다 읽은 후 최대한 내가 이해한 정도에서 이 책의 큰 주제를 요약한 것이다. 인터넷에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검색해보니 이미 저자가 말하는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가상현실에 대한 비슷한 연구도 많이 진행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제대로 다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내가 가장 재미있게 본 챕터는 '나꼼수', 촛불 시위에서 활약한 '컬러TV' 와 '일베' 현상을 분석한 부분이었다. 이 현상에서 보인 <게이미피케이션>은 게임 디자인의 요소를 게임이 아닌 맥락에서 사용하는 부분으로, 미디어를 생산하는 주체가 공급받는 자들의 아바타가 된다든가, 일베에서 보여준 병신게임, 나아가 국정원이 일베 사이트 회원들에게 인터넷 사이트에서 활동하는 간첩을 신고하라는 구체적 '미션'을 주고 이를 성실히 수행한 회원들을 국정원으로 초대해 일명 '절대 시계'로 통하는 '게임 아이템'을 나눠준 전략은 일베 문제와 미디어를 새로운 눈으로 보게 해 주었으며, 내가 모르는 사이 세상은 이렇게 고도화된 전략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저자가 말하는 새로운 '인문학'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다.

 

읽기에도 이해도 모두 어려웠지만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어렴풋이나마 알 것 같다. 이 책은 인문학 소양이 적거나, 디지털 테크놀로지나 가상현실에 대한 기본 지식이 적은 나 같은 사람에겐 참으로 어려운 책일 것이나 앞서 예로 든 나꼼수나 일베 이야기에서 보듯 이미 이 세상은 <파타파직스>의 세상이 되었고 이를 모르고서는 이 세상을 제대로 볼 수 도 없을 뿐만 아니라, 국정원이 행한 전략처럼 마치 게임 속의 아바타가 되어 살아가게 될 지도 모른다는 경각심을 일깨우기에 충분했다. 당장은 2권을 읽을 엄두가 나진 않지만, 이 책을 다시 한번 꼼꼼히 읽어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상과 현실이 중첩되는 시대, 이 책이 분명 등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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