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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류
이립 지음 / 새움 / 2014년 4월
평점 :
《혈류》

얼굴을 바꾸고, 몸을 바꾸고, 남의 꿈에 침투하거나 가상의 현실을 경험하는 것 등등 영화에서는 가능하지 않은 일이 없다. 이 소설은 언제가 될지 모르는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가상의 미래, 즉 혈액을 이용해 단 몇 시간 만에 원하는 나이로 사람을 복제해 내고-그 것도 조금의 조작만 가해 원하는 형태로 성형까지 덧 붙여서- 복제 초기 단계에서 기억을 가진 단백질을 이식하면 생전의 기억을 완벽히 가진 인간이 복제된다는 소재를 갖고 있다. 그런데 소설 속에서 이런 <기억 단백질>은 뇌 속에 방어막 때문에 일반 신체에는 이식이 되지 않고, 이런 방어막이 생기기 전 배아 단계에서만 이식이 되기 때문에 꼭 <복제>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전제가 된다.
소설은 이런 기억 단백질을 밝혀낸 박사의 쥐 실험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러나 인간은 얼마나 탐욕의 존재인가. 박사는 결국 실험을 거듭해 인간의 복제와 배아 단계에서의 기억 이식까지 성공하고야 말지만 부작용 때문에 최초의 복제인간이 합병증으로 사망하고 말자 회의에 빠진다. 그러나 이런 연구 성과를 정치계와 의료계에서 비밀 프로젝트로 진행하여 국가위기관리위원회의 매뉴얼 <12조 8항>의 비밀 조항이 만들어 진다. 대한민국의 대통령 및 그에 준하는 중요인물이 테러 등의 불의의 사고로 사망 시, 대중에게 사망소식이 알려지지 않은 경우에 한해, 또한 사망 당사자의 동의가 있는 경우에 한 대 복제를 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러던 중 무리하게 국책 사업을 밀어붙이던 불도저란 별명의 대통령이 열차 테러 사건으로 사망하는 사고가 생긴다. 그 열차는 많은 국민의 반대를 무릅쓰고 행하던 거대 사업으로 대통령 임기 내에 완성하기 위해 여러 사상자 까지 낳은 문제 많은 사업이었고, 이날이 바로 첫 운행하던 날로 거의 1,000여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타고 있었다. 주인공은 출장차 이 열차를 타게 되었다. 그런데 자신이 탄 열차에 일본인으로 보이는 테러리스트가 온 몸에 폭탄을 감고 있었고, 주인공의 옆자리에 타고 있던 할아버지가 기폭장치를 누르기를 두려워하던 테러리스트를 대신에 기폭 장치를 눌러 결국 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탑승자가 사망하고 만 것이다. 그런데 주인공은 기절에서 깨어나니 병원에 있었다. 폭파 상황에서 살아난 것 치고는 이상하리만큼 깨끗한 몸으로. 그리고 그는 곧 충격적인 사실을 접하게 되고, 대통령의 기억까지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어 곧 테러범으로 지목되어 도망자 신세가 되지만 반대로 그를 도와주려는 사람 또한 만나게 되면서 운명의 소용돌이 속에 빠지게 된다.
이 소설 속에는 아주 흥미로운 문제들이 가득하다. 복제인의 이야기가 나오면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생기게 된다. 과연 사망한 사람과 같은 인물인 것인지에 대한 고민부터, 사회 유력인사나 국가기밀을 알고 있는 사람의 기억을 복제 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면 그 위험에서 어떻게 자신과 국가를 보호할 수 있을 것인지, 과연 복제가 합법이 될 수 있을 것인지, 이미 사망한 중요한 사건의 증인을 복제할 경우 그 사후처리는 어찌해야 할 것인지, 복제가 가능해 지면 과연 우리는 여전히 생명을 존중할 수 있을 것인지 다양한 질문들이 독자에서 던져진다. 또한 기억 중 감정 기억은 살아있는 신체에도 이식이 된다면 이런 부분이 마약으로 대체되어 공공연히 돌아다닌 다면 이를 막을 법적 근거가 가능할 것인지 까지 저자는 정말로 다양한 질문들과 더불어 국가 위기 시에 국가 기관이 우왕좌왕하는 현실적인 모습, 국가 최고 권력자와 기득권의 탐욕 때문에 무시되고 짓밟히는 힘없는 민중의 모습과 오로지 특종에만 열 올리는 방송의 이중적인 모습까지 정말 다양한 이야기를 정교하게 엮어 긴장감 있게 이어 간다.
과연 주인공의 운명은 어찌 될 것이며, 그가 가진 비밀을 무엇일까. 테러를 일으킨 장본인은 과연 누구일까. 지금도 생생한 세월호 사건과 자연스럽게 오버랩 되기도 했고, 죽은 대통령의 모습에선 국민의 의견은 무시한 채 오로지 자신의 치적과 비자금 조성에만 열중하던 전 대통령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다. 의사가 쓴 소설이라 그런지 의학적인 부분은 정말 정교하고 현실적이었고, 의학 산업과 정치와 엮어내는 솜씨는 정말로 탁월했으며, 그 큰 소용돌이 안에서 아무 힘없는 소시민들, 가족들이 개인적으로 겪어야 하는 고통의 무게 또한 잘 그려낸 것 같다.
세상이 어떻게 변하고 돌아가도 인간은 결국 개인적으로 그 일들을 겪어 내야만 한다. 인권을 생각해 복제를 막아야 한다는 의견을 가졌더라도 내 가족이 다시 돌아올 수 있다면 과연 우리는 그 일을 막을 수 있을까? 돈 많은 사람들이나 불치병에 걸린 사람들이 복제를 통해 새 생명을 얻고 싶어 한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만 할까? 이런 기억과 복제, 이식의 문제는 또한 다양한 법적인 문제들 까지 안고 있으니 과연 우리는 미래를 어찌 만들어 가야 할까? 무엇이 옳고 그름일까? 인간의 생명과 죽음은 어찌 정의 되어야 할까? 정말 어떤 눈으로 보는 가에 따라 다양한 생각과 고민을 하게 해 주는 소설이다. 우리가 꼭 생각해야만 하고 고민해야만 하는 곧 닥칠지도 모르는 문제제기를 한 소설. 정말 추천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