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전쟁 생중계 - 고려의 역사를 뒤흔든 10번의 전투 전쟁 생중계
정명섭 외 지음, 김원철 그림 / 북하우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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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전쟁 생중계》




우리 민족은 힘이 없어 늘 당하기만 하고 무기력한 민족이었다는 식민지 교육의 반대급부로, 우리 민족이 열등한 것이 아니라 전쟁을 좋아하지 않고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이어서 라는 말을 하고는 했지만 우리민족이 전쟁을 하지 않은 것은 당연히 아니다. 하나의 사건을 두고도 이렇게 '자유분방한' 해석이 가능한 것이 바로 역사다. 대통령의 국무총리 지명자로 자신이 믿는 종교의 신을 빙자하여 친일의 망언을 일삼는 현실을 보면서 과연 우리의 역사교육과 역사 인식이 어떠한 상황에 처해 있는 건지 절망감을 느낀다. 역사를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다는 말도 있는데 우리는 역사에 대해 너무도 무지하고, 식민지 교육에 너무도 물들어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 게다가 학교의 정규 역사교육은 정말 역사를 싫어하게 만드는 딱 그 수준이다. 외우기만을 강요하니까.


이 세상에서 없애 버려야 할 단 한 가지를 꼽는다면 주저 없이 '전쟁'이라고 말하고 싶다. 예로부터 전쟁을 원하는 민중은 없었다. 늘 민중을 핑계로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려는 기득권이 있었을 뿐. 그러나 내가 이 책《고려전쟁 생중계》를 읽어보고 싶었던 것은 역사서에 나오는 '전쟁'의 '실상'을 자세히 다룬 책이기에 그렇다. 이 책은 <조선전쟁 생중계>에 이은 후속 편으로 고려사에서 중요한 한 장면을 차지하는 전쟁들을 마치 스포츠 생중계를 하듯이 들려주는 아주 독특한 역사서이며, 앞서 말한 정규교육 속의 역사교육의 부족한 점을 뒷받침 할 수 있는 아주 훌륭한 역사서이기도 하다.


조선은 현대와 시기도 가깝고 사료들이 많아 연구를 많이 하지만 고려까지만 올라가도 그리 관심을 못 받는 것 같다. 여러 번의 전쟁을 거치며 사료가 많이 사라지고 일제의 식민지 정책으로 인해 그마저 남아있던 사료들은 소실, 왜곡되었고 그 일은 슬프게도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니 말이다. 그래서 난 고려를 비롯해 그 보다 오래된 역사는 얘기만으로도 참 반갑다. 이 책은 내용도 중요하지만 특히 그림이 중요하다. 일단 상상이 바탕이 되긴 하지만 사료를 정확하게 재현하기 위해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역사서를 읽을 때 가장 어려운 점이 바로 상상력의 한계이다. '어느 산에서 어떻게 싸웠다', 등의 구절들을 읽을 땐 그 전투 모습이 어떤지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으면 당연히 이해가 어렵게 된다. 그래서 정성들인 삽화는 정말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이 책에는 총 10번의 전투들이 소개된다. 철저하게 고증된 그림과 지도들이 이해를 도우며 마치 스포츠 생중계를 보듯 전해주는 이야기는 참으로 긴박감이 있다. 실은 난 개인적으로 전쟁이야기를 좋아하지 않고 이렇게 자세히 얘기해 주어도 머릿속이 복잡하다. 그러나 이것은 나의 개인적인 문일 뿐 '디테일'에 열중하는 사람들에겐 아주 훌륭한 접근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 챕터가 끝날 때 마다 <전쟁 속, 숨은 이야기>에선 다소 가볍지만 흥미를 끌만한 전쟁 뒷얘기들이 소개되고, 전쟁에서 쓰인 다양한 장비들과 전투 방법들의 소개는 전쟁과 전투를 다른 시각에서 보게 해 준다. 전쟁이 일어나게 된 원인과 결과로 보는 역사적 사실들 또한 역사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현재 TV에선 남성들이 주인공이 되는 정통 역사 드라마 '정도전'이 인기리에 반영중이다. 이 드라마를 일컬어 달달한 애정사의 퓨전 역사 드라마와 비교해 '남자들의 드라마'라고 하는데 이 책 《고려전쟁 생중계》또한 그런 책이라 말하고 싶다. 누군가의 목적에 의해, 때로는 자신의 의지로, 때로는 자신이 꿈꾸는 이상을 위해 이 산천에서 피와 눈물을 흘린 사람들이 있었다는 생각을 하면 그 사람들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 민중은 그렇게 살아왔고 역사는 그들에 의해 이어져 왔다. 역사는 현재의 거울이다. 또한 역사는 형태는 다르지만 늘 반복된다. 정권이 바뀌고 위기가 오고, 누군가는 그 위기를 기회로 삼고 또 누구는 안타까운 희생양이 되는 거대한 굴레. 이 절절함과 안타까움이 역사의 매력이며, 역사를 공부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이다. 다양한 관점의 역사서들이 나오고 있어 참으로 반갑고, 전쟁을 틀로 역사를 바라보는 이 책 또한 많은 분들에게 읽히고 사랑 받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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