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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커 붓다 - 우주 존재법칙을 깨고 사라진
김병훈 지음 / 반디출판사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해커 붓다》우주의 존재 법칙을 깨고 사라진

윤회라고 하면 무엇을 떠올릴까? 죽으면 다시 태어난다는 것? 이생에 지은 업보에 따라 여러 형태로 다시 태어나는 것? 윤회가 나오면 전생이 있고 내생이 생긴다. 그리고 그렇게 되려면 필연적으로 영혼이라는 것에 대한 것을 고민해야 한다. 나쁜 업을 지으면 '천하게' 태어나고 좋은 업을 지으면 '귀하게' 태어난다고 하니 이에 대한 대비도 해야 할까? 윤회의 끈을 끊고 해탈한 부처를 향해 발 복을 기원해야 할까?
저자는 아마도 나와 비슷한 의문을 가졌나 보다. 책의 뒷부분에서는 그가 가졌던 질문들이 나온다. 왜 불교마다 가르침이 다른지, 영혼은 있는 것인지, 왜 경전들은 하나같이 다 어렵고, 선사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아리송한 말만 하는지, 붓다가 열반한 후 깨달은 사람이 있었는가? 정말 불교에서 말하듯 아무나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것인가? 그러다 저자는 일본의 불교학자 마스터니 후미오의 <아함경>과 <불교개론>등을 만나며 아함경과 팔리 경전을 접하면서 불교에 다시 눈을 뜨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저자는 12연기에 나오는 의식 또는 존재가 <정보>라고 생각하고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업(業)또한 정보의 성격을 지닌 용어임을, 그리고 정보와 정보처리의 개념으로 바라보자 12연기를 비롯한 붓다의 가르침이 명확하게 정리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붓다의 가르침에 대한 전혀 새로운 해석을 제시한다. 저자는 '불교는 신이 없다. 그래서 창조주도 없고 심판도 없다. 단지 발생과 소멸이 있을 뿐이다. 그리하여 처음부터 자연의 법칙의 탐구 대상이라는 것이 여느 종교와 전혀 다른 불교의 본질'이라 말하며, '불교는 과학적인 것이 아닌 바로 과학'이라고 말한다.
이 책에서 붓다의 깨달음은 이 '지구'를 넘어선다. 저 먼 우주의 탄생부터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여러 번의 우주의 생성과 소멸, 그 안의 지구와 인간, 동식물, 생물과 무생물들의 생성과 소멸을 말한다. 붓다는 이 거대한 움직임을 보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가 이루었다는 해탈은 이 굴레, 가늠할 수도 없는 태어남과 죽음, 윤회의 사슬을 끊어 버리는 것이었다. 우주에는 약 1000억 개의 은하가 있고, 각각의 은하에는 수백억에서 수천억 개의 항성이 있으며, 우리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항성은 태양이고 우주에는 태양 같은 항성이 지구의 모래알보다 많다고 하는데, 우리는 이런 우주에서 끝없이 윤회하고 산다는 것이다. 붓다가 가르친 해탈은 산스크리트어 목샤를 한문으로 옮긴 말로 윤회로부터 벗어남을 말한다는 것이다. 윤회가 없다면 해탈도 없다. 결국 우리는 윤회에 대해 알아야 한다.

태어남과 죽음을 수없이 반복하게 하는 우주의 메커니즘, 우주의 생명체 무한재생프로그램이 바로 붓다가 말한 12연기이다. 12연기는 전생, 현생, 내생, 세 차례에 걸쳐 윤회가 일어나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각각은 1)어리석음, 2)형성, 3)의식, 4)정신육체, 5)여섯 감각기관, 6)접촉,7)느낌, 8)갈애, 9)집착, 10)존재, 11)태어남, 12)늙음과 죽음 이다. 이 과정은 조건에 따른 발생의 원리이다. 태어남이 있어야 늙음과 죽음이 있다. 조건이 없어지면 그 현상도 사라지는 것이다. 그러니까 여기에는 주체가 없다. 즉 영혼이 있어 윤회를 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조건이 있고 발생이 있을 뿐이다. 의식은 형성의 결과이고, 존재는 집착의 결과이다. 형성도 집착도 뇌의 정보처리 과정이며, 그 결과인 의식과 존재가 바로 정보인 것이다. 이를 기본으로 하여 업과 과보, 갈애에서 벗어나야 괴로움을 소멸할 수 있으니 그 방법인 팔정도를, 어렵게 깨달은 해탈의 핵심을 쉽게 전달하기위해 고안한 사성제 등 부처가 말한 여러 가르침들을 설명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비로소 붓다의 가르침에 한발 더 다가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이해가 되지 않던 것들이 어느 정도 해소되기도 했다. 과연 그 깨달음, 해탈이란 것이 무엇인지, 부처가 깨닫고 제자들에게 남겨 주었다는 가르침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지 어렴풋이 윤곽이 잡혔다. 저자 또한 어떤 것이든 100%그렇다고 단정 하지는 않는다. 자신이 발견하고 알게 된 것들을 적절한 논리로 설명하고 있으며, 이제는 현재의 발달한 과학인 뇌 과학, 심리학, 물리학이 붓다의 가르침과 깨달은 바를 증명하고 명확하게 보여주기를 제안하고 있다. 새로운 시각으로 본 붓다와 그의 가르침에 대한 통찰은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새로이 알게 된 아함경과 팔리 경전도 꼭 읽어볼 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