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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속사정, 남자의 겉치레 - <노자도덕경>과 「대학」으로 파보는 남녀의 즐거움 ㅣ 즐겁고 발랄한 동아시아 문명 시리즈 2
이호영 지음 / 책밭(늘품플러스) / 2014년 4월
평점 :
《여자의 속사정 남자의 겉치레》
책의 서문에도 언급되었지만 여자와 남자의 차이 혹은 연애하는 남녀 사이에 알아야 할 남녀 심리의 차이에 대해 지금까지도 가장 많이 언급되는 책은 바로 존 그레이의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일 것이다. 이 책은 처음 대중들에게 선 보였을 때 센세이션을 일으킨 기억이 날 만큼, 그리고 시간이 꽤 흐른 지금도 언급되고 있는 만큼 그 충격은 매우 컸다. 그러나 그 파장이 큰 만큼 남자와 여자의 '성'의 특성이 너무 정형화 돼 버리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도 든다. 시간이 흐르면서 느끼는 것은 둘 사이를 더 힘들게 하는 것은 남녀의 성별 차이 보다 그저 개인의 성격이나 가치관, 그 둘이 살아온 환경차이라는 것을 자주 느끼기 때문이다.
그럼 이 책《여자의 속사정 남자의 겉치레》은 과연 앞서 언급한 책과 어떤 차이가 있고 어떤 이야기를 어떤 식으로 풀어놓았을까? 저자는 먼저 앞서 언급한 책을 미국인의 시각에서 그들의 심리학과 사회학적 통계에 바탕을 두어 동아시아의 문화권에서 사는 한국인에게 공감을 얻기에는 문화적인 내용의 한계를 지녔음을 언급한 뒤, 언어학적으로 남녀를 분석한 독일의 언어학자 디트리히 슈바니츠의 <남자>를 잇고, 동양의 고전인 <도덕경>과 <대학>을 토대로 남녀의 차이를 바라보려 한다. 더 나아가 저자는 이 책을 '남성 해방'을 위해 썼다고 '도발'한다. 아직 성차별이 만연해 있는 이때 무슨 망발? 이라는 생각을 하며 살펴보면, 여성 해방을 넘어 여성 우위의 강한 바람이 부는 세상에서 남자들은 남자-아버지의 도식에서 벗어나 여자와 가족과의 관계를 새로 설정하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여자들을 위해서는 내부에 머물던 여성이 스스로의 한계를 벗고 외부의 세계를 경략하는 길을 함께 생각하자고 말한다.
일단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던 것은 <태초에 딸이 있었다>는 장이었다. 기독교의 창세기 신화를 비틀고 각 국의 신들을 투입시킨 후 우리의 조상인 환웅까지 등장시켜 신이 빚은 딸과 딸을 위해 장난감으로 만들어 준 아들이 어떻게 신의 손에서 벗어나 독립된 존재가 되어 스스로 진화하기 시작했는지 풀어놓은 상상력은 정말로 신선하고 흥미로웠다. 예전에 정말 재미있게 읽었던 레너드 쉴레인의 <지나사피엔스>의 이야기와도 겹쳐지는(저자가 언급하기도 한다)이야기였기에 더욱 반갑기도 했고, 문체 또한 딱딱하지 않고 가까운 거리에서 직접 말 해주는 듯 가볍고 거침없어 더욱 생기가 넘쳤다.
이어지는 도덕경과 대학으로 바라본 여자와 남자. 한마디로 정의하긴 어렵지만 도덕경을 통해서는 여자의 내면, 욕구, 성, 육체에 대해 알아본다. 인문학이 유행처럼 '소비'되는 오늘날 가장 많이 회자되는 철학자가 바로 노자가 아닐까 생각되는데 도덕경을 통해 여성을 바라보고 여성 안에서 도덕경을 꺼내는 것은 다소 생경하기도 했지만 흥미로웠다. 대학은 전형적인 남성 종교라고 하는 유가의 창업자들 즉 공자, 맹자, 순자, 한비자 등의 사상적 모색을 한꺼번에 정리하여 만든 책에 해당한다고 한다. 유학은 노자의 반대편에 자리 잡은 남성 학이며 제국의 식민지학임과 동시에 남성을 가부장을 만드는 식민지학이라고 하니 도덕경과 대학의 대비는 탁월한 선책인 것 같다. 대학 편에서는 동양이 걸어온 역사와 문화 등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데 남자의 이야기를 떠나 읽을거리가 많다.
그렇다면 결론은? 저자의 주장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남성성을 알고 여성성을 간직하라' 정도가 아닐까한다. 의존하고 징징대는 여성가족부의 정책에도 일침을 가하며, 결국 남녀 간에는 불평등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자격미달'이 있을 뿐이라고 말하고, 성별을 떠난 개개인의 노력과 도전을 주장한다. 보기에 따라서는 논란이 될 수도 있겠다. 도덕경와 대학을 비롯해 동서양을 넘나들며 다양한 철학자들과 문화들을 접할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아마도 이 책은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전혀 다른 무게와 느낌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함께 읽고 토론을 한다면 참 재미있는 이야기들도 나올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