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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즈 ㅣ 안데르스 데 라 모테 3부작
안데르스 데 라 모테 지음, 전은경 옮김 / 밝은세상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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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ZZ : 자극하다, 흥분시키다, 선동하다, 어떤 일에 대한 일반적인 동요, 인위적으로 과장하다, 프로파간다, 자격도 없는 어떤 특정 인물에게 엄청난 관심이 집중되도록 만들기, 사기, 실망, 속임수, 미디어나 광고에서 사용하는 기발하거나 미심쩍은 방식 등
소설《버즈》는 1부《게임》의 후속으로 1부《게임》에서 다루었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여 인터넷의 잘못된 마케팅 즉 기업이나 정부가 정보의 흐름을 <컨트롤>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소재로 하고 있다. 이야기는 연결이 되지만 1부의 내용을 몰라도 아주 흥미롭게 읽을 수 있고, 소설을 따라 가다보면 1부의 내용이 어떤 것인지 어렴풋이 짐작이 되기도 한다.
국가적인 위기나 집권 세력에 관련된 문제가 터지면 우연인 듯 연예인들의 비리나 연애, 결혼, 이혼, 사기 등의 자극적인 이야기들이 연이어 터지면서 중요한 사안은 뒷전이 되 버리는 것을 많이 보아왔다. 이는 일명 '물타기'라 일컬어지는데 SNS가 발달된 지금은 크게 효과적이지는 않게 된 것 같다. 그러나 과거 대선에 일명 '십알단'이라 불리는 인터넷 댓글 부대의 활동이 수면위로 등장하면서 개인적인 영역인 SNS 조차도 어떤 세력에 점령당해 있는 듯하다. 소설《버즈》는 바로 이런 일에 관련된 일을 하는 회사에 관한 이야기다.
주인공인 남자 <페테르손>은 과거 몸담았던 <게임>에 쫒기는 몸인데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위조 여권으로 전 세계로 도망 다니다 어느 날 한 여자를 만나게 된다. 그 여자와 우연히 함께 가게 된 사막 여행에서 여자는 살해된 채 발견되고 함께 동행 한 이 남자가 유력한 용의자가 되는데 경찰도 아닌 듯 이상한 곳으로 끌려가 고문을 받게 된다. 그러나 극적으로 혐의에서 풀려나게 되고, 과연 자신을 살인으로 옭아 매려한 사람들은 누구인지 또 그 여자를 죽인 범인은 누구인지 밝히기 위해 고국인 스웨덴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그 여자와 관련 된 한 회사에 취직을 하게 되는데, 그 회사가 바로 앞서 말한 '십알단' 댓글 부대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곳이다. 다만 그 대상이 주로 기업들이라는 것이 다르긴 하지만 기업들이 안 좋은 여론으로 수세에 몰릴 때 블로그나 카페 포럼 등의 사이트들을 돌아다니며 옹호하는 댓글을 쓰거나 여론을 형성하는 등의 일에서부터, 아예 관심을 돌릴 다른 이슈거리를 만들어 내어 인터넷 페이지에서 의뢰 기업의 안 좋은 기사들을 뒷 페이지로 넘겨버리는 방법들을 쓰는 것이다. 여전히 게임의 집요한 추적을 받는 위험한 상태로, 그 곳에서 주인공은 실력을 인정받으며 실로 아슬아슬하게 진실에 접근한다.
소설은 이 남자의 누나이면서 경찰인 <레베카>의 이야기도 아주 중요한 한 축으로 삼고 있는데 둘의 이야기가 한번 씩 돌아가며 전개된다. 국가의 장관을 경호하던 중 모두를 위험에 빠뜨렸다는 탄핵을 받고 결국 정직까지 되어버리는데, 이 일은 단순한 탄핵이 아니라 어떤 음모에 의한 것으로 본 레베카 또한 자신의 일을 해결하려는 도중에 위험에 처하기도 하며 교묘한 방식으로 <페테르손>의 사건과 겹쳐지게 되며 결국 함께 일을 해결하게 된다. 그리고 놀랄만한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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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이 두 사람의 일을 번갈아 가며 전개하고 있는데, 이런 방식은 극적인 장면 전환으로 소설의 이해를 다소 복잡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뒤로 갈수록 점점 몰입도와 속도감에 빠져들게 되며 긴장감을 유지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어떻게 보면 소소하게 다소 황당한 부분들이 있지만, 이런 장면 전환을 교묘히 이용하여 독자들의 뒤통수를 치는 방식은 굉장히 지능적으로 보였다. 마치 한편의 잘 만든 큰 스케일 큰 첩보영화를 보는 듯 아주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올해 2014년 4월에 일어났던 세월호 사건과 6월에 있는 지방선거 때문에 인터넷과 SNS는 여전히 뜨겁다. 그 많은 정보와 토론과 선전에 과연 어떤 것이 진실이고 어떤 것이 조작일까. 혹은 중요한 사안을 가리기 위해 연막탄으로 뿌려놓은 정보는 어떤 것일까. 많은 의문들과 문제제기 들이 인터넷과 언론을 달구고 있을 때 만난 소설이라 그런지 더욱 흥미롭고 재미있었으며 한편으론 두렵기까지 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 세상을 지배 하려는 자, 눈에 보이는 정치세력보다 더욱 무서운 자들은 여전히 '정보'를 <컨트롤>하는 세력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