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두렵지 않아 NFF (New Face of Fiction)
니콜로 암나니티 지음, 윤병언 옮김 / 시공사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난 두렵지 않아》



[지중해]의 가브리엘 살바토레 감독 영화화, [아임 낫 스케어드] 원작 소설




어린 시절을 떠올려 본다. 시골에서 나고 자라 늘 온 산과 들을 뛰어다니며 놀던 재미있고 신나는 기억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그리고 농사짓던 부모님을 대신해 맏이로써 동생들을 돌봐야 했던 책임이 있었기에 동생들이 잘 못한 것도 늘 대신해서 회초리를 맞아야 했던 조금은 억울했던 일이 떠오르고, 이어 늘 조그만 소리로 소문이 나곤 했던 누구누구네 자식이 어느 집의 사과나 수박 서리를 했다더라 하던 일들도 떠오른다. 그리고 그런 저런 추억 맨 마지막에 떠오르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다시는 떠올리기 싫은 차마 입에 담기도 두려운 일들이다.


아이들은 누구나 백지 같다. 그래서 그들의 행동은 늘 어리다는 이유로 용서가 되고 쉽게 덮고 잊는다. 아니 그러라고 강요당하고 강요한다. 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성인이 되고 결혼을 하면 자식을 낳기 때문일 것이다. 언젠가는 나의, 내 자식의 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이 소설의 주인공을 말하고자 함이다. 아이들의 폭력은 도덕적, 이성적 판단을 할 수 없는 나이이기에, 또 그들만의 은밀함을 갖기에 더욱 위험하고 더욱 잔인하다. 한번 그들의 규칙이 만들어지면 그들은 그 규칙의 당위성에 상관없이 절대적으로 복종한다.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내 어린 시절을 보는 것 같아 '경악'했다. 나는 잊고 있었다. 간혹 나는 피해자가 되기도 가해자가 되기도 하며 유년기를 지나왔다. 내가 소설 속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눈살을 찌푸릴 때 어렴풋이 내 어린 시절이 떠오르며 나는 순간 책을 덮고야 말았던 것이다.


-영화:아임 낫 스케어드-


그냥 별것 아니었다. 아이들은 무리를 지어 어울려 놀고, 그네들이 '민주적인 방법'으로 만든 규칙 안에서 그들만의 놀이를 한다. 그 놀이에서 지는, 꼴찌를 하는 아이는 절대 권력을 가진 대장이 내린 벌을 받아야 한다. 그 벌은 누구를 때리기도, 속옷을 벗어 속살을 보이기도, 몸이 다칠 수도 있는 위험한 곳에 다녀와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상벌은 그네들이 각자의 자유의지에 따라 만든 것이고, 거부했다가는 대장의 주도하에 구성원에게 따돌림을 당하게 되기 때문에 아무리 이상하고 가혹한 벌이라 해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들은 그렇게 놀이를 하고 강제적으로 벌을 받았다. 주인공은 한 여자아이를 대신에 벌을 받으며 오래되 쓰러져가는 위험한 오두막에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그 은밀한 곳에 마치 죽은 것처럼 방치된, 오물과 어둠과 쓰레기 더미에 갇힌, 사슬에 묶인 짐승처럼 버려져있는 한 소년을 만난다. 그 아이는 거기에 얼마나 오래 있었는지 정신까지 오락가락하는 상태였고 사슬이 묶인 발목은 곪아 터져 피고름이 나고 있다. 아이는 이 일을 친구들에게도 어른들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홀로 상상의 나래를 편다. 그 우리 안에 있던 프라이팬이 바로 자신의 집에 있던 것과 똑 같다는 것을 단서로 주인공은 급기야 그 남자아이가 자신의 형이라고 단정한다. 그리고 단지 축구 놀이 장난감을 얻고 싶어 가깝다고 믿는 친구에게 이 비밀을 털어놓게 되는데, 이 일이 그를 엄청난 비밀 속으로 밀어 넣게 되고, 이내 주인공은 엄청난 혼란과 자괴감과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 휘말리게 된다.


-영화:아임 낫 스케어드-


가혹한 장난과 끈끈한 결속력으로 무장된 아이들의 무리와 동네 어른들의 무리는 별반 다르지 않다. 그 안에 우두머리가 있고, 비이성적인 일들이 있으며, 그들이 공유하는 비밀은 너무나 엄청나다. 결론을 내야 할 때 쓰는 방법이라곤 제비뽑기 같은 허술한 방법이며, 합리적이며 좋은 방법을 내버려두고 늘 최악의 상태를 만들어 버리고야 만다. 그 안에서 상식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은 어린 주인공이 유일하다. 그는 그런 상식적인 행동을 하기 위해 목숨을 걸어야 했다. 그는 속으로 좋아하는 영웅을 생각하며 스스로 두려움을 떨쳐낸다. 아니, 떨쳐 낸다기보다는 그 두려움을 안고, 그 두려움 속에서도 스스로 해야만 하는 일을 향해 걸어갔던 것이다.


이 소설은 어떤 면을 보느냐에 따라 많은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주인공의 행동에 맞춰 본다면 누구보다 용감한 모습에 박수를 칠 수도 있을 것이고 아이들이나 어른들의 무리에 맞춰 본다면 이 무리들이 확장된 조직과 국가의 부조리에 대해 볼 수도 있을 것이고, 아이가 휘말렸던 그 '사건'을 본다면 그 끔찍함에 경악을 금치 못 할 것이다. 나는 처음에는 내 기억이 무차별적으로 떠올라 무척 괴롭고 불쾌했고 아이들과 어른들의 무리에서 같은 부조리를 발견했으며, 주인공의 모습에선 그 용기와 행동에 감탄했다. 그리하여 나는 이 소설이 참으로 묘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보는 시각에 따라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줄 그런 소설이다. 소설의 배경이 된 이탈리아의 뜨거운 여름, 파리 날리고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타는 여름의 공기가 느껴질 정도로 현실감 있는 그런 대단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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