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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헌의 사주명리학 이야기 - 때時를 고민하는 당신을 위한 인생수업
조용헌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4월
평점 :
《조용헌의 사주명리학 이야기》
우리나라 사람 중에 점 한번 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신문마다 실려 있는 띠별 오늘의 운세를 비롯해서, 혈액형, 띠, 별자리, 손금, 관상, 족상에 궁합, 매 신년 초에 보는 토정비결, 사주, 팔자에 묘 자리와 살 곳을 정하고 심지어 집 안의 구조까지 찾아주는 풍수에다 외국에서 들어온 타로카드까지. 거리로 나가보면 골목마다 대나무 꽂혀 있지 않는 곳 잘 없고, 젊은이들이 많이 다니는 시내 거리는 타로 점 간판 없는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이다. 사이비 혹은 미신이라 욕하면서도 우리는 늘 과거와 미래를 볼 수 있다는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인생의 굴곡 구비마다 용하다는 점집이나 사람을 찾게 된다. 때로는 이런 무거운 일 때문에 아니라 놀이나 재미로도 이런 문화는 이미 우리 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으리라.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점집에서 보는 신점, 철학관에서 본다는 사주명리학, 관상, 풍수, 도사나 거사들이 한다는 예언은 모두 다른 것이다. 점집에서 보는 것은 신점으로 주로 조상신을 접신한 상태에서 그 신이 알려주는 대로 일러주는 것이고, 사주명리학은 태어난 생년월일시를 간지로 환산해서 운명을 예측하는 방법으로 천문을 인문으로 전환한 것으로 철저하게 음양오행의 우주관에 바탕 해있다. 풍수 또한 오행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천문이 시간이라면 지리는 공간의 문제를 다룬다. 시간의 짝인 공간인 탓이다. 풍수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은 바로 지령인데, 땅에 신령스런 기운이 있다고 믿는 것이다. 지령이 있는 지점에서 살면 건강해지고 영성이 개발된다는 것으로, 묏자리 또한 이와 같아서 사람이 죽으면 영혼은 떠나가고 백이 남아 후손과 감응한다는 것이다. 천문, 지리 다음으로는 인사(人事)로 인간을 구체적으로 연구한 학문이 바로 한의학이다. 또한 사람을 판별하는 기준으로 신(身), 언(言), 서(書), 판(判)을 들 수 있는데 이중에 신이 바로 관상을 말한다.
과거 우리 선조들은 명리학과 주역 풍수 등을 모두 중요하게 여기고 많은 공부를 하였다 한다. 실제로 조선시대에는 과거제도에서 '잡과'시험에서 이런 관원들을 뽑았고, 이런 관원들은 왕족들의 혼인, 합궁 등 택일과 나라 중대사에 깊이 관련하고 있어 매우 중요한 인물로 대접받았다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학문들은 혁명가들의 이론적 배경이 되기도 하는 등 백성들에게 크거나 작게 백성들에게 아주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사주, 명리, 풍수, 관상, 주역, 신점에 관련된 이론들을 이와 관련된 사람이나 에피소드 등에서 쉽고 재미있게 풀어놓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 유명했던 인물들과 그들의 저서들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2002년 대선을 앞두고 출판된 책의 개정판이라 그 당시 대선후보들의 관상이나 결과를 예축했던 일화들도 소개되고 있어 굉장히 흥미진진하다. 아마 이미 결과를 알고 보니 그렇지 않을까. 또한 사주, 입택, 관상, 묘 터, 집터, 출산일과 시, 관상 등에 얽혀 있는 일화 즉, 점을 보고 비행기사고에서 목숨을 건진 이야기라든가 5.16 쿠데타 전 장성하나가 점집을 찾았던 사연, 사주를 알고 잘 대응한 탓에 일제 강점기와 전쟁을 지나 거부가 된 사연, 대통령들의 일화, 우리나라에서 유명했던 선사나 술사들이 남긴 예언 들이 재미나게 펼쳐진다. 또한 이와 관련된 사진이나 그림들은 이 책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고 이해를 쉽게 도와준다.
첫 장부터 끝장까지 정말 재미있게 읽었고 도움이 되는 부분도 많았다. 물론 귀신의 존재를 믿지 않고 거부감을 가지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이런 학문들을 허황된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오랜 시간 이어온 학문을 뛰어넘는 깊이를 어쩌면 현대인의 얕은 소견으로 이해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 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허나 분명 눈에 보이는 즉각적인 세상 말고 우리가 알지 못하는 거대한 흐름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어렴풋이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