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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그림들의 인터뷰 - 미술품 도둑과 경찰, 아트 딜러들의 리얼 스토리
조슈아 넬먼 지음, 이정연 옮김 / 시공아트 / 2014년 2월
평점 :
《사라진 그림들의 인터뷰》
미술품 자체보다 그 '수집'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나처럼 어떤 명화가 어느 미술관에 있다던가, 어떤 명화나 작품이 얼마에 낙찰 되었다던가 혹은 고고학 팀의 노력으로 몇 세기의 어떤 작품이 발굴되었다던가 하는 얘기에 귀가 더 솔깃할 것이다. 그 작품의 작가나 진짜 가치 보다는 말이다. 요즘은 예술품들이 검은돈의 세탁용으로 많이 거래 된다는 사실, 진짜 발굴은 학자들 손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도굴꾼들이 먼저 발굴해 돈 되는 것은 먼저 가져가고 학자들은 그 정보를 나중에 건 내 받는다, 혹은 도굴꾼과 학자들은 모종의 관계가 있다는 등의 뒷담화들을 먼저 접하게 된다는 것은 작품이나 가치보다도 솔직히 더욱 재미가 있다. 조금 씁쓸하기는 하지만.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다. 우리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서 조금 아쉽긴 하지만 이 이야기는 예술품이 어떤 식으로 도난당하고 어떤 식으로 세상에 나서게 되는지에 대한 대담한 취재와 그 결과가 담겨있다. 저자는 미술 도난을 전담하는 형사와 FBI수사관들을 비롯해서 미술관 관계자와 변호사 심지어 미술품 도둑까지 만나며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풀어놓는다. 총 16편의 에피소드와 인터뷰, 자신이 참가한 세미나 등의 이야기들을 통해 미술품 도난 범죄, 이를 해결한 무용담, 그 예술품들이 팔리고 다시 세상에 등장하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펼쳐놓는다. 각각의 이야기는 조금씩 연결되기도 하지만 독립성을 갖고 있어 흥미로운 부분부터 읽으면 된다. (나는 이 책을 펼치자마자 3번째 이집트 피라미드 도굴 사건부터 읽었다. 피라미드보다 저자의 협박경험담이 많아 조금 아쉽긴 했지만.) 훔치자마자 잡히는 어리숙한 도둑, 방금 지나쳐왔던 그림인데 돌아서 보니 그림이 없어진 사건, 자주 그림들을 도둑맞는 허술한 미술관, 도둑이 훔치기 좋아하는 작품 유형 등의 이야기는 꽤 재미있었다.
실은 처음에 언급했던 것처럼 굉장히 흥미진진하고 은밀한 이야기를 기대했는데, 각각의 에피소드는 인터뷰이가 어떤 사람인가에 따라 긴장감과 흥미 등의 느낌이 조금씩 다른 것 같았다. 저자의 경험담은 간혹 내용의 긴장감을 조금 느슨하게 하는 경우도 있었고. (어쨌거나 이 책은 저자가 등장인물들을 인터뷰한 내용이니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들은 상당히 흥미로운 부분이 많다. 아마 평소 예술품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정말 재미있게 볼 수 있을 만한 책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예술품에 대해 이런 책이 나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하는 상상을 했다. 왕릉에서 발굴한 예술품, 유명한 그림들이 어느 유망한 재력가의 지하실에 어마어마하게 쌓여있다는 등의 이야기 말이다. 그리고 어떤 식으로 암거래가 이뤄지고 검은 돈 세탁에는 어떻게 이용되는지 이런 뒷담화들 혹은 우리 예술품들이 어떻게 해외로 밀반출 되었고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등의 이야기들도 포함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