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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낭자열전 1 - 은호낭자전 ㅣ 조선 낭자열전 1
월우 지음 / 아름다운날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조선 낭자 열전 1 :은호 낭자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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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소설에 빠졌던 때가 언제 였더라?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마 고등학교 정도가 아니었을까 한다. 이 소설 속 여 주인공처럼 친구들과 달달한 소설을 돌려보며 정말 사랑을 하면 세상이 달라지는지, 입맞춤은 그렇게 달콤한 것인지 깔깔거리거나, 누구한테 들었다는 둥, 나는 벌써 경험이 있다는 둥 하는 허풍들을 듣고 귀가 솔깃해지기도 했다. 그런데 수능이 끝나고 바라던 대학에 들어가 보고 들은 연애 담 혹은 겨우 2학년이 되어서야 처음 남자 친구를 사귀어 본 내가 겪은 일들은, 로맨스 소설들에 나오는 것처럼 그렇게 달달하지만은 않음을 처절하게 알게 된 것이다.
아마도 그 후 부터인가 보다. 더 이상 로맨스 소설은 읽지 않은 것은. 간혹 TV드라마 혹은 영화들도 사랑이야기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런데 얼마 전 우연한 기회로 한국의 도깨비의 사랑과 윤회의 이야기를 담았다는 소설《이매망량애정사》를 읽으며 다시 로맨스 소설에 재미가 들었다. 참 이상하다. 이런 달달하고 손끝 발끝이 저리는 느낌은 예전 이런 소설을 읽을 때의 느낌과 전혀 다르지 않다는 것이. 연애 10년 후 결혼 3년차에 접어드는 이 아줌마에게도 소녀의 정서가 남아 있나 보다.
그리고 큰 망설임 없이 읽게 된 이 소설《조선 낭자 열전》은 그 시작부터가 참 따뜻하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호 낭자>는, 이 소설의 작가 <월우>의 전작 《조선 왕비 간택사건》의 주변인물들이다. 앞서 말한《이매망량애정사》에서도 소설이 끝난 후 외전 형식으로 소설 속 주변 인물이 주인공이 된 사랑이야기가 실려 있어 참으로 인상 깊었는데, 이 소설은 아예 그 외전 부분을 한 권의 책으로 만든 것이다. 총 2권이 시리즈로 《조선 낭자 열전》1권은 은호 낭자, 2권은 진영 낭자의 이야기다.
조선시대 여성의 삶은 어떠했는가를 보면 이 소설을 이해하기가 쉽다. 조선 전기까지는 아니었다고 하는데 유교의 윤리가 점점 폐쇄성을 띄게 되면서 여인의 삶 또한 제약이 많아지게 된다. 유교가 지배층의 지배이념으로 자리 잡게 되면서 여성에게는 정절과 순종, 대를 이을 아들 출산 등의 굴레가 씌우게 되고, 개인적인 삶은 철저하게 무시당한 채 가문의 구성원으로써만 살아가게 된다. 이 소설의 내용처럼 가문을 위해 죽음까지 강요받는 처지가 된 것이다.
주인공 은호낭자의 집안은 낭자의 고모님이 열녀문을 하사받은 지체 높은 가문이다. 이런 가문에 나쁜 매파 하나가 그의 조카와 함께 접근하여 그녀가 결혼도 하기 전 통정을 하였다고 소문을 내는 일이 발생한다. 우여곡절 끝에 억울함을 풀기는 하였으나 가문의 명예에 큰 손상을 입힌 그녀는 설상가상 심장병까지 앓고 있었다. 그래서 어차피 혼삿길도 막힌 바에, 병이 있어 명이 얼마 남지 않는 남자와 혼인을 해, 남편을 죽을 때 까지 잘 보필하고 그 후에 자신도 자결을 해 열녀가 되기로 마음을 먹는다.
그런데 그런 그녀에게 한 남자 감무현이 나타난다. 삶의 애정도 살고 싶다는 본능보다도 가문의 명예에 집착을 하는 양반네들의 허울을 비웃는 그는 과거 검계의 일원으로 어쩔 수 없이 사람을 해친 기억이 있다. 은호 낭자는 결국 자신의 병을 숨기고 자신과 같은 병을 앓고 있는 남자와 혼인을 하게 된다. 그러나 낭자의 시부모님은 자신의 아들이 얼마 살지 못할 것임을 속이고 그녀와 혼인을 시키게 되는데, 이는 오로지 재산 때문에 아들의 후사를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모르는 은호, 그리고 은밀히 일을 꾸미는 시부모, 그런 부모와 아내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남편, 그리고 자신을 비웃지만 어느 순간 사랑에 빠져버린 감무현.
감무현은 은호를 자신의 아내로 맞이하기 위해 예전 자신이 사랑했지만 결국 절친에게 보내야 했던, 이제는 군부인이 된 한서경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한다. (한서경은 은호낭자와 자매처럼 가까운 사이이기도 하다.) 한서경은 군부인이라는 위치와 재물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은호낭자 시어머니의 약점을 이용해, 감무현과 함께 은밀한 작전을 거행한다. 그들은 과연 어떤 방법으로 서로의 사랑을 이루게 될까?
소설은 물론 이들이 사랑이 어떻게 맺어지게 되는지를 보여주고 있지만 그 안에 보이는 사회 구조적인 모순이나 인간의 어두운 면들이 자세히 드러나 있어, 이런 모순과 서로의 욕망들이 얽히고설키면서 이야기는 아슬아슬하고 긴장감 있게 전개된다. 길지 않은 분량, 달달하면서도 짜릿한 이야기, 매력적인 인물들이 펼쳐놓는 이야기가 참으로 흥미롭고 재미있어, 책장을 펼친다면 아마 다 읽을 때 까지 덮지 못할 것이다.
-함께 읽으면 좋을 소설-
<이매망량애정사> http://africarockacademy.com/10188219889
http://blog.daum.net/yoonseongvocal/7343627
<조선 낭자 열전 2:진영 낭자 전> http://blog.daum.net/yoonseongvocal/7343690
http://africarockacademy.com/2200003546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