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의 점집 문화 답사기 - 수상하지만 솔깃한 어둠 속 인생 상담
한동원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나의 점집 문화 답사기》
미신이라 욕하면서도 새해가 되거나 자신이나 가족의 신변에 변화가 생길 때, 인생의 큰 선택을 앞두고 있을 때 혹은 결혼 전 궁합, 택일, 작명까지, 때로는 기독교나 다른 종교의 신자들까지 일생의 한번 쯤 점집에 가보거나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점집이 꺼려진다면 타로나 손금, 혹은 관상, 이름 점은? 아니면 나처럼 인터넷으로 공짜로 보는 토종비결정도는 한번 씩 본 적이 있지 않을까? 요즘은 성형처럼 이름 바꾸는 것도 자신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기회로 보는 인식들도 있기에 아마도 '점집', '사주' 등을 보는 인구는 예전보다 더 많아지지 않았을까?
케이블이나 종편, 인터넷 팟 캐스트 등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채널들이 늘어나고 더 많은 관객을 끌어 모으기 위해 좀 더 자극적인 것을 찾는 수요들 때문에 '점' 보는 행위, '점' 보는 사람, '점' 보는 스타일이 더욱 관심을 받고 있는 것 같다. 이런 프로그램은 젊은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뷰티 전문 프로그램이나 무섭고 신기한 이야기를 다루는 다소 고전적인 호기심을 자극하는 프로그램까지 널리 퍼져 있다. 한편으로는 미신이라고 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믿고 싶은 이런 심리를 우리는 무엇이라 해야 할까?
이 책 《나의 점집 문화 답사기》는 이런 호기심에 출발한 책이다. 저자가 2012년부터 1년여 동안 <한겨레> '매거진 esc'에 연재한 칼럼들로, 첫 회부터 끝까지 독자들의 관심과 큰 사랑을 받았음은 당연하고. 신점, 사주 명리 학, 관상, 손금, 성명, 물 건너 온 타로까지 우리가 '점'이라고 하는 종류의 대부분을 찾아다닌 (취재한) 일들이 담겨있다. 어떻게 유명한 곳을 알아내고, 어떤 질문을 준비했으며, 점보는 사람은 어떠했는지, 장소의 느낌과 적중률까지 세세하게 적혀있다. 문장은 그저 말하는 투로 우스겟 소리까지 적혀있어, 읽다보면 그냥 책장이 술술 넘어가고 상황을 상상하며 읽으면 마치 내가 그 자리에 동행한 것처럼 생생한 묘사가 압권이다. 유쾌하기도 하고. (책 장 끝에 실려 있는 점집 안내서는 센스있는 선물)
나 또한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페이스 북 친구 중 한 분에게 사주를 보고 상담을 받은 적이 있다. 내가 미친 듯이 알고 싶었던 것은 돈도 무엇도 아닌 바로 명예였다. 내가 과연 오랜 무명생활을 끝낼 시기가 오는가 하는 것에 대해 노골적인 질문에 그분은 대략 두리 뭉실한 대답을 주셨지만, 내가 놓치고 있던 것, 그 무엇보다 건강한 것이 제일 중요하고 큰 복이란 점을 일깨워 준 것이 가장 큰 소득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조급하던 마음이 놓이며 '앞일을 누가 알겠노, 그냥 생긴 대로 열심히 살아야제'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큰 수확중의 하나였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어떤 생각이 드는 가하면, 결국 앞서 내가한 경험과 같더라는 것이다. 나는 점보는 것을 그리 신봉하지도, 그렇다고 가능하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운명이 있다면 그대로 갈 것이요, 아니라면 또 열심히 살면 그 뿐일 테니까. 가만 보면 결국 어떤 선택이든 자신의 마음에 있더란 말이다. 우리는 그 마음속에서 들려오는 말을 확인하고자 혹은 선택에 관한 '조언'을 듣기위해 점을 보러 갈 뿐이 아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