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브
우르줄라 포츠난스키 지음, 안상임 옮김 / 민음사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파이브》

 

 

잘츠부르크 근처 방목장에서 죽은 여자가 발견된다. 케이블 타이에 뒤로 손이 묶인 채 높은 절벽에서 떨어져 살해당한 여자의 맨 발에는 알 수 없는 문자와 숫자의 조합이 문신으로 새겨져 있다. 수사를 맡은 베아트리체(베아)와 플로린 형사는 이 글씨가 GPS 좌표라는 사실을 알아내고, 수사를 통해 이는 곧 지오 캐싱(Geocaching) 이라는 GPS 좌표를 이용한, 일종의 보물찾기 게임이라는 사실을 알아낸다. 베아와 플로린은 즉각 이 여자의 신원 파악에 들어감과 동시에 범인이 남긴 좌표를 찾아간다.

 

 

그 곳에서 그들을 기다린 것은 남자의 잘린 손이 담긴 캐쉬 박스 (Cache Box)와 그 안에 들어있는 범인의 메시지. 이상하게도 이 필체는 처음에 발견된 살해된 여자의 필체임이 밝혀지고, 범인은 또 다른 단서인 좌표를 제시하는 수수께끼를 남긴다. 베아와 플로린은 이 범인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마치 경찰과의 게임을 즐기는 범인의 목적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고심한다. 그들은 이 좌표를 따라 갈 것인지, 다른 방법으로 범인을 찾아야 할지 혼란에 빠지지만, 결국 범인이 낸 수수께끼를 풀고, 수수께끼와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고, 좌표를 따라가게 되지만 거기엔 남자의 절단된 다른 신체 조직이 들어있을 뿐이다. 그리고 또 다시 남겨진 범인의 수수께끼. 결국 경찰은 이 사건을 위한 전담반을 꾸리고 프로파일러인 심리학자까지 합류시킨다. 그러나 사건은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오히려 범인은 보란 듯이 자신이 살해한 시체들을 하나씩 내 보인다. 범인이 살인을 하는 이유는 무엇이고, 수수께끼 속 관련자들은 과연 피해자와 어떤 연관이 있을 것인가?

 

베아는 이혼 후 아이들을 키우고 있지만, 전 남편과의 사이가 좋지 않아 늘 문제가 끊이지 않는다. 전 남편은 베아의 일을 이해하지 않고 아이들을 내팽겨 치고 있다며 베아를 책임감 없는 엄마로 몰아간다. 베아의 상사 또한 여성이라는 이유로 은근히 베아를 못미더워 하는 눈치이지만 든든한 동료 플로린만은 늘 그녀의 편이다. 소설은 지오캐싱이라는 보물찾기 게임, 이를 통한 경찰과의 두뇌 싸움, 베아의 심리묘사 이 세 가지로 소설을 끌고 간다. 거의 530 쪽에 이르는 꽤 많은 분량의 일정 부분은 베아의 심리묘사로 이뤄지고 있고, 범인의 살인 행각에 관련된 경찰과의 신경전 또한 큰 부분을 차지한다. 베아의 심리묘사는 사건이 미궁에 빠질수록 과거 그녀가 겪어야 했던 트라우마와 연결이 되는데, 그다지 불필요해 보이고 읽는 속도를 떨어뜨리는 이런 심리묘사들은 결국, 결론에 가서야 그 이유가 분명해 진다. 그리고 그 이유는 범인의 살인 행각과도 연관이 있음이 드러난다. 소설은 정말 치밀하다. 아무 연관이 없어 보이는 일련의 일들은 결론에 가서 하나의 연결 고리로 드러나고, 범인의 무시무시한 행각은 그를 무작정 욕할 수만은 없게 만든다. 이 소설은 베아의 트라우마와 범인의 살해 동기를 통해 '무엇이 죄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만든다.

 

 

예전에 한 술집에서 여러 사람이 지켜보는 중에 한 남자가 여성을 성폭행한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실제 있었던 사건을 영화화 한 것인데, 실제 법원에서는 강간한 남자 외에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던 사람들에게도 죄가 있다고 판결했다고 한다. 마지막에 밝혀지는 범인의 살해 동기, 그 반전에 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살인은 나쁜 것이다 이런 것을 넘어선 처절한 아픔이 느껴졌다.

 

 

다섯 명의 살인, 다섯 명의 피해자. 이 소설은 미스터리, 스릴러, 반전, 주제의식, 지오캐싱 이라는 새롭고 흥미로운 소재까지 모든 것이 잘 짜여 진 정교하고 멋진 소설이다. 읽는 내내 베아의 두통이 마치 나에게로 옮겨옴을 느낄 정도로 몰입해서 읽었던 것 같다. 생각지도 못한 반전과 결과에 정말 놀라기도 했고. 장르를 넘어서 참으로 추천하고픈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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