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 마음속 108마리 코끼리 이야기
아잔 브라흐마 지음, 류시화 옮김 / 연금술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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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

 

 

현대인에게 '무엇을 바라는 마음'은 과연 무엇일까? 우리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가지도록, 이루도록, 그것도 남들 보다 더 많이 가지고 이루라고 그것이 진리라고 배우고 당연하게 여기며 이를 해내는 것이 바로 성공이라고 여겨진다. 내가 가진 돈, 부동산, 자가용, 유행하는 비싼 옷과 가방과 신발, 그리고 보석들, 거기다 공부 잘 하는 자녀, 돈 잘 버는 배우자까지 우리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가지고 이루라고 말한다. 아, 한 가지 더, 날씬하고 아름다운 몸까지.

때로는 누구보다 간절히 원하면 다 이룰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원하는 직업, 사람, 집 등등 모든 것을 간절히 원하면 다 이룰 수 있다고. 이는 겉으로는 꿈과 희망에 관한 것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국 '가지고, 이루라' 와 다르지 않다. 나도 한 때는 이런 책들에 열광 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시키는 대로 기도도 하고 간절기 원하는 마음을 가지기도 했다. 그런데 다 이룰 수 있다고 치자. 그러면 과연 나는 행복한가?

돈이 좋으면 돈을 벌기위해,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꾸준히 무언가를 해야 하며, 큰 냉장고를 갖고 싶으면 큰 집이 필요하고, 좋은 차를 갖고 싶으면 그 차를 살 돈이 필요하고 그 차를 유지할 돈을 벌기위해 또 무언가를 해야 한다. 그것뿐이랴? 그 물건들은 또 언젠가는 구형이 되고, 새로운 제품은 또 다시 나를 유혹할 것이다. 이 모든 욕심, 이 모든 허상 이 모든 번외들, 우리가 버려야 할 것은 결국 '코끼리를 바라는 마음' 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이런 갖가지 마음에 대한 이야기다. 98개의 완벽한 벽돌을 쌓고도 단 2개의 삐뚤어진 벽돌 때문에 애써 쌓은 담을 무너뜨리지는 않는지, 이 같은 이유로 사람들과 너무 쉽게 등을 돌리지는 않는지, 완벽한 정원을 만들기 위해 밤 낮 애쓰면서도 정작 그 정원의 아름다움을 느낄 시간은 없는 것이 아닌지, 두려움에 얽매어 시도조차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너무나 단정적이고 편파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지는 않는지. 어찌 보면 이 책 속의 이야기들은 이미 다른 비슷한 종류의 명상서적들과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생의 순간순간을 진정으로 살아내는 법, 내가 고통스러운 이유를 발견하는 법, 결국 진정으로 행복해 지는 법. 그러나 내가 늘 이런 책을 스쳐 지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아직도 내 삶이 고통과 번뇌 속에 싸여 있음의 반증이 아닌지.

저자 아잔 브라흐마는 참으로 유쾌한 수행자이다. 그의 설법들은 고매한 수행자의 무거운 말과 행동이 아니다. 그의 설법은 유쾌하고 가볍고, 대중 친화적이다. 이 책 속에 담긴 108가지의 이야기들은 저자가 살아왔던, 고뇌했던, 수행하면서 느꼈던 일화들과 그의 스승인 아잔 차의 일화들로 이루어져 있다. 민감한 사회문제, 정치, 수행자들의 비화들, 부처의 이야기들로 꽉 차있다. 번역한 류시화의 문장 또한 편하게 다가온다. 이런 책은 특히 번역이 중요하니까 말이다.

결국 수행자들이 말하려하는 주제는 한결같다. 내려놓고, 바라보고, 행복해 지는 것. 그러나 그 곳으로 이르는 길은 저마다 다 다를 것이다. 이 책을 읽는 사람들도 어쩌면 각기 다 다른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 다양한 감정들과 생각들은 우리의 삶을 한 단계 더 깊이 있게 만들어 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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