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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의 방정식 ㅣ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6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14년 3월
평점 :
《한여름의 방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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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 어느새 그의 소설이라면 별 고민 없이 읽게 되었다. 한 해에도 몇 편씩 다작을 한다는 작가. 이 소설을 다 읽은 현재, 벌써 후속 작이 온라인 서점들 통해 예약 판매를 시작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렇게 다작을 하면서도 하나의 주제도 겹치지 않는 것을 보면 정말 머릿속에 뭐가 들었는지 궁금하기까지 하다. 추리소설의 원형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늘 사회적 이슈들을 중요하게 다루는 것이 작가의 독특한 작풍인데, 이 소설 《한여름의 방정식》에서는 자연보호와 개발과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었다.
소설의 배경은 수정처럼 아름다운 바닷가의 쇄락한 마을 '하리가우라'이다. 올해 초 겨울에 읽었던 <질풍론도>에서는 오래된 스키장이 유일한 수입원인 작은 마을을 다룬 내용이었다면, 올 여름을 겨냥한 듯 보이는 이 소설 《한여름의 방정식》은 예전에는 사람이 붐볐지만 더 이상 관광객이 찾지 않아 쇄락한 마을의 <로쿠간소>라는 낡은 여관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질풍론도> http://africarockacademy.com/10183956128
http://blog.daum.net/yoonseongvocal/7343562
이 소설의 주인공도 <질풍론도>에서처럼 어린 학생이다. 이제 초등학교 5학년이 된 '교헤이'는 여름방학을 맞이하여 사업 때문에 바쁜 부모님의 권유로 '하리가우라' 에 있는 고모네 집인 <로쿠간소>라는 여관에 오게 된다. 하리가우라는 수정처럼 아름다운 바다를 갖고 있다는 뜻의 지명인데, 때마침 교헤이가 오게 된 시점에 '데스멕'이라는 해저 금속 광물 자원기구에서 주최한 설명회가 있었다. 하리가우라에서 가까운 해역이 '해저 열수광상 개발'의 상업화를 위한 시험 후보지로 극히 유망하다는 것이었는데, 이는 바다 밑에서 분출된 뜨거운 물에 함유되어있는 금속 성분이 침전되어 생긴 암석 덩어리를 말한다. 세계적으로 부족한 희소 금속을 채산성 있는 상채로 발굴할 수 있다면 일본은 일약 자원 대국이 될 것이므로, 정부가 이 분야의 기술 개발에 힘을 쏟고 있고 데스멕은 그 선봉에 서 있는 기업이다.
이 일 때문에 데스멕에서 초청한 물리학자 '유가와' 와 설명회에 참가하가위해 이곳에 온 중년 남성 '쓰카하라' 도 이 여관에 함께 묵게 된다. 고모의 딸인 '나루미' 는 바다를 지키고 자연보호에 앞장서 데스멕과 정부의 개발 계획에 반대하는 입장이라, 물리학자라는 유가와를 경계하지만 사촌동생인 교헤이와 가깝게 지내는 모습을 보며 그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달라진다. 그러나 설명회 첫날 로쿠간소에 묵고 있던 '쓰카하라'가 방파제 옆에서 변사체로 발견되면서 조용하던 마을은 순식간에 긴장감이 감돈다. 이 일을 조사하던 중 쓰카하라가 퇴임한 형사라는 것이 밝혀지게 되면서 그가 과거 근무하던 도쿄 경시청이 이 사건에 개입하게 된다. 처음에 단순한 실족사로 보이던 사건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인한 살인 사건이라 밝혀지자 수사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된다.
현지 경찰과 도쿄의 경찰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사건을 수사해 가는데, 점차 숨겨졌던 사실들이 드러나게 된다. 이 사건에 피해자인 '쓰카하라' 가 예전에 담당했던 한 살인 사건이 중요한 단서로 떠오르고, 그 사건의 범인인 '센바 히데토시' 또한 사건의 열쇄를 쥐고 있다는 것이 밝혀진다. 과연 퇴임한 형사는 왜 상관도 없는 '데스멕' 설명회에 오게 되었고, 그가 오래전 담당했던 살인사건은 현재와 어떤 관련이 있는 것일까? 또한 이 퇴임한 경찰의 살인 사건에 로쿠간소 여관 식구들과 주인공인 '교헤이'도 깊이 관여하고 있음이 하나둘 밝혀지는데, 과연 이들 가족들과 피해자, 퇴임 형사의 살인사건이 과거의 사건과는 어떠한 연관이 있는 것일까? 나루미가 지키고자 했던 바다는 그녀에게 어떠한 의미가 있는 것일까?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들 가족과 바다, 자연보호와 개발, 과거의 사건과 현재의 사건을 실로 교묘하게도 엮어 놓았다. 이 사건을 해결하는 것은 의외로 물리학자의 논리와 추리력이다. 작가의 다른 소설 속에 등장하는지 모르겠지만 도쿄 쪽의 형사인 구사나기와 물리학자 유가와의 호흡이 참 좋았고, 형사들이 발품을 팔아가며 조사하는 모습은 굉장히 현실적이었다. 로쿠간소 가족들과 과거의 살인 사건이 묘하게 얽히면서 결국 범인이 밝혀지지만 그 어느 누구도 미워하거나 잘못을 추궁할 수가 없다. 그들은 각자가 지키려던 것을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지키려 했던 것뿐이었고, 그것은 바로 그들의 사랑이었다. 그저 이기심만으로는 볼 수 없는 그런 애잔함 같은 것이었다. 늘 대상을 따뜻하게 보는 작가의 스타일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또 한 가지, 그 안에 개발과 보호를 둘러싼 논쟁은 또 다른 생각할 거리와 재미를 던져준다. 자연을 개발의 도구로만 보는가, 혹은 자연보호라는 구호가 너무나 맹목적이지는 않은가, 개발과 보호가 공존할 수는 없는 것인가, 과학은 과연 발전과 보호에 대해 대안을 제시해 줄 수 있는가, 토론은 과연 올바른 결론을 도출해 낼 수 있는가 등의 주제는 이 소설을 이끌어가는 또 하나의 큰 축이다. 결국 범인과 모든 진실은 밝혀진다. 이제 주인공들의 선택과 행동만이 남았다. 작가는 또 독자들에게 묻는다. '너라면 어떻게 할 것이냐? 고.
-한우리 북카페 서평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