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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왕의 꽃 1~2권 세트 - 전2권 ㅣ 블랙 라벨 클럽 9
이수연 지음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4년 3월
평점 :
품절
《귀왕의 꽃》1,2권 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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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전래되는 토종 귀신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우리의 귀신, 우리 설화, 우리의 이야기라는 설명만으로도 이 소설을 정말 읽고 싶었다. 우리 귀신하면 도깨비(돗가비), 장산 범, 달걀귀신, 처녀귀신, 몽달귀신 등이 떠오른다. 특히 도깨비는 메밀묵과 씨름하기를 좋아하고 사람을 상대로 장난치기를 좋아하는 귀신이라 참 정겹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머리에 뿔 달린 모습은 일본의 귀신이고 우리의 도깨비는 생김은 다양하고 착하고 어진 이에게 복을 주는 존재다. 앞서 말한 달걀귀신, 처녀귀신, 몽달귀신 등이 모두 도깨비 즉 돗가비 이다.
이 소설은 이런 귀신들의 이야기이다. 먼 옛날, 태양이 완벽한 태양이 되기 전엔 귀신들이 세상의 주인이었다. 귀신들은 오로지 태양 빛에만 제약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밤을 품고 스스로 태어난 존재가 있으니, 그 존재는 귀신들이 정의하는 어둠, 그것과 본질이 같으면서도 마치 자신들을 제약하는 태양빛과 같은 거역할 수 없는 힘이 깃들어 있었다. 밤의 어둠을 닮았지만 흰 별빛을 머금은 귀신, 귀신들은 그를 '하얀 밤, 백야'라 이름하며 귀왕으로 받들었다. 이후 밤이 드리운 세상의 중심 그 지하에 귀성이 세워지고 그들의 세계가 만들어진다. 나중에 완벽한 태양이 나타나자 인간들은 귀신들을 괴롭힌다. 살 곳을 빼앗고 그들의 능력을 가져와 재물을 늘린다. 이에 화가 난 귀왕은 신과 약속한 귀신의 날을 1월 16일로 정하고, 이날 그들을 괴롭힌 인간들을 살육한다. 그저 인간들이 자신의 죄를 뉘우치기를 바랐던 귀왕은 오히려 자신의 동족을 제물로 바치겠다는 인간에게 환멸을 느끼고 매년 제물을 바치라 명한다. 그리고 그 마을 사람들의 성씨를 빼앗고 귀신의 이름을 내리며, 자손대대로 피로 이어져 영원히 밤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저주를 내린다. 무성의 일족, 귀신의 이름을 받은 <금> 의 가문은 그렇게 생겨났다.
그러나 인간들은 더욱 무시무시한 일을 저지른다. 자신들이 살기위해 노인과 약자들을 제물로 바치다 이가 여의치 않으니 여행자를 잡아다 바치고, 이도 여의치 않으니 다른 마을에서 신부를 사와 제물로 바친다. 그렇게 이 가문은 이어진다. 그런 비밀을 가진 집안. 이 집안의 자손들은 더 이상 자신의 가족을 제물로 바치지 않는다. 그리고 18살이 되면 제물을 바치는 대신 제를 올리는 것으로 그 일을 대신한다. 주인공 '도화'는 이 집안의 딸이다. 18살 생일에 그녀도 제를 올린다. 그런데 '야광귀'가 나타나 그녀의 신발을 가져가고 귀신들이 도화를 잡으려 한다. 도화는 오빠들의 도움으로 백부의 집으로 숨지만 그 곳에서 자신의 집안의 끔찍한 진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백부에게 죽임을 당하려는 찰나 귀왕의 도움으로 귀신들의 세계인 귀성으로 가게 된다.
그곳에서 도화는 귀왕의 신부, 인간과 귀신과의 비밀들, 자신의 가문에 대해 알게 된다. 예전 귀왕에게 제물로 바쳐진 귀왕의 반려였던 예영의 환생이 자신이라고 생각한 그녀는 점차 귀왕을 좋아하게 되는 자신을 추스르며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인 인간계로 돌아가려 한다. 그 과정 속에 귀왕에게 복수를 하려 선신이 된 예영의 남동생을 만나게 되고, 옥황상제의 도움 등으로 서서히 자신이 가진 비밀에 대해, 그와 귀왕이 가진 비밀에 대해 하나씩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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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독특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세상은 인간계, 유명계, 귀성과 선계로 나누어지며, 귀왕, 염라대왕, 옥황상제, 인간 왕이 가각의 세계를 다스린다. 주 된 배경은 귀왕이 살고 있는 귀성이다. 귀성은 이 안에서 각기 다른 세계를 이루며 살고 있고 인간들이 사는 세계와 별반 다르지 않다. 시장이 있고, 악한 귀신과 선한 귀신들이 있으며, 그들만의 원칙에 의해 독특하며 환상적인 세계를 이루어 사는 것이다. 도화는 이곳에 점점 애정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그녀를 기다리는 것은 가혹한 운명이다. 그녀가 귀왕에게 오게 되었던 이유를 깨닫게 되면서 2권이 끝이 난다. 그녀는 과연 누구이고 왜 이곳에 오게 되었을까? 그녀에게 주어진 임무는 과연 무엇일까? 점차 커져가는 귀왕에 대한 애정은 과연 그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
이 소설 속에 나오는 세계관과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매력적이다. 판타지의 세계라 그 상상력 또한 대단하다. 귀왕의 우직한 수행원 이문, 반은 짐승이고 반은 인간인 이무기 초려, 그녀의 언니들이자 선계의 우사와 풍사인 승천한 용인 서목과 청아, 수호신 두억시니, 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다 순식간에 본 모습을 드러내는 악귀 그슨대, 모습을 감추는데 능하며 곱고 흰 털을 가진 악귀를 잡아먹는다는 장산범, 도화의 친구가 되어 그녀를 돕게 되는 아귀, 그녀를 이곳으로 이끈 마치 고양이처럼 귀엽고 발랄한 야광귀 등 우리의 귀신들과 신들이 총 출동하여 흥미롭고 신비한 세계를 만들어가고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이 소설은 전 5권 (완결 4권+외전1권)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빨리 3권이 나오기를 손꼽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