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빛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5
이누이 루카 지음, 추지나 옮김 / 레드박스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여름빛》

 

 

 

 


호러여왕의 강림! 온갖 미사여구와 카피들을 비웃는 이 한 문장. 정말 이 한 줄 카피가 이 책을 대변해 줄 수 있을까? 큰 기대와 호기심으로 읽게 된 소설 《여름 빛》

 


이 소설은 글이지만 굉장히 시각적이며 감각적이다. 시각, 촉각, 후각, 미각, 청각 오감을 모두 동원해야 하고,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나는 '호러' 소설은 거의 읽은 기억이 없다. 호러란 말은 영화에서 자주 보게 되는데 보통 호러 영화는 좀비가 등장한다거나 엽기적인 살인 사건이 주로 이루고 있어서 그런지 공포라는 말이 들어가면 귀신이나 악마, 영혼, 살인 등의 무서운 이야기, 호러란 말이 들어가면 좀비나 살인, 피 튀기는 끔찍한 장면이 먼저 떠오르기 때문이 아니었나 하고 추측해볼 뿐이다. 게다가 이 소설은 눈물을 쏙 빼는 최루성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까지 하니, 과연 어떤 내용일까 정말로 궁금했다.

 


소설을 읽다보니 무작정 무섭다거나 섬뜩하다기보다 뭔가 보일 듯 말 듯, 알 듯 말 듯 한 긴장감이 대단하다. 딱히 잔인하지도 무섭지도 않은데 서서히 구석으로 몰리는 느낌이랄까? 마치 어둠 속에 내 눈 앞에 뭔가 있긴 한데, 그게 무엇인지 알긴 알겠는데 차마 눈을 뜨고 확인 할 수는 없는 그 두려움이나 압박감 같은 것이랄까?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분명 뭔가를 알 것 같은데, 차마 내 눈으로 확인할 수는 없는 그 아슬아슬함으로 저자는 독자를 몰고 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저자가 결과를, 이유를 마지막에 보여주기까지 '역시'란 말을 하게 될 때까지 독자는 속단 할 수 없는 무언의 압력을 느낀다. 불편하다. 소설이 끝나고도 뭔가 카타르시스를 주지 않고 여운을 남기는, 저자는 독자를 불편하게 만들어 버린다.

 


이 소설들의 특징은 단편들 모두 하나의 감각기관을 소재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1부에서 여름빛은 눈, 쏙독새의 아침은 입, 백 개의 불꽃은 귀를 소재로 하고 있다. 2부 또한 마찬가지로 이, 귀, 코를 소재로 삼고 있다. 1부는 전쟁 전후 2부는 비교적 현대적인 시대를 배경으로 인간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전쟁이라는 끔찍한 현실 앞에서 약자를 향해 가해지는 폭력, 자신들의 두려움을 특정 존재에게 전가시키는 비합리적인 집단 이기심과 광기, 자신의 모습을 바로 보지 못하고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다 결국 증오가 되어버린 열등감이 가족에게 불러온 참혹한 결과, 자신과 가문을 위해 무슨 일이든 저지를 수 있는 인간의 이면 등 저자의 인간에 대한 묘사는 너무나 사실적이어서 섬뜩하다. 그리고 거침없이 달려가는 상상력은 때로는 기괴하다.

 


그래서 저자의 작품들은 매우 독특하다. 일본인이 갖고 있는 민담, 그들만의 독특한 의식 세계까지 더해져서 더욱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소설들은 이야기 전개나 속도감 보다는 심리묘사, 분위기, 상상력에 의해 진행된다. 때로는 안타깝고, 읽는 내내 불안하고 때로는 답답하고 때로는 섬뜩하다. 처음엔 이런 소설을 처음 읽어봐서 그런지 책장을 넘기기가 힘들었는데 한편, 한편 읽어가자 저자의 스타일을 알게 되면서 속도를 내게 된 것 같다. 참으로 독특하고 신비하고 불편한 소설들이었다. 그리고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다. 참으로 독특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