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합시다
이철희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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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도 합시다》

 

 

내가 정치에 대해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누가해도 똑같다' 는 말이다. 이 말은 선거철이면 특히 많이 나도는데, 모든 세대가 이 말을 써도 젊은 층과 장년층이 표현하는 의미는 묘하게 다르다. 상대적으로 젊은 층은 '누가 해도 똑 같기 때문에 투표하기 싫다' 이고, 장년층은 '누가 해도 똑 같기 때문에, 우리 지역, 동문, 하다못해 성씨라도 같은 사람을 찍는다' 는 것이다. 이 처럼 우리가 느끼는 정치를 잘 표현하는 말이 또 있을까. 우리는 정치에 환멸을 느끼거나 어쩌면 어린 시절 반장선거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책 《뭐라도 합시다》는 이런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정치에 관심을 가지도록, 정치의 의미와 역할, 현재 뜨거운 이슈들과 사회적 문제, 보수와 진보, 지역주의, 종북, 통일, 민영화 등 우리가 지금 이 순간 직접적으로 맞닥뜨린 정치의 모든 것을 살펴볼 수 있는 현실적인 정치 입문서이며, 문제점을 짚고 그 대안을 제시하는 책이기도 하다.

 

 

2014년 4월 말. 우리는 세월호 참사라는 어이없는 사고 앞에 온 국민이 좌절하고 슬퍼하고 있다. 이는 온 국민이 몇 백 명의 생명이 바다위에서 수장되는 것을 지켜보았기 때문이고, 그 중 대부분이 수학여행을 간 피어보지도 못한 어린 학생들이기 때문이며, 구조를 하는 모습에서 우리 정부의 위기 대처능력에 심각한 결함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방한했다. 또 다른 곳에서는 장애인 등급제를 반대하는 장애인들에게 최루액을 발사한 경찰이 있었고, 또 한 곳에서는 쌍용차 정리해고 25번째 희생자가 발생했으며, 밀양과 제주도 강정에서는 여전히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이 와중에도 종북 몰이와 같은 원색적인 시비는 여전하다.

 

이 모든 것이 바로 '정치'다. 정치가 투명하게 올바르게 작동한다면 우리는 악을 쓸 필요도 없고, 할매들이 어린 손자 같은 의경들 앞에서 옷을 벗는 일 따위도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아직 우리 사회는 정치인들이 말하듯 '우아하고 세련되게' 슬퍼하거나 주장을 할 수 있을 만큼 성숙하고 상식적이지 않은 듯하다. 심지어 우리는 우리에게 어떤 어려움이 있고 어떤 것을 요구해야 하는 지조차도 모른다. TV에 나오는 말은 뭐가 뭔지 모르겠고 양 쪽으로 나뉘어 싸우다가도 자신들을 위한 일은 일사천리로 성사시킨다.

 

 

이 책은 바로 그 부분에서부터 시작한다. 현재 아주 큰 이슈가 되고 있는 보수와 진보의 문제, 그들이 이제껏 걸어온 역사, 종북 논란이 나오게 된 배경, 지역주의, 현재 차기 대선 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문재인, 안철수, 박원순의 이야기, 노론에서 시작되어 이어온 보수, 이와 대척점에 있는 민주화 세력과 진보의 역사를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까지 짚어보며 그들이 걸어온 길을 살펴볼 수 있다. 이것이 1장에서 3장까지의 내용이다. 마지막 4장에서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이슈인 언론, 종박과 종북, 민영화, 복지, 리더쉽까지 살펴본다.

 

 

개인적으로 좋았던 점은 보수에 대해 잘 알 수 있었던 점이다. 보수는 다 같은 보수인줄 알았는데 우리 사회에 각기 다른 생각을 가진 보수의 세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진보에 대해 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분열과 단일화의 문제도 인상적이었다. 현재 보수와 진보가 가진 문제점과 그 대안까지 조목조목 따지고 있는데, 이는 굉장히 객관적인 시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지역 선거와 총선, 대선까지 내다보며 큰 그림을 그리는 것도 참 훌륭했다. 유권자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현재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쉽과 주위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도 참 흥미롭다. 언론에 자주 언급되는 사람들이라 궁금했던 참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사회는 비정상이다. 이명박 정부 때까지는 의견이 다를 뿐 부모님 세대와도 대화는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예 대화 자체가 되지 않는다. 정치권에서 신 유신을 말하는 사람까지 나왔다. 나라는 둘로 나뉘고 건전한 대화를 할 수 있는 기회까지 박탈 당한듯 하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분명 이런 문제는 아닐 것이다. <정치는 가난한 다수가 1인 1표에 의해 정치적 다수를 형성함으로써 1원 1표에 의한 시작의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이다.>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는 이 책이 어떤 대상을 위해 써졌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는 세대 간 나뉘어 싸우는 것을 그만해야 한다. 그리고 계층 간의 대화로 이슈를 돌려야 한다. 먹고사는 문제,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이 책이 분명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흔히 말하는 좌우 색깔에 상관없이 읽어보면 참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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