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여행 - 소유흑향, 무모해서 눈부신 청춘의 기록
노경원(소유흑향) 지음 / 시드페이퍼 / 2014년 2월
평점 :
품절


《그럼에도 여행》

 

 

 

 

-부록1 <늦지 않았어 지금 시작해>: 공부하기엔 너무 늦은 게 아닐까? 의 답.

                                                 노트정리, 외국어 공부까지의 팁이 담겨있다.-

-부록2 <그럼에도 여행> 미니 포켓북-

 

 

내가 대학을 졸업하고도 한 참이 지난 후였다. 우연히 어느 클럽에서 (락 밴드 공연을 보기위해 간) 대학 동기를 만났다. 그 친구는 학교 다닐 때도 그리 친하지는 않은 사이였는데, 나처럼 락 음악, 특히 밴드음악을 좋아한다는 사실도, 그런 곳에서 그 친구를 만난 것도 정말 놀랍고 반가웠다. 그 때는 싸이 클럽이 한참 유행할 때라 우리는 전화번호와 싸이 주소를 나누고 헤어졌다. 그리고 어느 날 그 친구에게 싸이 클럽 일촌 신청을 하고 들어가 본 홈피에는 세계 각 국을 여행한 사진이 빼곡하였다. 나는 락 클럽에서 그 친구를 만났던 것 보다 더욱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나는 20대 후반, 거의 30대가 다 되어가는 그 시간까지 여행이란 것을 해 본적이 없었다. 거기다 해외여행이라니! 나는 한 참을, 정말로 한 참 동안 그 사진들을 보고 또 보았다. 인도, 유럽의 여러 나라, 호주, 일본, 중국 거의 안 가본 곳이 없었다. 나는 고등학교 동창의 좋은 집 인테리어 사진보다도, 멋진 명품가방 사진보다도 각국을 돌아다니며, 게다가 사진도 수준급으로 찍는 그 친구에게 더욱 놀라고 질투심을 느꼈다.

 

 

나는 용기를 내어 질문을 했다. '어떻게 이렇게 여행을 많이 다닐 수 있었어?' 그 질문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함축되어 있었다. '너 무슨 일하니?' , '어떻게 이렇게 여행할 시간이 있었니?' 결국 '너 얼마버니?' 결국은 이 질문이었지만. 나는 한 나절은 고민하고 어렵게 건 낸 질문이었는데 그 친구의 대답은 참 명쾌했다. 무모하면! 그 친구의 한 마디는 나의 마음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아니, 내 인생을 흔들었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하겠다. 나에게 여행은, 돈이 엄청 많아야 하고, 이것저것 먹고 사는 일에 거침이 없는 사람만이, 그리고 시간이 허락하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이었다. 나는 그때까지 여행이란 것을 생각해 보지도 않았던 것이다. 특히 해외여행은 더더욱. 길지 않은 인생에 회의가 밀려왔다. 나에게 화가 나기도 하고 연민을 느끼기도 합리화하기도 하는 시간들이 흘러갔다.

 

 

그리고 그 친구에게 다른 여러 질문을 한 것 같다. 그 친구는 영어 과외를 해 돈을 벌고 대부분의 돈을 여행하는데 다 쓴다고 했다. 일종의 안도감이 밀려왔다. 만일 그 친구가 내가 생각해도 멋진 직업을 갖고 있는데다가, 집도 부자고, 그렇게 멋지게 살기까지 했으면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나는 조금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러고 나서야 나는 그 친구가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인생도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일정 나이에는 꼭 이러저러 해야 한다는 사회적 통념에 사로잡혀 나 자신을 억압하고 있었던 것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 친구의 자유분방함, 친구의 표현대로 <무모함>을 가지지 못한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 그 후에 내 삶은, 여행을 가고 아니고를 떠나 조금은 자유로워졌다. 나는 내가 원할 때 내가 가고 싶은 곳을 다녀 올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니까. 

 

 

 

 

《그럼에도 여행》의 저자는 어쩌면 내 친구보다도 더 무모한 사람이다. 그녀의 집안 사정은 내가 상상할 정도보다 더욱 심각했다. 그녀는 생활비, 월세, 등록금 까지 그녀 스스로 벌어 충당해야 했다. 그녀는 잠도 안자고 악착같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과외를 하여 그 모든 것을 스스로 헤쳐 나간다. 그녀는 앞 서 말한 꼭 벌어야 되는 돈 이외에 여행만을 위한 경비를 따로 모은다. 그러면서 고민한다. <이 돈이면 몇 개월 후 자신이 좀 더 편한 생활을 할 수도, 미래를 위해 투자할 수 있다. 과연 이 형편에 여행을 위한 자금이 과연 온당한가?> 정말 당연한 물음이다. 그리고 여행만 아니면 아픈데도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잠을 줄이거나 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도 그녀는 주위사람들의 당연한 우려에도, 손가락질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경비를 모으고 여행을 떠난다.

 

 

그녀에게 여행은 뭐랄까, 어떤 꿈같은 것이다. 그녀에겐 지하철을 타고 안 가본 곳을 다니는 것도, 가까운 곳으로 가 풍경을 보며 걸어 다니는 것도 모두 즐거운 여행이다. 그 연장선상에 비행기를 타고 먼 곳에 가서 연말을 보내고, 때로는 믿었던 친구에게 쫓겨나고, 생각지도 못한 감기 몸살에 집으로 다시 돌아오기도 하는 것이다. 여행 통장을 만들고, 자투리 시간에 과제를 하고 그럼에도 성적을 올리고 그러고서도 많은 사람을 만나고, 추억을 쌓고, 자신의 인생을 성숙시킨 것이다.

 

 

이 책 속에는 그녀의 이런 여정, 고민, 흔적, 즐거움, 두근거림,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가는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예쁜 사진들, 각국의 풍경들,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나는 저자가 이렇게 어린(?)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겨우 20대에 이런 것들을 해내다니! 내가 조금 작아지기도 했고, 부럽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생각한다. 누구나 각자의 꿈이 있다. 나의 꿈은 여행이 아니었다. 나 또한 나의 꿈을 위해 잠을 줄였고, 그 나이 때에만 할 수 있는 달콤한 것들을 모두, 기꺼이, 포기 했다. 저자처럼 성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말 할 순 없지만 그리 허망한 삶 또한 아니었다. 내가 걸어온 길도 하나의 긴 여행이며 이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프고 슬픈 길도 걸었고, 즐겁고 신나는 길도 걸었다. 아직 갈 길은 멀고 내가 겪어보지 못한 어떤 장애물이 있을지 모르지만 그 또한 잘 걸어가리란 것도 알고 있다.

 

 

이 책은 특히 10대와 20대 젊은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이 시대, 이 세월, 이 사회는 저자처럼 '무모한' 도전을 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늘 주어진 길만, 옆도 뒤도 돌아보지 말고 걸어가라고만 강요한다. 그러나 누구보다 더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저자는 자신의 신념, 자신의 직관,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무겁게 그 길을 걸었고, 또 책임을 완수 했다. 어떤 일이든 책임이 따르는 법이다. 저자는 자신의 인생 중 그 무엇도 포기하지 않고 정말 놀라우리만큼 멋지게 해냈다. 나는 저자의 이런 모습이 우리 10대 20대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각 국의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 에피소드, 여행기, 여행안내 지침 등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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