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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교회 잔혹사
옥성호 지음 / 박하 / 2014년 3월
평점 :
《서초교회 잔혹사》

나는 종교가 없다. 그러나 주위에는 종교를 가진 사람이 많아 그들이 자기 나름의 신앙을 가지고 각기 속한 장소에 가 기도를 하고 종교 활동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예전에 대학 다닐 때 종교 자체에 관심이 있어 관련 수업을 들은 적이 있는데 우리나라가 종교의 보고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은 종교들이 각자의 교단과 교인을 거느리고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간혹 '일부' 몰지각한 신자들이나 성직자들 때문에 그들이 갖고 있는 문제들이 불거지곤 하는 것을 볼 때 정말 우리나라 종교계가 썩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종교는 성역이자 금기라 그 안에 위선과 거짓이 자리 잡기 딱 좋은 곳이다. 특히 적극적으로 전도를 하는 각 종교의 신도들의 온, 오프라인 활동은 눈살을 찌푸리게 할 만큼 과격할 때도 많은데 그중 내가 가장 경악했던 것은 사고 나서 죽은 사람 앞에서 신을 믿지 않아서 벌 받았다고 하거나, 전생에 죄를 지어서 그렇다는 둥 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럴 때면, 그들은 과연 종교와 신을 대체 어떻게 믿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기도 하는 것이다.
이 소설 《서초교회 잔혹사》는 일단은 썩을 대로 썩은 교회 단체와 목사들, 이에 광적이고 이성이 마비될 만큼 현혹되는 어리석은 신도들을 담은 소설이다. 저자가 밝힌 데로 소설 속 서초교회는 특정 교회의 이름이 아니라 그냥 서울 강남의 서초동이 지닌 부유함이라는 상성이다. 이 소설의 화자는 겨우 4년제 대학을 마치고 이 교회 청년부 평신도 였다가 간사로, 나중에 목사가 되어 청년부를 이끌어가게 된 '장세기' 부목사다. 이 교회가 이처럼 대형교회로 클 수 있었던 이유는 교회를 개척하고 키워온 '정지만' 목사의 공로가 큰데, 그는 수많은 교단으로 쪼개진 개신교 안에서 거의 유일하게 전 교단을 초월해 존경받는 목사다. 그런데 사건은 연로한 정 목사가 전격 은퇴를 선언하고 그가 후임자로 '김건축' 목사를 지목하면서 시작된다.
김 목사는 홀로 아프리카로 건너가서 교회를 세우고 선교활동을 한 대단한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가 서초교회로 오기 전부터 교회는 분열의 조짐을 보인다. 그가 정식 부임 전부터 이 교회의 목사들과 간사들 중에 남아야 할 사람, 내 보내야 할 사람, 있어도 없어도 그만인 사람들을 골라내기 시작하였기 때문이다. 일명 '살생부'가 떠돌고, 그의 행적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 늘어났지만 그는 별 탈없이 담임목사가 된다. 그 후부터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는데, 교회의 캐치프레이즈를 '글로벌 미션'으로 정한 뒤, 아니 기도로써 주님의 뜻을 받은 뒤, 모든 목사들은 영어를 배워야 했고, 회의도 영어로 진행시킨다. 그리고 언론 담당 부서를 만들어 언론 플레이를 시작하고, 교회를 마치 회사를 경영하듯 직위를 만들어 (대표 목사, 부장 목사, 과장 목사 등으로) 운영한다. 이를 위해 영어 회의를 주제하다 영어를 못하는 김 목사의 립싱크 기도 사건, 영어 회화 책 대필 사건, 마지막에는 글로벌 미션 영어타운 땅 투기 사건까지 겹치면서 일은 점점 커진다.
그 와중에 극중 화자인 장세기 목사는 초기의 순수한 마음이 점점 퇴색되고 쫓겨 날 뻔 했던 위기에서 담임목사의 최 측근이 되고, 나중에는 그 더러운 권력에 앞장서는 존재로 까지 변질 된다. 그러나 그는 돈이나 권력에 눈 먼 사람은 아니었다. 그저 가족을 사랑하고 교회와 청년회를 사랑한, 그저 불의와 광기를 자신의 신앙과 믿음으로 덮어 보고자 했던, 어리석고 힘없는 사람일 뿐이었다. 그는 그 더러운 곳을 빠져나올 기회가 있었지만 한번 발을 빠뜨린 후에는 그의 불합리한 행동도 믿음과 주님의 뜻이라고 합리화 하며, 거짓말이 더 큰 거짓말을 부르듯 더 큰 논리와 이유를 만들어 가게 된다.
소설을 읽다보면 묘한 생각이 든다. 물론 저자가 말하듯 소설은 교회와 종교에 대한 풍자이며 블랙코미디 이지만 이 교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우리나라 사회전반, 혹은 우리나라의 정치인들과 국민들의 이야기를 빼다 박았다는 생각이 들더란 말이다. 글로벌을 외치며 영어를 마치 모국어처럼 써야 한다고 말한 사람이 누구더라? 일이 터질 때마다 거짓말로 언론 플레이로 벗어난 사람은? 조직적으로 인터넷을 점령하고 댓글로 선동한 사람은? 나는 그 누구와 그 어느 당이 떠올라서 정말 소름이 끼쳤다. 그리고 그 선동에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신도들은 바로 우리 국민이 아닌가 해서 말이다.
비단 서초교회 뿐이겠는가? 어디 종교뿐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