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더 리턴드 The Returned
제이슨 모트 지음, 안종설 옮김 / 맥스미디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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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리턴드》

 

 

미국ABC드라마 <Resurrection>의 원작. 이 드라마는 먼저 프랑스에서 만들어졌고 그 리메이크 버전이라고 하는데, 그 원작이 바로 제이슨 모트의 소설 <더 리턴드> The Returned 이다. <진실 혹은 영혼의 귀환>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소설은 '죽은 사람들이 예전 그 상태 그대로 돌아온다.' 는 소재를 다루고 있다. 죽은 사람이 돌아온다면 아마 대부분 '좀비'를 먼저 떠올릴 것이나 이 소설에서 '귀환자'라 불리는 돌아온 존재들은 죽기 전 그 상태 그대로, 나이도 모습도 그대로인, 잠자고 먹고 생각하는 '인간' 그 자체이다. 소설은 70대의 부부 해럴드와 루실에게 30여 년 전에 익사한 8살 아들 제이콥이 돌아오면서 시작된다.

 

 

 

제이콥은 중국의 어느 마을에서 발견되었다. 제이콥은 그 후에 친절한 중국 측의 배려와 당국의 도움으로 부모님이 계신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놀라운 것은 이 현상이 이들 가족에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라는 것이다. 각처에서 죽은 사람들이 살아 돌아오고 있었다. 소설에는 해럴드 부부처럼 아들이 돌아오거나, 범인이 누구인지도 모르게 살해된 온 가족이 돌아오기도 하고, 치매에 걸려 돌아가신 어머니, 어렸을 때 죽은 연인이 돌아오기도 한다. 심지어 냉전시대 일본군이나 나치들이 돌아오기도 한다. 산 사람들은 나이를 먹었지만 귀환자들은 생전 모습 그대로이고.

 

자, 그럼 상상을 해보자. 몇 십 년 전에 죽은 가족, 연인 혹은 악연들이 돌아온다. 죽은 사람이 돌아온다. 과연 귀환자들은 내가 예전에 알던 그 사람이 맞는 걸까? 그들은 그저 죽음에서 생으로 부활 한 것일까? 아니면 다른 병원체에 감염되기라도 한 것일까? 아니면 우리가 모르는 우주의 비밀이 있기라도 한 것일까? 주인공 부부는 이 일로 갈등한다. 아니 전 지구적으로 겪는 갈등을 이들 가족과 이 마을의 사람들을 통해 보여준다. 남편인 해럴드는 제이콥을 자신의 아들이 아닌 다른 존재로 생각하지만 아내인 루실은 하나님의 기적이라고 믿는다. 이들은 다시 함께 살기 시작하지만 뭔가 찜찜하고 이상한 받아들이기 힘든 혼란에 빠진다. 이들이 살고 있는 마을 <아카디아>에 죽었던 가족들도 한꺼번에 나타난다. 마을 사람들은 이 일로 모여 회의를 하지만, 그들을 자연스럽게 받아 들어야 한다는 쪽과 그들은 인간이 아니니 마을에서 쫓아내야 한다는 의견으로 나뉘어 반목한다.

 

각국 정부에서는 이들의 리스트를 만들고 관리를 하지만 상황은 다들 비슷하다. 어느 나라는 이들은 인간이 아니라 보고 인권을 존중할 필요가 없다고 결론을 내기도 하고 또 어느 나라는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세계추이를 지켜보고 있고, 사람들은 둘로 나뉘어 집회를 하고 때로는 과격한 상황에까지 다다르기도 한다. 점점 귀환자들이 많아지자 문제들이 생겨나고, 더욱 커진다. 누구에겐 축복이지만 누구에겐 갈등의 씨앗이기도 하니 때로 그들은 고향으로 돌아가지도 못한 채 다시 나타난 곳에 머무르기도 하고 쫓겨나기도 한다. 산자들의 두려움은 커지고 정부도 어떤 쪽이든 결론을 내야 했다. 그리고 이 때 쯤 주인공의 마을인 아카디아에 군인들이 들어오고, 귀환자들을 실어 나르기 시작한다. 귀환자들을 잡아들여 한 곳에 수용하기로 한 것이다.

 

 

아카디아의 학교는 수용 시설로, 마을은 귀환자들을 수용하는 곳으로 바뀐다. 주인공의 아들 제이콥도 잡혀가게 되는데, 아버지 해럴드는 제이콥과 함께 수용소에 들어간다. 수용되는 인원이 점점 많아지자 건물 밖 운동장엔 천막이 쳐지고, 먹을 것, 입을 것이 점점 줄어들고 화장실은 고장 난다. 그들은 이제 침대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애써야 하는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 면회는 금지 되고 그들의 운명은 한치 앞을 보지 못한다. 그 와중에도 귀환자들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은 이들을 쫒아내기 위한 시위를 계속하며, 귀환자들을 찾고 신고한다. 한국과 일본처럼 땅덩이가 작은 나라는 컨테이너에 이들을 수용하는 등 상황은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빠진다. 결국 홀로 집에 남아 남편과 아들, 귀환자들을 위해 애쓰던 루실은 결국 권총을 꺼내며 자신이 해야만 하는 일을 결행하기로 결심한다.

 

 

소설은 주인공들의 말과 행동, 고민, 치밀한 심리 묘사를 통해 담담하게, 하지만 미스터리 스릴러로써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전개한다. 그들은 왜 자신들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또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끊임없이 고민한다. 작가는 이런 일이 일어나는 이유 혹은 이에 대응하는 사회나 국가의 모습을 그려내는 큰 그림을 그리는 것 보다, 이런 일을 맞닥뜨린 '가족'과 '개인'의 입장에서 이런 일들이 그들에게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보여주는데 더 무게를 두고 있다. 그들은 철저하게 그들 안에서 그 이유를 찾아내고야 만다. 소설의 결론은 그들이 왜 왔는지, 어떤 존재인지 밝히는 반전을 주기보다, 이런 일생을 흔드는 일들 앞에 가족이 그리고 개인이 어떤 생각을 하고 선택을 하며, 어떤 의미를 찾아내는지 그 과정과 용기, 깨달음을 보여준다. 그들은 세상에 다시 온 이유가 있었다. 귀환자나 살아가던 사람들이나 그 이유를 깨닫는 것은 결국 자신들만의 몫인 것이다. 귀환자들은 어느 순간 홀연히 사라진다. 마치 자신의 할 일을 모두 마친 듯이.

 

충격적인 소재로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은 지금은 '세월호'가 침몰되고 실종자들을 구조하는 시점이라 특히 더 의미 있게 다가왔다. 우리는 언젠가는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야 할 때가 온다. 그리고 단 한번만 다시 그들을 볼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하겠다는 생각을 할 때가 올 지도 모른다. 삶과 죽음은, 유한한 삶을 살아가는 생명에게 늘 풀지 못하는 수수께끼이다. 키우던 고양이가 죽었을 때도 그 영혼은 지금 평안하게 쉬고 있다는 얘기에 얼마나 큰 위로가 되었는지 모른다. 우리는 삶과 죽음 특히 죽음이 어떠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살아가는 동안 그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낼 수는 있다. 죽음을 생각한다는 것은 어쩌면 '삶을 생각 한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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