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늑대를 구한 개 - 버림받은 그레이하운드가 나를 구하다
스티븐 D. 울프.리넷 파드와 지음, 이혁 옮김 / 처음북스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늑대를 구한 개》
이 책의 주인공은 퇴행성 척주장애 때문에 걷는 것은 물론, 일상생활 자체가 힘들 정도의 통증으로 인해 가족과도 떨어져 살아야 하고, 로펌에서도 해고당한 '스티븐 울프' 이다. 이 책의 제목이 <늑대를 구한 개>인 것도 저자의 이름이 울프이기 때문이다. 척추장애로 인한 통증은 신경계에도 변성을 가져왔고 이로 인한 우울증, 무기력증 까지 겹쳐 진통제와 신경증 약까지 먹으면 멍한 상태가 되기도 하고 육체, 심리적 문제에 약기운 까지 겹치면 일상생활이 불편해 지는 병이었다. 날씨가 추워지면 고통이 심해져서 가족들이 함께 사는 집에서 살수는 없어 멀리 떨어진 곳에 살아야 했는데, 아내는 일과 세 명의 딸들 때문에 그 곳에 남아야 했고 결국 주인공 혼자만 멀리 떨어져 살게 된다.
그러던 중 주인공은 '카밋'이라는 경주 견 그레이하운드를 입양하게 된다. 반려동물을 만나는 일은 어떨 때 보면 운명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현재 함께 살고 있는 네 마리의 고양이를 만났던 것처럼 말이다. 카밋은 애완동물이 아닌 '경주'를 위해 상업적으로 '가축'으로 분류되어 사육되는 종이다. 세상에서 가장 빠르다는 얘기를 듣는 입과 다리가 길고 빠르게 질주하는 그 개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경주 견을 보기가 힘든데, 경견 사업이 그리 활발하지 않아서 인 듯하다. 에세이의 초반부는 이 경주 견 사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실상은 실로 참혹하다. 경주 견은 한번에 7~8마리가 태어나면 경주 견으로써 소질이 보이는 몇몇을 제외하고 버려지거나 도살된다. 또한 오로지 '경주'만을 위해 사육되므로 경주 견으로 살 수 있는 2~3년 동안 자신의 몸이 겨우 들어갈 만한 케이지에 갇혀 살게 되며, 일반적으로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애완견들과는 다르게 사회적인 훈련을 전혀 받지 못한다. 게다가 경주 견으로써의 소임이 다 하면 이들도 대부분 도살된다고 한다. 몇몇의 사업체나 사람들이 이런 경주 견을 구조해 입양을 보내거나 보살피게 되는데, 그 중 한 마리가 주인공에게 입양 되는 그레이하운드 '카밋'인 것이다.
카밋은 경주견이라면 떠오르는 일반적인 편견, 즉 성격도 급하고, 집을 난장판으로 만들거나, 주의력이 부족하다던 가, 집을 탈출해 멀리 도망을 갈 거라는 짐작과는 다르게 사려 깊고, 품위 있으며, 순하고 매우 명석하다. 실은 대부분의 그레이하운드가 그렇다고 하고. 이 둘은 화려한 날들에서 갑자기 땅으로 떨어지듯 안타까운 사연이 있지만 서서히 동화되는 과정을 겪으며 친구와 가족이 된다. 나중에 카밋은 시각장애인을 안내하는 리트리버처럼 장애가 있는 주인공을 돕는 <보조견>까지 되어 아주 큰 역할까지 하게 된다. 주인공은 카밋과의 이야기, 그리고 자신의 완벽주의와 이기심 때문에 사이가 멀어지게 되는 아내와 딸들의 이야기, 나중에 한 의사의 도움으로 극적인 회복을 보이는 상황까지의 일들을 담담하게 그려간다. 이 책이 출판 된 후 카밋은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말았지만 말이다.
ㄴ
주인공이 앓고 있는 병은 완치가 되지는 않지만 통증은 상당이 줄어들었고, 반려 견 카밋과 아내의 헌신적인 도움으로 이렇게 작가까지 되었다. 아주 길고 긴 시간동안 그들은 함께 했고 고통을 나누었고, 서로에게 의지하고 도움이 되었다. 아내의 역할 또한 굉장히 눈물겨웠다. 그들 가족은 아픈 사람이 있는 가족이 그러하듯 위기를 겪고 갈등이 생기기도 했지만 삐걱 거리면서도 잘 버텼다. 이 책은 그런 과정들이 소상하게 서술되고 있다. 나 또한 한참 힘들 때 나를 지켜준 것이 바로 고양이들 이었기에 아주 흥미롭고 진지하게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미화되지도 환상적이지도 않게 시종일관 담담하게, 그러나 씩씩하게 적힌 글을 보며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었다. 그레이하운드 경주 견에 대한 이야기를 알게 된 것도 아주 큰 소득이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나는 반려견의 도움으로 극적으로 병을 고치고 자신의 자리에 당당하게 복귀하는 그런 영웅담을 상상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사랑과 우정, 그 보다 더 깊은 유대관계를 가졌고 서로 일생의 한 부분을 함께 했다. 우리의 인생이 그렇지 않은가. 기적은 생각하기 나름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누구나 영웅담을 꿈꾸지만 그 영웅, 기적은 때로는 매일 먹는 밥이나 물, 공기처럼 당연하다고 여기는 그 무엇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