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변태
이외수 지음 / 해냄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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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변태》

 

 

나는 이외수 작가를 정말 좋아한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그의 소설을 좋아한다. 그리고 에세이나 우화집 중에서는 최근에도 나온 책도 많지만 처음으로 이외수라는 작가를 접했던 <외뿔>이 가장 멋지다고 생각한다. 2005년 장외인간이후 소설을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는데 2014년 드디어《완전변태》가 세상에 나왔다. 장편이 아니라 조금 아쉬웠지만 노란 표지에 유리컵을 깨고 나온 나비 그림, 그리고 작가가 직접 쓴 분홍색의 책 제목이 그의 매력이 제대로 드러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은 짧은 단편 10편이 실려 있다. 6쪽 밖에 되지 않는 짧은 소설부터 대부분의 소설들이 10쪽을 조금 넘기는 분량이며, 타이틀인 완전변태만이 30쪽이 조금 넘는 정도고 중간 중간 연필로 그린 그림이 들어가 있어 출 퇴근 길에 읽어도 하루면 충분히 읽을 수 있다. 소재는 모두 역시 이외수 답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독특하며 문장역시 딱 읽으면 이외수 같다는 생각이 든다. 독특한 비유와 화법, 짧게 끊어가는 호흡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이외수의 양식이다.

 

주제는 모두 도(道)와 법(法), 깨달음, 사물이나 사람 현상을 꿰 뚫어보는 눈, 심안과 영안에 관한 것이다. 또한 물질만능과 욕망, 탐욕, 육안에만 사로잡힌 어리석은 인간들과 사회에 대한 풍자가 가득하다. 가난한 것이 죄가 되는 세상에 아들만은 법관이 되기를 소망한 부모, 주위에 가장 소중한 것을 두고 온 산천을 헤매며 해우석이라는 돌만 찾던 남자, 예술과 명예도 돈으로 사고 파는 현실, 어느새 돈벌이가 되어 그 근본을 잊은 종교, 평생 그릇을 만들어 왔지만 명작을 보는 눈이 없는 도공과 역시 명성만 좇아 작품을 평가하는 어리석은 군중, 사랑이 아닌 돈이 조건이 되어버린 결혼제도, 아무리 봐도 초라한 늙은 노인이지만 깊은 심안과 영안을 가지고 깨달음의 길로 인도해 주는 도인 등 갖가지 사연과 뜨끔한 이야기들이 10편의 소설 속에 펄떡이고 있다.

 

<소나무에는 왜 소가 열리지 않을까>, <청맹과니의 섬>, <해우석>, <완전변태>, <새순>, <명장>, <파로호>, <유배자>, <흉터>, <대지주> 이 소설들은 이 시대의 자화상이며 부끄러운 현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시궁창 같은 곳 어디라도 우리를 이끌어주는 진리는 도사리고 있으며, 우리가 눈을 뜨기만 하면 그 진리를 얻을 수 있음을 앞서 말한 '도인'을 통해 말해주고 있다. 소설들은 한 편 한 편 모두 환상적이고 때로는 섬뜩하기도 하며, 유쾌하고 통렬하다. 잡스러운 기교는 모두 빼고 담백한 문장에, 독특한 비유법은 이외수 만의 방식이다. 아마 이외수의 소설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어떤 뜻인지 바로 알아차릴 것이다.

 

만일 이 소설이 이외수 작가를 만나는 첫 작품이라면 적극적으로 권하는 바이다. 단편이라 읽기 쉽고 그 독특한 문장과 분위기는 아주 환상적으로 다가올 테니까. 어찌 보면 엉뚱하고, 어찌 보면 기괴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내가 처음 이외수 작가를 접하고 충격적이었던 것처럼 바로 그의 매력에 빠져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외수의 팬이라면 당연히 이 소설 또한 좋아할 것이다. 너무나도 이외수 다운 소설이니까 말이다. 벌써 다음 작품이 기대한다면 너무 급한 것일까? 다음 작품은 장편 소설이기를 정말 고대하고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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