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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위를 걷는 느낌 ㅣ 창비청소년문학 59
김윤영 지음 / 창비 / 2014년 2월
평점 :
《달 위를 걷는 느낌》
주인공 <루나>는 천체 물리학에 천제적인 소질이 있고, 칼 세이건과 핵 융합과학자인 아빠를 존경하는 소녀다. 그런데 그녀는 사회적으로 주고받는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고, 행동이나 관심 분야, 활동 분야가 한정되어 있으며 같은 양상을 반복하는 상동적인 증세를 보이는 발달장애의 일종인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다. 그래서 일반학교를 다니다 그녀를 이해하지 못하는 선생님과 친구들 때문에 특수학교에 다니게 된다. 이런 장애를 가진 루나의 부모님은 모두 힘든 시기를 보냈지만, 루나의 아빠는 루나를 즐겁게 하기 위해서라면 젤리 빈을 코에 쑤셔 넣는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마다않으며, 그 행동만큼 우스꽝스러운 연을 만들어 함께 날리는 다정하고 사려 깊은 아빠다.
그런 아빠가 우연한 기회에 달에 가게 되었다. 아빠는 루나의 열세 살 생일에 깜짝 선물을 하기위해 달에 가 자신이 겪은 일들을 녹화해서 영상편지를 만든다. 그런데 아빠는 달에서 기묘한 체험을 하게 된다. 달에 가기 전 아빠는 과거 지구에서 우주를 향해 날린 탐사선 <보이저 2호>에서 수신한 외계로 부터의 언어를 연구하고 있었다. 신기하게도 이 탐사선은 우주로 보내진 후 자신의 일을 묵묵히 수행하다 수명이 다해 우주를 유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활동을 시작하여 해독하기 어려운 언어를 보내 온 것이다. 그 언어는 신기하게도 과거, 현재, 미래가 함께 하는 언어였고 그 언어들 중 해독 한 한 문장은 ‘달에 가라’ 였다. 아빠는 이 때문인지 생각지도 않은 기회에 달에 가게 된 것이다. 달에서 신기한 경험을 통해 자신의 미래를 알게 된 아빠는 이 사실도 영상편지에 고스란히 담아두었고, 훗날 루나는 어렵사리 그 선물을 받게 된다.
달에서의 기묘한 체험 때문인지 지구에 도착해 달 탐사와는 전혀 다른 일인 <환경운동>을 하게 된 아빠. 지구는 방사능 오염 때문에 무서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소련의 체르노빌, 일본의 후쿠시마 이제는 한국에 까지. 전기를 생산하는 값싼 핵발전소의 핵폐기물 때문에 한국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다. 그러다 아빠는 엄청난 방사능 오염 현상을 목격했지만, 나라는 이를 쉬쉬하고 은폐하기에만 급급한 상황을 포착하게 된다. 오염은 이미 상상을 초월했다. 방사능 오염 때문이라고 의심되는 장애를 가진 신생아들이 태어나고 있고, 2미터가 넘는 지렁이, 사람 얼굴만 한 쥐 등 돌연변이 동물이 사람을 공격까지 하는 일, 어느 지역에는 동물들이 떼죽음 당한 다던가, 꽃과 나무, 흙의 향기가 나지 않는 무시무시한 도시들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일들은 철저하게 은폐 축소되고 있었다. 그러다 아빠는 나무에서 떨어져 식물인간이 되고 마는데, 아빠가 낫기를 바라며 병원과 집을 오가던 루나는 극적으로 아빠가 보낸 선물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 소설은 참으로 많은 것을 담고 있다. 우리에게 닥친 현실과 너무나 닮아서 섬짓하기까지 했다. 국가는 겨우 20조원 때문에 일본과 합작해 방폐장을 짓고, 방사능 문제가 불거졌는데도 근방 주민들에게는 함구했다. 사람들은 위험과 편리라는 이중성 그러나 자본의 논리에 굴복한 삶을 살며 지구를 망가뜨린다. 달에 가는 것 까지 마케팅의 일환을 삼는 자본, 무슨 문제든 은폐하기 급급한 국가, 어른들의 이 같은 행동은 결국 우리 아이들을 장애의 사각지대에 내몰고, 이런 이기심들은 자신과 다른 사람에 대한 배척으로 또 한 번 상처를 준다. 아빠는 이런 지구, 이런 사회를 아이들에게, 자신의 딸인 루나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당당히 불의에 맞서 싸웠다. 그 슬프고도 아름다운 과정, 아빠가 사랑으로 보낸 영상편지는 정말로 아름답고 절절하다.
저자의 고민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나 또한 저자와 마찬가지로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줄 미래를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진다. 편리, 자본의 노예가 되어 우리가 하고 있는 일들이 과연 아이들을 위한 것인가? 이 사회는 상식이 없어졌다. 2014년 4월 중순. 한 척의 배가 서해에서 침몰했다. 그 안에는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던 학생 몇 백 명이 구조되지도 못한 채 3일이 넘도록 잠겨있지만, 국가는 우왕좌왕 적절한 노력도 하지 않은 채 시간만 보내 버렸다. 사회는 양쪽으로 갈라져 싸우고 있다. 학부모들은 울부짖고 슬픔을 토로하지만 언론은 앵무새처럼 똑 같은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이런 현실이 이 소설 속 상황과 너무나도 비슷하다. 과연 우리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나라, 사회는 아이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을까? 입시만을 위한 교육, 왕따, 학벌, 빈부격차, 빈곤, 방사능, 자연 파괴. 우리가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깊이 생각하게 만들어 주는 소설이다. 나는 부끄럽고 안타까웠지만 아직 우리에겐 희망이 있다고 믿고 싶다. 저자는 과연 어떤 생각일까? 지금 침몰한 <세월호>를 보면서. 저자 <김윤영>과 <창비> 출판사에 정말 고마운 마음뿐이다. 이렇게 살아있는 작가 분들이 많은 작품을 써 주셨으면 좋겠다. 참으로 감동적이고 따뜻하고 환상적인 소설이다. 많은 분들에게 읽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