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산 아래 작은 암자에는 작은 스님이 산다
현진 지음 / 담앤북스 / 2014년 3월
평점 :
《산 아래 작은 암자에는 작은 스님이 산다》

어떤 책일지 어느 정도 예상이 되어서 이 책 보다는 다른 책을 선택해야지 생각하면서도 결국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손에 들고 마는 책이 있다. 내게는《산 아래 작은 암자에는 작은 스님이 산다》같은 스님들이 쓴 에세이가 그렇다. 가장 유명한 책을 꼽으라면 법정스님의 《무소유》가 아니겠는가. 나 역시 스님 입적하시기 전에 구입을 해서 읽고 고이 모셔 놓았다. 입적하신 후에 더 이상 그 책이 나오지 않는다는 말 때문에 서점마다 난리가 났었던 기억도 난다. 또 다른 스님들의 책들도 많이 읽은 것 같다. 우연히 쌓여있는 책 더미를 들춰내니 불교 관련서적이 꽤 눈에 들어왔다. '내가 이런 책도 읽었었구나' 추억에 젖으며 또 한 나절 그 책들을 들춰보았다.
그러면서 이런 에세이들이 갖고 있는 힘을 느꼈다. 실제로 만난 적은 없지만 그분들의 문장들을 보면 하나같이 싱그럽게 살아있다. 살아있는 문장은 언제 읽어도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아마도 수행자이기에 늘 눈 뜬 물고기처럼 살아있기에 그들이 쓴 문장들도 그렇게 시간이 지나도 펄떡이며 살아있는 것이 아닐까. 나는 종교가 없지만 불교에 굉장한 매력을 느낀다. 아마도 불교는 신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에 들어와 널리 퍼진 불교라는 종교는 어찌 보면 불교의 진면목을 잃어가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어쩌면 불교는 죄가 없을지 모르겠다. 불교를 신앙으로 믿는 사람들, 일부 탐욕에 휩싸인 승려들의 잘못이라면 잘못일까.
불교는 스스로 자신이 갖고 있는 불성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한다. 나는 부처가 신이 아닌 사람이었고 스스로 깨달음을 얻었다는 것이 참으로 좋다. 이는 나도 그런 존재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니까. 스님들은 욕망과 탐욕, 인간으로 사람으로 이 사회에서 누리는 모든 인연들을 뒤로 하고 '그런 존재'가 되기 위해 애쓰는 사람이다. 《산 아래 작은 암자에는 작은 스님이 산다》를 쓰신 현진스님도 바로 그런 분이겠다. 나는 승려도 기본적으로 사람의 욕망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들이 끊어냈던 세속의 일들과 그 결심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불성을 깨닫기 위해 고민하고 애쓰고, 때로는 실수도 하는 그런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는 이런 에세이가 참 좋은 것이다. 이런 에세이들이 같은 듯 다른 듯한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이 책은 감나무가 있는 산 속의 공터에 직접 암자를 짓고, 계절이 오감을 온 몸으로 느끼며 자신을 돌아보고 늘 청정하게 살고자 노력하는 스님의 일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일상의 소소한 일들에서 사람살이 이치를 느끼고, 직접 땅을 일구며 자연의 순환과 순리를 느끼고, 늘 적당한 긴장감을 가지며 살아가는 삶은 참으로 고요하나 또한 뜨겁다. 이런 책을 읽으면 내 마음 속에 갖고 있던 욕심이나 눈을 가린 탐욕을 그대로 대면하게 된다. 특히 요즘 들어 성공과 실패에 대한 고민이 많아지는 나에게 스님의 글귀가 참으로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래, 맞다. 미래의 결과만을 생각한다면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지나가 버릴 지도 모른다. 내 마음을 어지럽히던 고민이 조금은 가벼워짐을 느꼈다. 더불어 조금의 해방감 까지도. 이렇게 또 좋은 선물을 받았다. 그래서 어쩌면 뻔할 지도 모르는 책에 대한 내 선택은 이렇듯 계속 될 수밖에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