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 - 마침표가 아니라 쉼표가 된 문장들
박범신 지음 / 열림원 / 2014년 2월
평점 :
품절


《힐링》

 

 

참 이상하게 너무 읽고 싶고 기대를 많이 했는데, 막상 옆에 두고도 손이 가지 않아 읽기 오래 걸린 책. 그러나 막상 책장을 펼치니 술술 잘 읽힌다. 왜 책 이름이 하필이면《힐링》일까? 아마도 이런 생각을 한 것 같다. 저자가 하물며 <박범신>인데! 예전에 TV 힐링 캠프인가? 프로그램 나오셨던 것도 기억이 나고. 실은 요즘 힐링 이라는 말이 너무 흔하게 쓰인다 생각하고 있던 참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나오는 책들은 죄다 힐링이다. 여행도, 영화도, 에세이도, 자기계발서 까지도 모두 힐링 타령이다. 그러나 그 내용은 정말로 눈 뜨고 못 봐줄 정도인 수준의 책도 봤고, 유행 따라 힐링 이라고 광고를 하기는 했으나 전혀 힐링이 되지 않는 책들도 많이 봐온 탓이기도 할 것이다. 이제 이런 유행이 지날 때도 되지 않았나 하지만 그 여세가 여전한 것을 보면 아직도 우리 사회는, 여전히 아프고 아픈 모양이다.

 

박범신. 내가 이 작가를 처음 만난 것은 소설 <외등>이었다. 자주 들르던 동네 헌책방에서 이름만 보고 구입을 하게 된 소설이었다. 뭔가 지고지순한, 어찌 보면 통속적 인 소설 한편이 내 뇌리에 강하게 남았다. 정작 그의 작품은 제대로 읽어 보지도 못했는데 이 소설 한편의 인상이 그만큼 강렬했던 것이다. 최근에 영화 은교를 만나면서 또 한 번 놀랐다. '그래 박범신이 있었지'!'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을까. 그렇게 관능적이면서도 그렇게 푸릇푸릇 살아있는 느낌을 그대로 그려낼 수 있을까. TV 프로그램에서의 느낌도 한 몫 한 것 같다. 책 귀신이 붙어 산에 위폐 되기까지 했다는 천 상 글쟁이 <박범신>.

 

 

 

 

이 《힐링》이라는 책은 힐링 이라는 흔하디흔한 이름을 달고 있지만 그 속의 내용은 흔한 위로의 내용을 담고 있지 않았다. 오욕칠정을 기록하는, 아니 직시해야하는 문학이 운명인,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닌 '쓰는' 사람, 글이 글을 불러 줄줄 써내려 가는 것이 아닌, 고민의 고민을 통해 토해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런 작가, 그런 사람이 그런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자신의 삶을 담담하게 때로는 격정적으로 담은 책이었다. 사회에서 성공한, 혹은 어느 위치에 까지 올라간 어르신이 아직도 멋모르는 젊은이에게 '인생은 이런 것이다' 훈계하는 것이 아닌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 다른 이들에게 건네는 이야기다.

 

때가 되면 히말라야를 찾아가고, 아직도 작품을 써야한다는 것에 압박감을 느끼면서도 그 운명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SNS에서, 우연히 찾아온 사람에게서 살아가는 온기를 느끼고, 사회의 부조리와 기득권의 탐욕에 아직도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사람. 그 사람의 인생이, 그 사람이 하고 있는 바로 현재의 이야기가, 고민들이, 깨달음이 멋진 사진과 풍경들과 함께 실려 있는 그런 책이었다. 그래서 아마도 '마침표가 아니라 쉼표' 라고 한 것인지 모른다. 한 시대를 살아가는 생생하게 살아있는 한 존재로써의 문장이 그대로 살아 있으니까. 작가는 굳이 힐링 하기 위해 이 문장들을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리하였기에 읽는 이는 <힐링>을 느끼게 된다. 그의 생각, 그의 삶, 그의 고민, 그의 일상이 살아있기에, 이를 담은 문장까지도 생생하게 살아있게 되는 것이 아닐까. 아니다. 아무나 살아있는 문장을 쓸 수는 없을 것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작가의 살아있는 인생을 그대로 만났고 나 또한 그런 삶을 살아야 함을 다시 한 번 다짐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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