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꾼의 비밀 북멘토 가치동화 7
김영욱 지음, 이량덕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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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꾼의 비밀》

 

얼마 전에 케이블 영화채널에서 방영하는 <휴고>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화려한 영상과 미스터리한 전개, 그리고 꼭 사람처럼 생겨 글씨까지 쓸 수 있다는 <자동인형>. 고장 난 인형을 고치던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주인공인 아들은 아버지가 남긴 메시지를 찾기 위해 인형을 다시 움직일 방법을 찾는다. 왜인지 몰랐다 처음에는. 분명 그 영화와 아무 상관없는 이 소설 《이야기꾼의 비밀》을 읽기 시작하고 몇 페이지를 넘기자 왜 그 영화가 떠올랐는지. 소설은 세 식구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아빠, 엄마, 아들 세 식구는 아빠가 아들의 나이 즈음에 올랐던 제주도의 산을 오르는데, 아빠가 어렸을 때 폭설 때문에 갇혔던 산장을 찾게 된다. 그런데 그 산장은 <이야기를 기념하기 위해 세운 어린이만을 위한 산장>으로 바뀌어 어른은 들어갈 수가 없다. 결국 아들만 그 산장에 들어가게 되고, 그 곳에서 신기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곧 이야기는 아빠가 어렸을 때로 돌아가 아빠를 포함한 4명의 아이가 산장에 들어가서 듣고 겪은 이야기로 바뀐다.

 

창 밖에는 계속 눈이 내리고 아이들은 폭설로 인해 그 산장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다. 아이들은 지루함에 지쳐 푸른 눈의 할아버지에게 이야기를 해달라고 한다. 이 할아버지는 푸른 눈에 배꼽까지 내려오는 하얀 수염을 가진 목각인형을 조각하는 사람이다. 할아버지는 아이들의 청에 따라 옛날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옛날 스웨덴이라는 나라를 다스리던 크리스티나 여왕은 네덜란드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프랑스 철학자에게 스승으로써 스웨덴으로 와주길 초청한다. 그 철학자는 추운 나라에 가고 싶지 않았지만 여왕의 청을 거절하지 못해 결국 스웨덴으로 가는 배 위로 오른다. 그런데 그 철학자는 어린 딸 <프란신>과 함께 했는데 알고 보니 그 딸은 태엽과 밀랍으로 만든 인형이다. 풍랑이 거세지자 그 이유가 무서운 인형 때문이라고 생각한 뱃사람들은 프란신을 바다에 던져버린다. 결국 철학자는 홀로 스웨덴으로 가게 되었지만 어떻게든 그 곳을 빠져 나와 프란신을 찾을 생각만 하던 그는 왕실 깊숙한 서고에서 생명 창조에 관한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담고 있는, 고대 이집트의 연금술사 <헤르메스 트리스메기스투스>의 위대한 책을 발견한다. 그는 꼭 자신처럼 생긴 인형을 남겨두고 몰래 그 곳을 빠져나와 프란신을 찾기 위한 여정을 계속한다. 그 위대한 책을 가지고.

 

철학자는 놀랍게도 프란신을 찾게 된다. 그 후엔 어찌 되었을까? 프란신은 그 책을 이용해 생명을 얻게 되었을까? 아이들은 할아버지를 졸라 이야기를 듣고 싶지만 지하실에서 이상하게 삐걱거리는 소리,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지하실은 할아버지의 작업실인데 이상하게도 할아버지는 이야기 하다 말고 자꾸만 그 곳에 가려고 하고, 아이들은 그 곳에 절대 들어가지 못하게 한다. 밤은 깊어 12시를 넘어가고, 이야기는 점점 오싹하고 이상하게 흘러간다. 이야기 속의 그 철학자는 여러 고비를 넘기고 결국 이곳 제주도에 오게 되는 데, 앞 뒤가 맞지 않는 이상한 이야기가 되어가고 있었다. 아이들은 결국 잠을 이기지 못하고 잠자리에 들지만 그 중 한명만은 지하실을 엿보게 되고, 결국 무시무시한 사실을 알게 된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왜 영화 <휴고>가 떠올랐는지 알 수 있었다. 이 소설의 작가는 영화 휴고의 원작 소설 <위고 카브레>를 쓴 브라이언 셀즈닉이 이 소설을 쓰기 위해 참고했던 다른 책들을 살펴보며 인공 생명을 제작했던 사람들에 대해서 알게 되고, 그 안에서 데카르트 또한 일찍 죽은 어린 딸 <프란신>을 잊지 못해 자동인형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접하게 되면서 자동인형, 철학자 데카르트, 하멜 표류기, 박연 까지 엮어 상상의 나래를 펴는 이 소설을 쓰게 된 것이다. 소설은 음산하고 긴장감이 있는 아주 독특한 느낌이다. 영화 프랑켄슈타인이나 가위손 휴고의 느낌 같기도 한. 그런 언급이 없었음에도 그 영화가 떠오른 건 이 이야기를 하는 저자의 필력 때문이 아닐까? 책 속의 삽화들도 참으로 인상적이다. 뭔가 신비로우면서도 인형의 모습을 형상화 한 모습이 소설의 내용과 정말 잘 맞아 떨어진다. 처음의 기대와 상상과는 완전히 다른 소설이었지만 정말 독특하고 작가만의 느낌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계속 작품 활동을 한다면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는 마니아층이 형성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이 소설을 읽다보면 과연 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소설 속 화자는 누구인지 궁금해진다. 그녀는 아라비안나이트의 세헤라자데처럼 멋진 이야기꾼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사람이다. 처음에는 닥치는 대로 읽었고 결국 이렇게 멋진 이야기꾼이 되어 우리에게 신비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작가의 다음 작품이 정말로 기대가 된다. 작가는 분명 세헤라자데보다 더 멋진 이야기꾼이 되어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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